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노조원들이 10월1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시사IN 조남진

지난 10월19일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노동조합은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직장 내 괴롭힘 해결 촉구 회견’을 열었다. 지난봄, 서울시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20·30대 청년들을 공략하는 선거구호들을 쏟아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서울시 청년들을 지원해왔던 청년활동지원센터의 청년 노동자들이 거리에 서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보일러도 없는 상가 원룸에 살며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하던 H는 틈틈이 웹 소설을 썼다. 전문적인 글쓰기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버는 돈으로는 생활비와 월세를 감당하기도 벅찼다. 그러다 서울시 청년수당제도를 알게 되었다. 서울시 청년수당제도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세부터 34세 미취업 청년에게 6개월간 월 50만원을 지급하고 심리상담, 진로탐색, 지역별 청년모임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청년수당을 받게 된 H는 문화센터 글쓰기 강좌에 등록하고 아르바이트도 계속했다. 편의점 김밥과 컵라면 대신 양이 넉넉한 도시락도 사먹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옷도 샀다. 그러자 거리에 나가도 덜 위축되었다. 지금도 H는 웹 소설을 쓰며 아르바이트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취업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에 갇혀 있지 않고 병원에 가서 공황장애 치료를 받고 운전면허도 땄다. 취업 재교육도 받고 있다.

어떤 이들은 청년수당이 청년들의 취업 의지와 자립심을 꺾고 편의점만 배불리는 쓸데없는 돈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청년수당은 H에게 희망을 길어 올릴 마중물이었고 버팀목이 되었다.

청년활동지원센터는 서울시 위탁업체다. 다른 청년정책이 주로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는 것과 달리 진로탐색, 자기이해, 마음건강 지원사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청년들의 사회 진입을 돕는다. 청년수당제도도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가 처음 시작했다. 지난 7월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는 새 수탁 법인과 계약을 맺었다. 이후 고용노동부 ‘민간 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및 ‘서울시 민간 위탁 관리지침’에 따라 직원 26명에 대한 고용승계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수탁 법인이 임명한 센터장이 부당징계, 무리한 인사발령을 일삼으며 직원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사회가 청년을 정치적 대상으로만 여길 때

노조 측에 따르면, 특히 9월13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에서 청년사업 등을 맡은 민간 위탁기관들을 혈세 낭비의 주범으로 지적한 이후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노조의 알림 게시판이 철거됐다. 노조의 간담회 요청도 계속 묵살됐다. 신규 채용 인력 대상의 노조 안내 및 교육시간을 빼고, 팀장들은 팀원들에게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말라는 지시도 했다. 고용승계 인력과 신규 채용 인력 간 처우를 달리하고 임금체계도 다르게 적용했다. 센터 공개채용 절차에 응하여 입사한 노동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부당한 업무 지시를 하고, 무시하거나 협박하는 발언을 일삼는 것은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다. 일련의 일이 벌어진 뒤 고용승계된 26명 중 퇴사를 했거나 퇴사를 앞두고 있는 사람이 9명이다.

팬데믹 시기에도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20대의 죽음 중 자살이 50%가 넘었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는 지난해 12월 ‘서울시 청년보장 포럼’을 열고 ‘코로나19가 청년의 이행 경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사회가 청년들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는 않고 정치적 대상으로만 여길 때, 센터의 청년들은 또래들의 고통과 위기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런데 이제 그 청년들이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는 우선 청년활동지원센터의 청년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직장 내 괴롭힘을 멈추게 해야 한다.

기자명 김중미 (작가·기찻길옆작은학교 상근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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