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누가 될 거 같아?” 대선을 취재하고 있다는 근황을 밝히면 으레 받는 질문이다. 상황에 따라 응대법이 다르다.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이에게는 “글쎄, 누가 될 거 같아?”라고 되물어 고견을 청취하고, 그저 호기심에 묻는 사람에게는 “정치부 기자들이 제일 못 맞혀”라는 자학 개그로 넘어간다.

개중에 집요하게 “그럼 내일 당장 선거를 하면 누가 이겨?”라고 다시금 물어보는 정치 고관여층이 있다. ‘정치부 기자는 점쟁이가 아니다 보니, 이재명·윤석열 중 누가 된다고 딱 떨어지게 말은 못하지만 이런 조건에서는 이렇게, 저런 조건에서는 저럴 거 같다. 결국 상황과 조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달렸다’라는 식으로 답한다.

그런 이들에게 내놓을 좋은 답을 발견했다. 정치학을 전공하고 여의도에서 정치 숙련 노동자로 살아온 황두영이 쓴 〈후보 단일화 게임〉이 그것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대선의 역사를 ‘후보 단일화’라는 현상으로 접근했다.

무엇보다 무협지를 보는 것처럼 술술 읽힌다는 미덕이 있다. 그만큼 한국 정치가 걸어온 길이 극적이고 역동적이었다는 뜻이다. 그 시절을 뉴스로만 접했거나 그때 태어나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한국 정치가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만큼이나 재미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절대 손잡지 않을 것 같은 정치인들이 대선이라는 승자독식 게임에서 어떻게 합종연횡하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2022년 대선의 주요 변수 중 하나도 후보 단일화다. 지금까지 후보 단일화는 주로 후보 개인의 신념, 전략과 같은 캐릭터로 설명되었다. 저자는 후보 단일화를 ‘규칙을 가진 게임’이라고 봤다. A-B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경우와 클 경우로 나눠 후보 단일화의 역사를 살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는 전자였다. 서로 자기가 단일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판돈 삼아 ‘올인’ 게임에 참여했다. 거꾸로 지지율 격차가 커도 단일화가 일어난다. 1997년 김대중(DJ)-김종필 후보 단일화가 그랬다. 몸값이 올라간 김종필은 내각제 개헌을 담보로 게임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게임이 끝난 후였다. DJ는 약속을 저버렸다. 이러한 상황과 조건을 들여다보면, 2022년 대선에도 후보 단일화가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다.

선거마다 반복되는 후보 단일화가 본질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짚었다.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선호를 온전히 반영하는 데 실패해왔기 때문에, 양당제를 강하게 추동하는 선거제도 아래에서도 후보 단일화는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후보 단일화의 운명은 앞으로 한국의 정당들이 계속 실패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여의도에서 재미와 전략 그리고 의미까지 담은 책은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데, 이 책은 그 어려운 것을 대체로 다 해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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