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23일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시사IN 윤무영

2021년 6월22일, 경기도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외국인 M이 이른바 ‘새우꺾기’ 학대 행위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접견을 갔다. ‘외국인보호소’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가는 곳이 아니다. 보호소 수용은 출입국관리법상의 행정적 조치에 불과하다. 외국인보호소의 기능은 교도소보다는 공항의 환승구역에 가깝다. 그러나 실제 이곳에서 외국인이 받게 되는 처우는 교도소보다도 열악하다. 법령상 구금 기간의 제한이 없어 구금된 사람 스스로도 본인이 언제 풀려날지 알지 못한 채 무한정 갇히는 경우도 많다. 이날 만난 M도 그런 사람이었다. M은 면회용 전화기 너머 목소리밖에 듣지 못한 나를 믿고 증거서류의 원본, 자필로 쓴 진술서를 건네주었다. 품속에서 오래 간직해오던 꼬깃꼬깃한 종이 뭉치였다.

그가 겪은 일은 이후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가혹행위 사건’으로 알려졌다. 접견 후 법원을 통해 확보한 CCTV 영상에서 사지가 등 뒤로 연결된 채 머리에는 박스테이프를 칭칭 감고 발버둥 치는 M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는 2021년 5월부터 7월까지 다섯 차례 ‘새우꺾기’ 가혹행위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발목수갑, 케이블타이, 박스테이프 등 법령상 사람에게 사용할 수 없는 장비들이 동원되었다. M은 4개월 동안 징벌적으로 16차례, 51일 이상 독방에 구금되었다. 보호소 전체 수용 기간 중 3분의 1 이상을 독방에서 지낸 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유 설명 등 절차적 규정이 깡그리 무시되었다. 이에 관한 서류는 추후에 꾸며낸 듯 허점이 가득했다.

첫째, 문서에 있는 집행자 서명란이 모두 비워져 있으며, 둘째, 구금 장소와 기간이 잘못되어 있거나 중복되어 있고, 셋째, 문서 작성이 특정 일자에 한꺼번에 이루어졌으며, 넷째, 문서 상단에 기재된 번호가 모두 동일했다.

2021년 9월16일, 외국인보호소 관련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법무부 고위 공무원들과 M의 대리인단이 면담을 했다. 소송을 제기하거나 언론에 알리기 전 이들을 만난 이유는 법무부의 책임자들이 이 상황을 알게 되면 일단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병원 진료 등 기본적인 조치부터 취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2021년 9월28일, 법무부로부터 피해자에 대하여 어떠한 조치를 할 것인지 답변을 받기로 한 날이었다. 이날 법무부는 준비해둔 보도자료와 함께 피해자의 사진과 영상을 배포했다. ‘보호장비 사용은 보호 외국인의 자해 방지와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라는 제목이었다. 법무부가 피해자인 M 개인을 상대로 ‘여론전’에 전격 나선 것이다. 보도자료에는 M 씨의 과거 경범죄 전과, 보호소에서 말썽을 부린 이력 등이 자극적인 사진과 함께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러자 대부분의 언론은 “가혹행위 있었다 vs 불가피한 조치”와 같이 이를 의견 대립이 있는 사안처럼 보도했다. 기사마다 빠짐없이 M에 대한 악플이 가득했던 것을 보면 법무부의 2차 가해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이 인권침해임을 인정했다. 법무부 장관에게는 재발 방지책 마련 및 가해자들에 대한 경고 조치를 권고했다. ‘불가피한 조치’라던 법무부 역시 스스로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시했다. 재발을 방지하고, 제도도 개선하겠다는 말을 덧붙였으나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지난 12월16일 박범계 장관 (오른쪽 두 번째)이 ‘구금시설 방역 점검’차 화성외국인 보호소를 방문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인권침해 확인’과 시민사회의 ‘도움’ 물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은 시민사회였다. 대리인단과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외국인보호소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져 66개 단체가 참여했다. 시민들은 갇혀 있는 M을 상징하는 봉투 가면을 쓰고 곳곳에서 ‘내 이웃을 가두지 말라’고 외쳤다.

법무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피해자를 방치하는 동안 가해자들 틈에서 M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그의 모든 일상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역할도 시민사회에서 맡았다. 화성외국인보호소와 인천의료원을 오가며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전화카드·음식·옷가지를 넣어주었다. M이 보호소에서 나오게 될 경우 한 달에 하루씩 31명이 그를 돕자는 아이디어로 ‘IW31’이라는 단체도 꾸려졌다. M의 생활비와 병원비 마련을 위한 온라인 모금도 시작되었다.

2021년 12월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한 추가적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 장관이 피해자에게 보호 일시해제(외국인보호소에서 임시로 나오게 하는 것) 등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이었다. 인권위에서 동일한 사건에 관한 두 개의 권고 인용 결정이 나오는 일은 흔하지 않다. 12월16일에는 세계고문방지기구(OMCT)에서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냈다.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피해 회복 조치가 필요하며, 가해자 공무원에 대한 형사절차상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M은 보호소 안에서 인권위 권고 이행을 요구하며 12월16일부터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하루도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M의 절박한 투쟁이었다. 같은 날 저녁,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M의 방 앞으로 찾아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등장이었다. 피해자에게 위로나 사과를 표시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M씨에 따르면, ‘구금시설 방역 점검’차 방문한 장관과 일행 수십 명은 피해자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어갔다. 단식 중이던 M은 누가, 왜, 무엇을 하러 온 것인지도 듣지 못한 채 사진만 찍혔다고 대책위에 보낸 편지를 통해 전했다.

M에 대한 학대 구금행위는 인권위는 물론 법무부도 스스로 인권침해를 인정한 사안이다. 국제사회도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법무부는 여전히 가해자 입장에서 피해자와의 대결을 지속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상태가 보호 일시해제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지 의료기관 등을 통해 직접 판단해보겠다고 한다. 국가기관으로서 ‘인권침해의 가해자’로 공인된 데 대한 반성이나 겸허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법무부 홈페이지에는 이것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보도자료가 여전히 게시되어 있다. M은 지금도 가해자들의 지시를 받으며 갇혀 있다.

기자명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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