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올림픽은 글로벌 대기업의 홍보 ‘대목’이다.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스포츠 이벤트인 만큼 이름만 들어도 아는 회사들이 공식 후원사로 나선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공식 후원사는 13곳이다. 삼성(한국)을 비롯해 코카콜라·비자·에어비앤비·P&G·인텔(미국) 등이다. 그런데 이들 기업의 올림픽 관련 광고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을 이유로 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일본 등이 시행한 외교적 보이콧의 영향이다. 기업들은 미국의 경고를 염두에 두면서도 중국 시장을 신경 쓰는 ‘눈치 게임’ 중이다. 한국 또한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막식에 불참했다.

장면 2. 전운이 감도는 우크라이나에서 난데없는 ‘베개 논쟁’이 일었다. 독일의 어정쩡한 태도에 대한 비난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으로 군사력을 이동시키면서,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에스토니아의 독일제 무기 공급을 반대했다. 대신 군용 헬멧 5000개 지원 계획을 밝혔다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다음엔 베개라도 보낼 건가”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독일은 에너지 수요의 절반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결국 2월7일 미국과 독일은 정상회담을 연 뒤 한목소리로 러시아에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이 구상하는 대러 제재(가스관 사업 중단)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2022년 동시간대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신냉전 시대의 심화다. 미국의 압도적 우위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신호는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미국 내에서도 나오는 진단이다. 패권 세력과 신흥 부상 세력 간의 충돌을 뜻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다룬 〈예정된 전쟁〉은 미국 내 베스트셀러였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2021년 11월 〈이코노미스트〉에 ‘미국 헤게모니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미국은 이전 시대의 패권을 다시 장악할 수 없을 것이며, 다시 장악하려 해서도 안 된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EBR)에 따르면 2030년 중국이 세계경제 1위국이 된다. 세계 질서가 요동친다는 의미다.

렌즈를 한반도로 돌려보자. 남·북·미·중의 전략적 이해가 얽혀 있는 한반도에선 국제정세를 읽는 눈은 ‘생존’과 연관되어 있다. 2022년 한국 대통령 선거는 신냉전의 기류 속에서 치러진다. 이 선거에서 선출된 한국 대통령은 미·중 양국의 정치질서 변화와 맞부딪칠 것이다. 미국의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의 승리, 중국의 20차 당대회에서는 시진핑 장기집권 체제 구축이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갈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후보들의 외교 공약을 주목하는 이유

한국은 집권 세력의 판단과 결정에 기대 ‘신냉전 시대’라는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건너가야 한다. 행정가·검찰총장 출신의 주요 대선후보들은 외교안보 사안을 직접 다뤄본 경험이 없다. 향후 이들의 리더십은 대선 공약과 인재풀로 점쳐봐야 한다. 대선후보들이 내세우는 외교안보 공약을 더욱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한동안 대선에서 외교안보 공약은 표심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아니었다. 총풍·북풍의 시대가 저물면서, 대북정책에서 전통적인 진보·보수 입장 차이(대화·관여 vs 제재·봉쇄)를 확인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한국 유권자가 마주한 장면은 다르다. 각 후보들이 내세운 외교안보 공약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부동산·일자리 같은 경제 공약에서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외교안보 공약은 각 후보들 사이 시각이 확연히 갈린다. 신냉전 시대의 도래를 부인하는 이들은 없지만, 이에 대한 전망과 전략에서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리킨다.

핵심은 대중국 정책이다. 과거 대북·대일 정책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갈랐던 것과 다른 모양새다. 그만큼 국제 권력 지형의 변화를 보여준다. 대선을 목전에 앞둔 2월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도 ‘대중 관계’다. 출렁이는 국제 정세와 국내 여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대선주자들이 대중 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 주자들의 외교안보 공약의 중심축 또한 대중 정책으로 수렴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1월28일 해병대 2사단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20일 육군 3사단을 각각 방문해 장병들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가장 공세적으로 이슈를 던지고 있다. 그의 외교안보 공약은 ‘반문재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후보와 각을 세우기보다 문재인 정부를 링 위에 올려두고 전선을 그린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한·미 동맹 약화, 대중 굴종 외교, 주종의 남북관계’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한다. 신냉전 시대 한국은 미국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면서 중국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윤 후보의 기조는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대한민국:한반도를 넘어 세계를 품는 글로벌 중추국가로(South Korea Needs to Step Up:Seoul Must Embrace a More Expansive Role in Asia and Beyond)’라는 글에서 잘 나타난다. “미·중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은 원칙 있는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 현안이 생길 때마다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한국은 오랜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중국 쪽으로 기운다는 인상을 주었다.”

