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

며칠 전 생일이었던 ‘셀럽맷(이지희, 36)’은 청취자들이 선물해준 피규어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7000명 같은 화력을 보여주는 70여 명의 팬들이 손편지와 선물, 케이크를 살뜰하게 챙겨준 것이다. 연예인도, 가수도 아니다. 셀럽맷은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영노자)〉를 제작하고 진행하는 평범한 일반인이다. 〈영노자〉는 한 달에 많게는 150만명, 적게는 80만명이 듣는 팟캐스트다. 2017년부터 제작을 시작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꿈꾸던 그는 ‘누가 나와도 편안하게 자기 얘기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베테랑 방송 진행자가 되었다.

‘영혼의 노숙자’라는 이름에 대해 물었다. 독일에서 유학하던 때 벼랑 끝에 선 것처럼 힘들고 외로워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그땐 그 집이 한국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온 셀럽맷은 여전히 ‘집에 가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내 영혼에 집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그렇게 방송 제목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어떨까? 거침없이 성장한 콘텐츠 제작자로서 튼튼하고 커다란 집을 지었을까? “‘눈물 닦으면 다 에피소드’, 이 말이 저를 관통하는 말이에요. 지난해에도 방송이 잘된 편이었는데, 정말 힘든 때가 왔어요. 큰 무대에서 섭외도 들어왔는데 도무지 못하겠더라고요. 여전히 힘들 때가 있지만 ‘그래. 지나갈 거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잘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생각해요. 삶은 계속되는데 안 그러면 앞으로 가기가 힘들잖아요.”

방송에서 만나는 게스트들도 그에겐 원동력이 된다. 오랜 친구 드라마퀸, 굉여, 뿌수미, 뮤지션 이반지하, 이랑, 오지은, 영화감독 김보람. 이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 창작자들이 방송을 함께 만든다. “이렇게 멋있는 여성들이 많구나 감탄하고 감동받아요. 예전엔 제가 주목받고 싶기도 했어요.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분들 이야길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멈추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들을 “계속 눈에 담고 싶기” 때문이다.

〈영노자〉는 웃음이 많은 방송이다. 여성들이 살아가며 겪는 일상의 단편들을 모아 유머로 엮고 가볍게 툴툴 터는 여유를 놓지 않는다. 셀럽맷은 ‘웃을 수 있는 힘’을 믿는다. 누군가를 비하하고 조롱하며 만드는 웃음이 아니다. 힘든 일상에서 자신을 살게 하는 마음의 끈기 같은 웃음이다. “속상하고 지치는 일이 많잖아요. 그래도 웃을 수 있으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방송을 듣고 한 번이라도 웃고,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제 목표이고 제 역할인 것 같아요.”

‘맷집’이란 애칭으로 부르는 청취자들이 그에게 어떤 존재인지 물었다. “저라는 사람을 너무 아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뭘 해도 지지해주고 힘들어하면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알게 됐다는 그. 때로는 풍찬노숙 생활을 하는 마음일지라도 그가 아주 오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란 믿음이 들었다. “팟캐스트계의 송해 선생님이 되겠다”라는 셀럽맷의 진짜 이야기는 매주 〈영노자〉 방송을 통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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