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일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단일화 합의문을 발표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 ⓒ시사IN 신선영

3월3일 오전 8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선언했다. 안철수 후보의 자진 사퇴 방식이다. 두 사람은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경우 함께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도 대선 이후 당 대 당 통합 절차를 밟기로 했다. 마지막 법정 TV 토론이 끝난 지 10시간,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 시작된 지 8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대선 사전투표는 불과 22시간을 앞두고 있었다.

이날 발표 전까지, ‘야권 후보단일화’는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로 취급받았다. 2월27일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 협상 과정 폭로 이후 양 후보가 대중 앞에 선보인 모습은 연대와 거리가 멀었다. 날 선 발언도 오갔다. 그러나 양측의 대리인 격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단일화를 이어가자는 교감을 나누었고, 양자 간 실무협상이 3월2일 오후부터 재개되었다. 후보 간 만남은 3월3일 자정 무렵 이뤄졌다. 새벽 2시30분까지 논의를 이어간 끝에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날 낮 12시30분, 안철수 후보는 중앙선관위에 들러 대선후보 사퇴서를 제출했다.

윤석열·안철수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지만 안철수 전 후보의 말과 행동에서 나타난 모순점은 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안 전 후보는 2월27일 광주 유세 현장에서 2018년 당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과정에 대해 “결과적으로 광주분들께 제 진심을 설득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게 제 평생의 한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보수정당과의 합당에 대해 사과한 지 나흘 만에 안 전 후보는 또다시 (2018년 바른정당보다 더 보수적인)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선언했다.

다당제에 대한 본인의 소신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3월3일 단일화 선언 직후 안 전 후보는 “다당제가 제 소신이다. (그러나) 양당제가 나름의 역할을 했다. 민주당도 선거의 승패와 상관없이 다당제 기반이 되는 선거구제 개편과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합의해 진행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번 합당이 다당제에 대한 본인 소신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양당제를 강화하는 선택을 내린 자리에서 양당제를 치켜세우는 동시에 다당제를 위한 제도 개편을 주문한 셈이다.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에 대해서도 모순적인 답변이 뒤따랐다. 안 전 후보와 윤석열 후보 간에는 기후변화 대응,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재정 투입, 여성가족부 존속 여부 등에 대해 정책적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 특정 정책에 따라 안 전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사실상 선택지를 잃은 셈이 됐다. 안 전 후보가 주장하던 정책을 윤석열 후보가 추후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 안 전 후보는 “그래서 인수위가 있는 것이다. 인수위는 실제로 재정추계를 해서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갈음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선거 이후의 일이다. 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안 전 후보의 정책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아무도 확언할 수 없다. 이런 유권자들의 딜레마에 대해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 수석대변인은 “(정책에 대한 판단 기준은) 윤석열 후보의 정책 기조를 기준으로 판별해주시면 된다”라고 첨언했다.

단일화 배경 설명하다 자기 ‘커리어’ 언급

이른바 ‘단일화 보상’에 대해서는 양 후보 모두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에서는 단일화 성공의 배경에 ‘신뢰’가 놓여 있다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양 정당 간 세부적인 조건이 논의되었을 것으로 가정한다. 한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국민의당에서도 당원들, 특히 지역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이 합당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의당 타이틀로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합당 절차, 지역 공천 방식에 대한 논의가 나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 전 후보는 이날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여러 입법 활동을 했지만 그걸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적인 업무는 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라는 말을 남겨 윤석열 후보 승리 시 입각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가 ‘행정적인 업무(예컨대 국무총리나 장관직 등)’를 언급한 것과 관련, ‘보상을 약속받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무엇보다 단일화 배경을 설명해야 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언급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보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결국 선거에 승리해야 한다. 윤·안 단일화 이후 선거 구도가 다시 한번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만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하던 표심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3월3일 공개된 〈머니투데이〉-한국갤럽 대선 여론조사(3월1~2일 시행, 전국 성인 남녀 1005명 대상)에 따르면, 후보별 지지율은 이재명 39.2%, 윤석열 40.6%, 심상정 2.1%, 안철수 9%를 기록했다. 그러나 해당 여론조사에서 ‘3자 구도(안철수 사퇴)’를 가정한 상황에서는 이재명 42.2%, 윤석열 42.5%, 심상정 7.3%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 후보에 대한 표심이 그대로 윤 후보에게 옮겨간다고 보긴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후보로서는 단일화에 따른 이점을 상당 부분 누릴 수 있으리라 보인다. 안철수 전 후보의 표를 그대로 흡수하지 못하더라도,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정치개혁안 발표를 통해 주도하던 ‘정치교체’ 프레임보다 ‘정권교체’ 프레임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단일화는 결과적으로 윤석열 후보가 자신의 말을 지켰다는 인식을 보수 유권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윤 후보는 2월9일 공개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정권교체라는 방향이 서로 맞으면 단 10분 안에도, 커피 한잔 마시면서도 (단일화 논의를) 끝낼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3월3일 새벽, 안 전 후보와 (커피 대신) 캔맥주를 나눠 마시며 단일화 담판을 끝낸 만큼 정권교체를 우선시하는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줬다는 이점이 있다. 단일화 과정을 폭로해도, 당 주요 인사들이 상대 후보를 조롱해도 결국 단일화가 이뤄진 것이다. 안 전 후보는 잃은 게 많지만, 윤 후보로서는 얻은 게 많은 단일화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전격 단일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에 기대감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받던 호남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할 수 있으며, 안철수 전 후보에게 호의적이었던 2030 세대의 표심을 끌어올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윤·안 단일화에 실망한 중도층 유권자 일부를 투표소로 이끄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범여권 지지층이 결집할 경우, 이번 단일화의 최대 피해자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안 전 후보의 낙마로 선거 국면이 양당 체제로 쏠림에 따라, 심 후보 지지층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론조사 공표 마감일까지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에 있었다. 득표율 1%가 대선 결과를 좌지우지할 공산이 크다.

윤석열 지지층은 안철수 지지층을 최대한 보듬어야 하고, 이재명 지지층은 안철수 지지층을 설득해야 한다. 대선 막바지까지 누가 더 절박하고 적극적이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첫날인 3월3일 아침, 제3후보가 떠난 자리에는 ‘ㄹㅇㅋㅋ’ ‘또철수’ 같은 워딩만 남았고 선거 구도는 더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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