문재인 정부의 대중 전략에 대해서는 ‘고분고분’하다는 표현까지 쓰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한국이 2016년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국의 사드 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하자, 중국은 한국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수입제한 조치와 한국관광 금지 조치를 단행하는 등 전방위 경제 압박을 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을 달래기 위해 ‘3불 입장(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세 가지 불추진)’을 선언하면서 지나치리만큼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윤석열 후보는 쿼드(Quad: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4개국 협의체) 워킹 그룹 참여 확대와 파이브아이즈(Five Eyes: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가 참여하는 기밀정보 동맹체) 협조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미국 중심의 대중국 포위망에 들어가겠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윤석열 후보가 내세우는 사드 추가 배치도 대중 정책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윤 후보는 1월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 배치’라는 한 줄을 남겼다. 외교안보 이슈에서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윤 후보와 유사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안 후보는 사드 추가 배치에 앞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완성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레거시(유산)’를 물려받는 이재명 후보의 신냉전 시대 전략은 윤석열 후보와 정반대다. 현행 한·미 동맹과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틀을 유지하되 사안별로 미·중 사이를 판단하는 실용 기조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중 경쟁의 결말에 대해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재명 후보 쪽은 국민의힘 쪽 주장이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정략적 주장이라며 비판한다.

전략적 모호성인가, 전략적 명료성인가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안보 전략을 담당했던 한 인사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단어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익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펴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는 ‘미국은 우리의 유일 동맹국이고, 제1 교역국인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거다. 이건 전략적 명료성이다. 국익의 시각에서 봐야 하는데, 한국 보수는 미국 국익의 시각에서 문재인 정부 정책을 평가한다.”

2월3일 대선후보 4자 첫 TV 토론에서 안철수 후보로부터 “반미 친중 노선”이라고 공격당한 이재명 후보는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사실이 아니다. 한·미 동맹은 유일한 안보 동맹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의 합의처럼 포괄 동맹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2021년 5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첫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 사안을 언급한 발언이다. 당시 한·미는 안보 현안을 넘어 기후변화·반도체·백신·과학 등의 부문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윤 후보의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반박 성명문을 냈다. “윤석열 후보의 글은 우리의 국익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나 중심성을 찾을 수 없고 대외 의존적 사고에 갇혀 외교적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국익이 최고의 가치이며, 이제는 이념 중심의 진영 외교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 나아가야 한다.”

한·미 동맹이 약해졌다는 공세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였던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한겨레〉 칼럼에서 “남북정상회담 즈음인 2018년 하반기 을지연습 미실시를 제외하고는 지난 5년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나 연습을 중단한 적이 없다. (중략) 특정 기간 집중 실시되던 야외 기동 훈련의 규모가 조정돼 연중 분산 실시된 것은 사실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 결정으로 시작된 것이었고 이후는 코로나19 때문이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이재명 후보는 ‘3불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마련해놓은 외교안보 정책의 큰 틀을 흔들지 않겠다는 기조다. 1월31일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쟁 나면 죽는 건 청년들이고, 군사 긴장이 높아지면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가 더 악화된다. 수백만이 죽고 다친 후 이기는 것보다, 지난할지언정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노력이 훨씬 중요하다”라고 썼다.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서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반대했다.

대중 정책을 중심으로 외교안보 정책 논쟁이 이루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북정책은 신냉전 전략이라는 큰 틀 아래서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대북정책에서 진보·보수의 문제 진단과 해법 또한 확연히 갈린다. 여기서도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 방식의 해법과 전선을 그으며 이목을 끌려고 한다. 1월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는 북한의 위협 조짐이 보일 때 킬체인(Kill-Chain)으로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한 찬반 여론으로 정치권이 시끄러워졌다.

또한 윤 후보는 〈포린 어페어스〉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 조치가 이행될 때 상응하는 대북 제재 완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져야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은 미국 부시 행정부가 내세웠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연상케 한다. CVID는 트럼프 행정부 동안엔 언급되지 않다가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시 나온 표현이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비핵화하고 개방하면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로 견인)’이 떠오른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성한 국민의힘 선대본부 외교안보정책본부장(이명박 정부 외교부 차관)은 〈시사IN〉과의 전화 통화에서 “윤석열 후보는 비핵화 로드맵을 통해 북한에 무엇을 해줄 수 있고 없는지 분명하게 하는 방법을 취한다. 그런 점에서 일괄 타결에 가까운 비핵개방 3000 식 접근법과는 다른 상당히 현실적인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앞세운 문재인 정부 정책 계승이라는 차원에서 ‘평화’ 그리고 차별화 차원에서 ‘실용’이라는 키워드를 같이 꺼냈다. 이재명 후보는 ‘스냅백(snapback·조건부 제재 완화)’을 제안했다.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마다 경제·외교적으로 보상하는 내용이다.

