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언론과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은 무엇일까? ‘재기’ ‘열정’ ‘신선함’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그러나 현실에서 대학 언론과 제일 빈번하게 연결되는 말은 ‘위기’이다. 독자들의 관심은 식어가고, 학보사 문을 두드리는 신입 기자들은 줄어든다. 학교 당국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이라는 해묵은 딜레마도 여전히 건재하다.

제13회 〈시사IN〉 대학기자상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응모작이 접수됐다. 3년째 심사에 참여하는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올해 출품작 수준이 높아져 상당히 놀랐다”라고 말했다. 어둠이 짙기에 대학 언론의 존재 이유를 묻고 또 물으며 길을 찾아가는 대학 언론인들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지도 모른다.

〈시사IN〉 대학기자상은 총 3차례 심사를 거친다. 1차 심사에서는 〈시사IN〉 편집국 구성원들이 7개 조로 나뉘어 응모작 288편을 모두 검토했다. 2차 심사에서는 팀장급 기자들이 응모작을 평가해 최종 심사에 올라갈 17편을 추렸다. 최종 심사에는 〈시사IN〉 이종태 편집국장과 외부 언론계 인사 4인이 참여해 수상작 6편을 선정했다. 이 자리를 빌려 각자의 매체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지원자들에게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방송·영상 부문을 수상한 중앙대 UBS의 김유진, 한민경, 배시진, 김승래, 이유진, 정유진씨(왼쪽부터).ⓒ김흥구

■ 방송·영상 부문 수상

비정규직의 내일

중앙대학교 방송국 UBS: 정유진, 이유진, 편한누리, 한민경, 김승래, 김유진, 배시진

중앙대학교 방송국 UBS는 학내 청소 노동자 실태를 심층 취재해 기획보도 영상 ‘비정규직의 내일’을 제작했다. 기획부터 섭외, 촬영, 편집까지 보도부 부원 8명이 고루 나누어 맡았다. 3월9일 인터뷰에는 정유진(일본어문학 전공 19학번), 한민경(경영학부 20학번) 이유진(사회학과 18학번), 배시진(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21학번), 김유진(사회복지학부 21학번), 김승래(사회학과 17학번) 기자가 참석했다.

2014년 중앙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이끈 파업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7년이 지난 2021년 청소 노동자들의 처우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중앙대학교는 청소 노동자 노조가 탄탄하게 조직돼 있는 곳이지만 취재는 결코 쉽지 않았다. 학교와 노동자 사이에 있는 용역업체는 UBS의 취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청소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휴게실에는 ‘학교 허락 없이 언론사가 취재 혹은 촬영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경고성 문구가 붙어 있었다.

기자들은 직접 청소 노동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학교 당국을 찾아가 기획 취지를 밝히며 취재 승낙을 받아냈다. 완성도 높은 영상 뒤에는 곳곳에 놓인 장벽을 하나씩 뚫어냈던 기자들의 노고가 숨어 있다. 어쩌면 사서 고생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자들은 대학 방송국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이번 학기 휴학을 하고 콘텐츠 제작 회사에 잠깐 다니고 있다. 방송국 활동을 돌아보게 되더라. 회사에서는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다. 학교 방송국에서는 실수를 하면서 배워갈 수 있었다. 그 차이를 요즘 절실하게 느낀다(이유진 기자).”

주로 학내 뉴스를 다루던 UBS 보도부에서 기획보도는 새로운 시도였다. 2022년에도 기획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대학 방송국에는 ‘실수할 기회’가 있으니까.

 

■ 방송·영상 부문 심사평

한 청소 노동자의 하루 따라 구체성과 역사성 동시에 확보

최지원 (한국PD연합회 회장)

제13회 〈시사IN〉 대학기자상 방송·영상 부문에는 총 29편이 출품되었다. 이 가운데 〈중대신문〉의 ‘성 산업, 성형 산업, 대부업의 연결고리’와 중앙대학교 방송국 UBS의 ‘비정규직의 내일’ 두 편이 최종 본심에 올랐다. 이 두 작품은 소재의 신선함과 취재의 성실성 측면에서 정반대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었고, 심사위원들은 큰 이견 없이 ‘비정규직의 내일’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비정규직의 내일’은 학내 청소 노동자들이 처한 노동 현실과 복지에 대해 다룬 작품으로 무엇보다 꼼꼼하고 성실한 취재가 돋보였다. 한 청소 노동자의 하루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열악한 휴게 공간을 보여주었고 고용노동부 권고 사항에 비추어 부족한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 설득력을 높였다. 나아가 2014년 학내 청소 노동자의 파업 이후 개선된 점과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어 우리 사회 ‘청소 노동자 문제’에 대한 역사성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 다만 ‘청소 노동자의 처우와 복지’라는 아이템 자체가 식상하다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수상을 하지 못한 〈중대신문〉의 ‘성 산업, 성형 산업, 대부업의 연결고리’는 소재와 주제의 참신함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취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내레이션과 이를 이미지화한 데에만 그쳐, 주장하는 바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대학생들이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늘 깨어 있는 정신으로 관심을 가지길 바라며, 이러한 관심이 영상 제작으로 이어져 기성세대를 자극하고 성찰하게 하는 작은 모멘텀이 되기를 바란다. 응모한 모든 대학생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수상작 보러가기: https://youtu.be/rqGKf1v7Pe8

[제13회 대학기자상]

*대상: 학교가 사라졌다, 동네가 무너졌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07

*취재보도 부문: 학생들은 여전히 '비싼' 기숙사비를 낸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11

*방송영상 부문: 청소노동자의 파업, 이후 7년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12

*뉴커런츠 부문 ①: 판결문 424개로 들여다본 음주운전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10

*뉴커런츠 부문 ②: 죽음 이후에도 '차별'은 이어진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09

*특별상 부문: "모두가 떠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13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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