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5일 2021 〈시사IN〉 인공지능 콘퍼런스 기조 강연자로 나서는 피터 디아만디스. ⓒ피터 디아만디스 제공

피터 디아만디스(Peter H. Diamandis)는 미국 기업가다. 1989년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고 1995년 ‘엑스프라이즈 재단’을 설립했다. 인류가 맞닥뜨린 어려운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팀에게 거액의 상금을 주는 단체다. 그는 2008년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과 함께 실리콘밸리에 있는 비영리 교육기관 ‘싱귤래러티(Singularity,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는 특이점) 대학’을 세웠다. 장수, 우주, 교육을 망라한 여러 분야에서 20곳이 넘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최신작 〈미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다〉를 비롯한 베스트셀러의 공저자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 발달이 인류를 ‘풍요로움(abundance)’이 증가하는 세계로 이끌 것이라 주장하는 ‘낙관주의자’다. 오는 11월15일 2021 〈시사IN〉 인공지능 콘퍼런스 기조 강연자로 나서는 그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기술 발달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왜 그런가?

고전적 의미의 컴퓨팅이든 양자 컴퓨팅이든, 모두 계산을 기반으로 한다. 이것이 더 빠르고 저렴해짐에 따라, 이를 사용하는 기술들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상현실·블록체인·인공지능(AI) 같은 것들은 모두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동시에, (이 분야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므로 더 많은 ‘미친 아이디어’가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이는 더 많은 혁신(breakthroughs)으로 이어질 것이다.

오픈 AI의 GPT-3와 같은 초거대 인공지능이 소위 ‘인공 일반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시초라 보나?

GPT-3가 매우 인상적이고, 인간의 반응을 흉내 낼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일반적인 인간의 지능이 있다고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GPT-3는 AGI와는 거리가 멀다. 많은 AI 전문가들이 믿고 있듯이, 우리가 AGI를 보려면 AI 분야에 추가적인 혁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유명한 레이 커즈와일은 2029년까지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지만 이것이 실제 AGI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AI를 감정과 욕망을 가진 ‘살아 있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은 지금까지는 유용하지 않다.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만 할 수 있는 게 뭘까?

AGI의 출현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 중 하나는 무엇이 진정한 인간이고, 무엇은 (기계가) 모방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AI가 이야기를 쓰고, 예술작품을 만들며, 환자를 진단하는 것을 보고 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오직 인간만이 성취할 수 있는 일들을 식별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가 될 터이다.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인간과 AI의 연결’과 어떻게 다른지 검토하는 일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인공지능은 우리의 가장 큰 실존론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이라고 주장한다. 동의하나?

개인적으로 나는 일론의 우려를 공유하지 않는다. 많은 최고의 AI 전문가들도 그러하다. 시스템이 더 발전함에 따라, 그것은 더 유능하고 동정심이 많고 평화로워질 것이다. 문제는 AI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악의’에 사용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하지만 나는 AI가 세계의 가장 큰 문제들을 푸는 우리의 가장 좋은 도구가 될 거라 믿는다. AI는 기업가들과 리더들에게 우리의 현재 능력을 뛰어넘는 해결책을 떠올리게 해줄 것이다.

엑스프라이즈 재단은 자원이 부족한 노동자들을 빠르게 재교육하는 해결책을 만든 팀에게 500만 달러(약 59억원)를 주는 대회인 ‘빠른 재숙련화(Rapid Reskilling)’를 지난해 시작했다. 8개 팀이 준결승에 진출했는데, 어떤 팀인가?

한 준결승 진출자는 쫓겨난 노동자들이나 재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을 잠재적 고용주들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플랫폼은 강의실과 가상현실(VR) 체험 교육을 통한 원격작업을 조합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했다. 또 다른 준결승 진출자는 신기술로 재교육을 받는 사람들에게 ‘긍정적 강화(교육의 한 방법으로,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보상하는 것)’의 영구적인 자원을 제공하는 방법을 고려했다. 이러한 해결책들은 (직원들의) 재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어떤 방식으로 회사들에게 이익이 되고 ROI(투자수익률)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무중력 비행을 하고 있는 피터 디아만디스. 그는 장수, 우주, 교육을 망라한 20곳 이상의 회사를 만들었다. ⓒ피터 디아만디스 제공

