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8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사명을 ‘메타’로 변경한다고 발표하고 있다.ⓒAP Photo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같은 기업이 운영한다. 최근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이다. 지난 9월 〈월스트리트저널〉이 ‘페이스북 파일’이라는 제목의 탐사보도를 했다. 이 회사에서 올해 5월까지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한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 씨가, 페이스북 내부 연구·발표 자료 등 문서를 제보한 것이다. 청문회가 열렸고, 최소 11개 주에서 페이스북을 대상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어떤 문서이기에 이만큼 후폭풍이 큰 것일까?

폭로의 핵심은 ‘페이스북은 알고 있었다’로 요약된다. 첫째, 페이스북은 내부 연구를 통해 인스타그램이 10대 소녀들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페이스북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10대 소녀 중 32%가 ‘나의 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 인스타그램이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든다’고 답했다. 인스타그램 관련 내부 연구는 또한 ‘최고의 순간만을 공유하려는 경향, 완벽해 보이려는 압박, 중독성 있는 제품이 10대들을 섭식장애와 자신의 신체에 대한 건강하지 않은 감각, 그리고 우울증으로 이끌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올해 3월 청문회에서 13세 미만 이용자를 위한 인스타그램 출시 계획에 대해 비판받았을 때나, 이후 이 앱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을 자체 연구한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받았을 때 이런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둘째, 페이스북은 2018년 이용자에게 보이는 글들을 배열하는 알고리즘을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대대적으로 바꿨는데, 이때 이용자가 공유한 글을 또 다른 이용자가 ‘재공유’한 글에 대해 가중치를 지나치게 높인 결과 ‘분노’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게 되었음을 내부 연구를 통해 파악했다. “재공유(된 게시물) 사이에 잘못된 정보, 유해성, 폭력적인 내용이 과도하게 만연해 있다.” 이 회사의 데이터 과학자는 이용자가 재공유할 가능성이 높은 게시물에 대한 가중치를 제거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이런 조치가 이용자 사이의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감소시킨다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또한 영어로 된 코로나19 백신 게시물에 달린 댓글의 약 41%가 백신접종을 저해할 위험이 있으며, 자신들은 게시글 본문이 아닌 댓글의 위험까지 감지할 능력이 취약함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올해 3월에야 부정확한 백신 관련 댓글이나 게시글에 대해 본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셋째, 페이스북 앱은 전 세계 79억명 중 28억명이 이용하는 거대한 플랫폼이며 이용자의 90%가 미국 외 국가 소속인데도, 정작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한 회사 예산의 84%는 미국에 쓰였다. 페이스북은 중동의 인신매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암살자 모집, 에티오피아와 미얀마에서의 소수민족에 대한 폭력 선동, 베트남 권위주의 정부의 정치적 반대자 탄압 등에 자사 플랫폼이 이용됨을 알고 있었음에도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일련의 비판에 대해 페이스북은 “유출된 개별 자료들에서 선별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인용해 복잡하고 미묘한 사안에 대해 마치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처럼 제시하는 그릇된 주장이다”라고 입장문을 냈다. 지난 10월28일(현지 시각)에는 사업의 중심을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로 옮기겠다며 사명을 ‘메타’로 변경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빅테크 규제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터진 사건인 만큼, 페이스북 혹은 메타가 사건의 자장에서 단숨에 벗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소셜미디어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그런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해법 중 하나가 ‘통신품위법 제230조’ 폐지 내지 개정이다. 1996년에 만들어진 이 법은, 미디어 회사의 이용자가 게시한 콘텐츠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그 회사에는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한다. 이걸 바꿔서, 예컨대 이용자에게 신체적·정서적 피해를 초래하는 콘텐츠를 알고리즘이 추천하게 했을 경우 해당 기업에 법적 책임을 묻자는 제안이다. 니컬러스 카 윌리엄스 대학 사회학과 초빙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하며 230조 폐지를 주장했다. “라디오나 TV 방송국과 마찬가지로, 소셜미디어 회사도 사회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게시물의 내용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방식이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와 충돌하리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12월1일 페이스북의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 씨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AFP PHOTO

마크 저커버그 한 사람이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삶을 통제하게 두어선 안 되므로, 플랫폼 기업을 분산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는 미국 최연소 연방거래위원장 리나 칸이 ‘독점’을 다시 규율하자고 주창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폭로 직전인 올해 8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페이스북이 2012년 인스타그램, 2014년 와츠앱을 인수한 행위가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독점을 강화한 불법’이라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다만 독점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보수적인 법원 판결 경향을 넘어서야 한다. 또한, 설령 페이스북이 여러 기업으로 ‘해체’된다고 해도 각각의 플랫폼 규모가 이미 상당하다. 분리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우겐 씨가 드러낸 사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페이스북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길 수 있었다는 점 자체일지도 모른다. 금융이나 항공, 의료, 자동차 산업에서 예상할 수 있는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했듯이, 소셜미디어에도 그런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너새니얼 퍼실리 스탠퍼드 대학 로스쿨 교수는,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 참여와 광고주에 대한 정보 제공 등에 관한 내부 데이터를 외부 연구자들과 공유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의 초안을 작성했다. 현재 민주·공화당의 상원의원 2명이 이 초안에 기초해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칼럼니스트 파하드 만주는 〈뉴욕타임스〉 칼럼에 이 법안을 소개하며 이렇게 썼다. “우리가 페이스북의 운영방식을 바꾸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페이스북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내야 한다.”

소셜미디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적인 화두다.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전략을 담배회사의 그것에 비유했다. 유럽은 이용자의 개인정보 수집·저장·사용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억제하려 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한국에서도 주목할 변화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인간의 결함이 존재하고 기업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한, 기술은 인간의 결함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기업은 알고리즘 기술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소통에 나서야 한다. 사회와 언론도 더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