2017년 9월7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회관 앞 도로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지역주민·활동가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시사IN 이명익

다만 결과적으로 진전되지 못한 남북관계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 직속 평화번영위원회 이종석 위원장(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은 〈시사IN〉과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군사적 충돌을 완화하고 전쟁 위험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러나 정책 실행에서 국민이 기대했던 만큼 안 나갔다. 철도 연결 등을 북한과 합의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험한 말을 했지만, 참았다. 이런 부분이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이재명 후보는 실행력이 강하다. 약속을 지키고 북한이 합의를 위반하면 용납하지 않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신냉전 시대의 풍경은 ‘반중 정서’로 곧잘 이어진다. ‘대중 전략’은 휘발성이 강한 주제다. 대선 직전에 치러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안 그래도 타오르는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그렇기에 2022년 대선 캠페인에서 ‘대중 전략’은 다루기 까다로운 이슈다. 무엇보다 여론이 중국에 대해 비우호적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드러난 행태 등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국가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주, 유럽, 아시아의 14개 국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반중 정서’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14쪽 〈그림 1〉 참조). 동시에 응답자들은 중국의 경제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림 2〉에 따르면, 14개국 국가 시민 전체 응답자의 48%가 세계 최고 경제 강국으로 중국을 꼽았다. 미국(35%)은 2위였다.

반면 한국인 응답자 가운데 77%는 여전히 미국을 세계 최고 경제 강국으로 생각했다. 중국을 세계 최고 경제 강국으로 꼽은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미국인 응답자 중에서도 미국을 세계 최고 경제 강국으로 꼽은 비율이 절반 남짓(52%)인 것과 비교해보면, 한국인의 대답은 튀는 편이다. 게다가 2021년 한국의 10대 무역국 규모(15쪽 〈그림 3〉)를 보면, 중국은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의 총수출액 기준으로 중국 25.3%, 미국 14.9%, 베트남 8.8%, 홍콩 5.8%, 일본 4.7% 순이다.

결국 문제는 선거 이후다

한국인의 반중 정서는 실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측면이 있다. 지난해 5월 〈시사IN〉의 웹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건으로는 황사·미세먼지 문제(89.4%), 중국의 코로나19 대응(86.9%), 불법조업 등 경제수역 문제(84.3%), 중국 누리꾼의 혐한 표현(80.0%), 중국의 정치사회 체제(78.1%) 순이다(〈시사IN〉 제717호 ‘중국의 모든 것을 싫어하는 핵심 집단, 누굴까?’ 기사 참조). 특히 스윙보터라고 할 수 있는 20대에서 반중 정서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이렇게 다차원적으로 쌓인 현상을 마주한 각 대선주자들이 대처해야 할 현실은 간단치 않다. 그러다 보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각 후보들이 내놓은 즉자적인 대응은 ‘말 경쟁’이다. “문화공정 반대(2월4일 이재명)” “이번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 역사를 중국에 예속·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2월9일 윤석열)” “동서 해역에 북한이나 중국 (어선의) 불법은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다. 불법 영해 침범인데 그런 건 격침해야(2월9일 이재명)” 등등.

2월7일 한국 대표팀의 황대헌 선수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중국 선수를 추월하고 있다. 심판이 이를 반칙으로 판정해 황 선수는 실격 처리되었다.ⓒ연합뉴스

“비용이 올라가고 있는 선거를 하고 있다”라는 게 전직 외교관의 진단이다. 양당 모두 안다. 민주당의 외교안보 공약을 담당하는 한 인사는 “뾰족한 수가 없어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때 한복 관련해서 빨리 글을 올린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는 못할 텐데 이미 공약 발표를 해버렸으니 (앞으로)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국내 정치에서 반중을 이야기하고 한·미 동맹을 강하게 어필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들리고 국민들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 유리하다. 그렇지만 정책을 제안하는 전문가나 정치인은 결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 미·중 전략 경쟁 시기에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에 입각한 상황을 고려하면서 대외정책을 입안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는 선거 이후다. ‘친중’ ‘반중’ 논쟁이 아니라 신냉전 시대 한국의 전략을 선택한다는 관점으로 이번 대선을 바라봐야 한다. 신냉전의 현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이를 대하는 진보·보수 진영의 해법이 다를 뿐이다.

다시 렌즈를 뒤로 빼 전 세계 지도를 보자. 미·중 갈등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라는 수준 이상의 압박이 미래의 한국 정부에 가해질 수 있다. 중국과 타이완 사이의 ‘양안 관계’를 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의 독일처럼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 그럴 때 한국은 어떤 길로 갈 것인가. 옳고 그름의 차이가 아니라, 판단과 전략의 차이로 각 캠프의 외교안보 공약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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