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가장 뜨거운 사회적 현안이었다. 갑자기 밀어닥친 가격 상승 충격은 세상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최선을 다해 일궈온 일상에 등급이 매겨지고, 얼마 전까지 동등해 보였던 주변 사람들 사이에 아득한 격차를 만들었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잠시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둔감했던 사람들은 눈을 끔벅이며 이렇게 묻는다. “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정부는 대체 뭘 한 거지?”

서로 삿대질하는 세상에서 고통은 모두에게 전가됐다. 집을 산 사람도, 집이 없는 사람도 ‘집값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공평한 불행’을 겪는다. 그 와중에 정보를 얻어보려 하면 “집값은 영원히 오른다”라는 목소리와 “세상이 잘못됐고, 집값은 폭락할 것이다”라는 명분론이 대치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승론과 하락론이라는 각자의 ‘바람’이 뒤섞인 공론장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이 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불안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먼저 이 책은 일반 독자 시선에서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났고,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쳤으며, 장기적으로 이 시장의 특성은 어떠한가’를 알려주는 좋은 참고서다. 부동산 시장에 작동하는 다양한 변수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각 변수가 지난 5년 동안 어떻게 작동했는지 복기한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시선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때때로 불안감은 시장을 단기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탓에 증폭되기도 한다.

이 책의 또 다른 가치는 우리가 직면한 ‘공평한 불행’의 핵심으로 인구의 사회적 이동(수도권 쏠림)을 꼽는다는 점이다. 부동산(주택) 시장이 왜곡된 본질적인 이유는 ‘공급 부족’이 아니다. 핵심은 수요다. 저자는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2010년대 이후 수도권 쏠림이 가속화됐음을 지적한다. 부동산 관련 기사에서 흔히 등장하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에 집을 더 지어야 한다’ ‘수도권을 더욱더 고밀화해야 한다’ ‘공급 폭탄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관점이 어째서 근시안적인지, 지방 소멸이 어떻게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망가뜨리고 저출생을 유발하는지, 인구문제가 어떻게 사회문제와 경제문제로 전환되는지를 설명한다. 단순히 ‘집값 문제’라고만 생각한 부동산 이슈는 이미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는 뇌관이 된 셈이다.

부동산 분야 책은 과도하게 투자자 처지에서 서술된 경우가 많고, 지나치게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장을 설명하는 경향이 강하다. 뒤틀린 욕망을 뒤로하고 부동산 이슈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싶다면, 결국 2020년대 대도시의 흥망성쇠라는 관점에서 세상을 읽어낼 필요가 있다. 대선후보의 부동산 정책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싶은 유권자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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