4월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여성 A씨가 한국인 남편과 5년 만에 이혼했다. 112 신고 내역 등 지속적 폭언과 협박 정황이 있었다. 6개월 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이 A씨에게 체류 기간을 연장해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잦은 쉼터 입소로 인해 혼인 생활이 정상적이지 않았고, 혼인관계가 단절된 데 남편에게 전적인 책임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A씨처럼 가정폭력으로 이혼할 경우 배우자의 귀책사유를 입증해내지 못하면 한국 체류가 불안정해진다. 2019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같은 해 남편이 이주여성을 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주민을 취재하면서 법무부에 여러 차례 입장을 묻게 된다. 비자제도가 이주여성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잇따른 가정폭력 사건은 그 결과가 아닌지 말이다. 법무부는 “입국 당시부터 결혼 동거 목적 이외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입국하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라고 해명했다.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법무부가 법 테두리 안의 시민을 보호하고 법 밖의 이들을 단속 처벌하는 데 능하지만, 그 ‘경계’를 다루는 데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람이 만든 법에는 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폭력은 주로 거기서 발생했다.

당시 기억이 떠오른 건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취재하면서다. 여성가족부(여가부)는 2019년 11월 조금 다른 메시지를 내놓았다. 인권침해적 국제결혼 관행을 지적하며 결혼 이주여성이 고립되지 않도록 체류 안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뒤늦은 조치지만, 필요한 이야기였다. 만난 지 하루 이틀 만에 결혼식을 성사시키는 국제결혼 정보업체를 통해 한국에 왔다가, 혼인 파탄의 책임을 입증하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 구조는 온당한가? 이 사례를 보면서 법무부와 여가부의 일이 어느 정도 ‘상호보완적’이라고 생각했다. A씨는 강제출국 대상자와 가정폭력 피해자 사이에 있었다. 충분치 않았지만, 여가부는 법 밖의 시민들을 찾아내고 보호했다. 여가부의 기능을 뚝 떼어서 법무부에 붙이거나, ‘미래가족부’를 신설하겠다는 차기 정부의 구상이 놓치고 있는 현실 중 하나일 뿐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4월13일에도 여가부 폐지 의사를 밝혔다.

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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