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그림

학생 중심 교육을 가로막는 학교 현장의 모순점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학교라는 ‘공간’의 질이다. 2018년 7월2일 조달청은 ‘2017년도 공공건축물 유형별 공사비 분석’이라는 자료집을 발간했다. 공공건축물의 평균 공사비는 1㎡당 213만원이었다. 전시 시설(234만~305만원/㎡), 의료시설(265만~267만원/㎡), 연구소(244만~264만원/㎡)는 마감재와 설비 시스템 사양을 고급화하며 공사비가 높게 나타난 반면, 창고(112만원/㎡), 공장(153만~163만원/㎡) 등 건축구조가 단순하고 표준화된 건축물은 공사비가 낮았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초중고 교사 건축비는 얼마일까? 초등학교는 1㎡당 171만~181만원이고 중고등학교는 1㎡당 172만~189만원이었다. 반면 어른들이 생활하는 일반 청사는 200만~240만원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발달단계를 거치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학교에 공장, 창고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공사비를 들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본질을 압도하는 행정이다. 학교 주관 교복 공동구매 업무라는 것이 있다. 다양한 외부업체의 능력을 공정하게 판단하여 양질의 교복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학교가 공동구매를 책임진다. 각종 행정·재정적 절차가 복잡하여 지역 교육청의 공문과 업무 매뉴얼에 따라 일을 추진해야 한다. 절차를 어기는 순간 교사는 감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업무 매뉴얼은 약 150쪽이다. 80쪽인 〈시사IN〉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매뉴얼 책자는 사진이나 그림이 배제되고 텍스트와 각종 표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과후 학교 업무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는 3개월마다 방과후 프로그램 수요를 조사하고, 강사 모집 공고를 내고 면접하고 채용한다. 학생에게 방과후 프로그램 안내장을 배부하며, 신청자를 접수하고, 수업료와 재료비 납입 여부를 확인하고 독촉한다. 방과후 학교 공개수업을 안내하고, 프로그램 중간 취소 시 강사비 환불 조치를 한다. 방과후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를 하고, 이를 강사 채용에 반영한다. 각 방과후 강사의 근무태도 관리도 교사 몫이다. 이 모든 과정을 1년에 4회, 분기별로 반복한다. 절차가 복잡한 만큼 매뉴얼도 두껍다. 약 250쪽에 이른다.

교사들이 각종 학교 업무를 기피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절차의 복잡성 때문이다.

초등 1학년 교과서의 어휘는 누구를 기준으로 구성되었나

세 번째는 학습 격차다.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로 인한 학습 격차는 교육과정의 문제일까, 교사의 책임일까?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보호자와 저녁을 함께 보내는 아이들은 대부분 한글을 습득하고 다양한 분야의 고급 어휘를 사용하는 부모와 상호작용한다. 반면 낮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불안정한 직장을 가진 보호자와 저녁을 보내는 아이들은 한글 미해득 상태에서 적은 수의 어휘만으로 부모와 상호작용한다. 학교 입학 이전부터 계층 간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사용하는 어휘는 미해득 아동을 기준으로 구성되었을까, 아니면 각 교과 전문가들의 교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구성되었을까? 초등 1·2학년 학생들은 ‘안전한 생활’을 공부한다.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안전 관련 내용을 대부분 한자어로 표현한다. 한글을 깨치지 못한 아이들은 또래에 비해 이해 속도가 늦고 따라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교과서에 활용되는 어휘의 수준에 맞춰 아이들의 이해력이 함께 확대 심화되지 않는다.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격차를 보정해야 할 학교 교육이 오히려 격차를 심화시키는 셈이다.

과연 교육과정은 발달의 위계에 맞추어 학생 통합적 관점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학생 중심 교육을 실현하려면 학교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자명 천경호 (성남서초등학교 교사·실천교육교사모임 부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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