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없음〉은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CEO와 비즈니스 스쿨 인시아드(INSEAD)의 에린 마이어 교수가 함께 쓴 책이다. 에린 마이어는 넷플릭스의 경영 방식과 기업문화를 알기 위해 200명이 넘는 전현직 직원을 인터뷰했다.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에선 어떻게 일할까? 독특한 기업문화에 대해 두 사람이 주고받는 ‘티키타카’가 꽤 속도감 있다.

넷플릭스엔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다. 예를 들어, 정해진 휴가 기간이 없다. 출장을 갈 때 어떤 등급의 비행기 좌석을 예약할지, 어느 정도의 비용을 쓸 수 있는지 비용 규정이 없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자신이 설립해 운영했던 ‘퓨어 소프트웨어’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런 기업문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자잘한 통제와 절차가 최고 인재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신속한 혁신에 장애가 된다는 생각에서다. 통제를 최대한 자제하는 문화가 더 회사에 이롭다. 가령 출장비 규정이 없어서 그전보다 비용이 10%가량 늘었지만, 규칙이 없어서 생기는 이익이 비용의 증가보다 더 크다고 그는 판단한다. 그 근거가 되는 넷플릭스 내 사례가 풍부하다. 기업 내 상호 ‘피드백’을 활성화했다는 대목에서는 공감과 반성을 동시에 하게 만들었다. 누군가를 비판할 때 나는 그저 화를 낸 것인가, 그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피드백을 준 것인가. 저자의 말처럼, 나는 여러 번 “왕재수 짓과 솔직함을 혼동했다”. 뜨끔했다.

께름칙한 부분도 있다. 넷플릭스가 통제를 자제하는 목적은 결국 기업 내 ‘인재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넷플릭스는 직원의 성과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 적당한 성과를 내는 직원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어 내보낸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퓨어 소프트웨어 시절 수익성 악화로 직원 중 3분의 1을 해고했다. 그랬더니 회사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좋아지더란다. 직원 숫자는 줄었지만 직원 한 사람이 가진 재능의 크기는 커져 ‘인재 밀도’가 증가했고, 이후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해고 사태 직후의 인재 밀도를 유지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비용 규정이 없다는 게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매년 경비의 10%를 무작위로 골라 감사해 사적 이익을 위한 과도한 지출이 적발되면 누구라도 짐을 싸게 한다. 인재 밀도라는 용어는 해고에 기반해 있다. 한국 기업에 넷플릭스 문화를 그대로 들여올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조직의 리더가 혁신을 위해 어느 수준까지 기업문화를 고민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퓨어 소프트웨어 시절, 한 직원은 이런 말을 하며 회사를 떠났다. “고위 경영진들이 그런 문제(업무 중 택시비 15달러 사용이 회사 규정에 맞는지 여부)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는 순간, 회사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그런 경험이 리드 헤이스팅스를 〈규칙 없음〉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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