‘빠른 재숙련화’는 고임금 일자리를 위해 훈련하고 취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50%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회 과정에서 제시된 해결책 일부는, 미국 노동부와 연계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미국 노동자 5000명 이상에게 시범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최종 우승자는 2023년 1월에 발표된다. 엑스프라이즈 재단에 따르면, 최종 해결책이 미국 전역에서 채택될 경우 1200만 일자리를 위한 재교육 방식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 피터 디아만디스는 급변하는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숙련을 향상시키기 위해 AI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 발달로 혜택을 얻는 사람도 있지만,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처럼 손해 보는 사람도 있다.

일이 정확히 처리되지 않으면 항상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과거와 마찬가지로 기술 발전은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장기 데이터를 보면, 1인당 식량 생산 비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당히 감소했다. 수명이 늘어났다. 전반적으로, 기술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부유한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겠지만, 이전에는 ‘생존 모드’에 있던 수십억 명도 번영의 삶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기술 발전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필요하다고 보나?

확실히 더 살펴볼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다. ‘기브다이렉틀리(GiveDirectly)’는 현재까지 이뤄진 가장 큰 보편적 기본소득 실험 중 하나로, 케냐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들의 연구는 직접적인 현금 이체가 갖는 많은 이점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최선의 이익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기술이 인류가 못 푼 문제를 해결해줄까?

그렇다. 기후위기를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바꾸도록 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이 환경을 해치지 않고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동물보다는 실험실에서 키운 고기를 먹을 것이며 전기 비행기로 날 것이다. 건강관리 같은 분야의 AI를 보자. 곧, 당신은 전신 MRI 스캔을 매년 받게 된다. 건강관리는 예방이 되고 돈과 생명을 절약해줄 것이다.

당신은 의학 학위가 있다. 인공지능 의사가 진단을 잘못 내려서 사람이 죽으면 어떡하나?

이런 질문들은 부정적인 시각에서 나온다. 왜 당신은 ‘만약 인간 의사가 잘못된 진단을 내려서 사람이 죽으면 어떡하나?’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가? 이런 일은 항상 일어난다. AI의 경우, 잘못된 진단이 나올까? 그렇다. 하지만 내 생각엔 인간 의사가 잘못된 진단을 내리는 것보다 수백, 수천 번은 덜 만연할 것 같다. 게다가 AI 시스템은 학습할 것이다. 향후 10년 안에, AI는 이 일을 인간과 협력해서 하게 될 거다. 5년 안에, 우리는 인간 의사가 AI와 상의하지 않고 진단을 내리는 경우를 ‘의료 과실’로 간주할 것이다. 오늘날 MRI나 CT 촬영을 포함한 의료 검사에서 의사가 수집하는 데이터의 양은 그 어떤 인간이 분석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 AI 시스템은 인간이 볼 수도 없는, 매일 전 세계에서 발행되는 저널 기사 수천 개를 검토할 수 있다.

2020년 4월7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실업수당 신청서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피터 디아만디스는 노동자가 자신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AI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EPA

인공지능이 인간의 차별과 편견을 재생산하거나 증폭시킬 수도 있지 않나?

내 경험에 기초해 말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 우리는 AI와 신기술의 잠재적 문제점을 과대평가한다. 우리는 너무 비관적이고, 이 기술들이 얼마나 더 좋아져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지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스마트폰에 대한 당신의 기대를 지금과 비교해보라.

인공지능과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일이 너무 빨리 진행될 때, 우리는 ‘멈춰!’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이며 혁신을 억누른다. 정부는 창조적 기업가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만약 정부가 흥미로운 신기술을 규제한다면, 그 기업가들은 단순히 그 나라를 떠나 다른 곳에서 만들어낼 것이다.

향후 10년 안에 지난 100년보다 더 많은 발전을 경험할 거라 했다. 2030년은 어떤 모습일까?

다음 10년 안에, 우리는 지구상의 모든 산업을 재창조할 것이다. 그것은 대중의 부와 건강에 이익이 될 것이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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