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3일 식약처는 휴마시스와 SD바이오센서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제품에 조건부 허가를 내주었다. ⓒ시사IN 신선영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출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4월23일 SD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 두 업체의 제품에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임신 테스트기처럼 약국과 편의점에서 구입해 직접 검사를 하고 15~20분이면 결과를 알 수 있다. 가격은 9000원~1만원이다. ‘일반 시민들이 손쉽게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반응이 언론 등에서 쏟아졌다.

4월30일 질병관리청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자가검사 안내’ 지침서를 배포했다. 4월23일 식약처 역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조건부 허가 질의·답변’이라는 문서를 별도로 만들어 발표했다.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참고할 수 있는 일종의 ‘자가검사키트 가이드라인’이다. 그런데 방역 당국의 지침을 꼼꼼히 읽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되도록이면 자가검사키트를 쓰지 말고 ‘유전자증폭 검사(PCR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자가검사키트 사용 대상을 ‘코로나19 바이러스 (의심) 증상자’ ‘호흡기 감염 증상이 있는 개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는 권고하지 않는다. 검사 원리상 바이러스 농도가 적은 무증상자는 결과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증상자의 경우도 선별진료소 등을 찾아 PCR 검사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자가검사키트는 PCR 검사를 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보조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유증상자가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해 양성이 나오면 지체 없이 PCR 검사를 해야 한다. 자가검사키트에서 음성이 나오면 어떨까. 그 경우에도 증상이 있으면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식약처와 질병청의 권고를 도식화하면 〈그림 1〉과 같다. 증상이 없다면 자가검사키트를 써서는 안 되고, 증상이 있다면 어차피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부정확한 검사법과 부정확한 검체의 만남

지침에 나오는 문구를 살펴봐도 자가검사키트의 쓰임새는 영 모호하다. 식약처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조건부 허가 질의·답변’ 문서를 통해 자가검사키트 사용 시 주의 사항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제품 사용 이전이나 결과와 무관하게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경우는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질병청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자가검사 안내’에 “자가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도) 검사 대상자가 감염되지 않았음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SD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가 자사 제품에 동봉한 제품설명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본 제품의 결과만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없”고 “본 제품을 이용한 비강 검체의 임상적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한다. 자가검사키트를 쓰라는 것일까, 말라는 것일까.

방역 당국 처지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는 100% 신뢰를 보내기 어려운 검사법이다. 도입을 반대했던 전문가 그룹에서는 “부정확한 검사법과 부정확한 검체가 만난 제일 나쁜 조합”이라고 말한다. 자가검사키트는 이미 출시된 ‘신속항원키트’를 일반인용으로 개량한 형태다. 본체라고 할 수 있는 ‘테스트기’는 신속항원키트와 동일하다. 달라진 건 검체이다. 본래 신속항원키트는 기다란 면봉을 이용해 콧구멍 안쪽의 뒷벽에 해당하는 ‘비인두’에서 상피세포를 긁어내 검체로 이용했다. 선별진료소에 PCR 검사를 받으러 가도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한다. 반면 자가검사키트는 코 안쪽 1.5~2㎝ 부위인 ‘비강’에서 검체를 채취한다(〈그림 2〉 참조). 그동안 신속항원키트는 전문가용으로만 승인이 났기에 훈련받은 의료인이 검사 대상자의 비인두까지 면봉을 밀어 검체를 채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가검사를 하는 일반인이 이렇게 하기는 어렵다. 그런 이유로 자가검사키트는 비인두 검체가 아닌 비강 검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출시되었다.

진단검사 전문의들은 비인두 검체에 비해 비강 검체의 정확성이 10~20%가량 낮아진다고 설명한다. 비인두는 호흡기가 시작되는 곳으로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초기부터 바이러스 증식이 일어난다. 이렇게 증식이 일어난 뒤 콧물을 통해 바이러스의 일부분이 비강으로 흘러나온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과 증식에 대해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비강 검체는 비인두 검체보다 바이러스 농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고, 결국 부정확한 검사 결과로 이어진다.

‘신속항원키트’ 자체의 성능에 대해서도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비인두이든 비말이든 검체의 종류와 상관없이 검사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코로나19 검사의 표준으로 쓰이는 ‘PCR 검사’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증폭해 감염 여부를 알아보는 방식이라 무증상이나 경증 감염처럼 바이러스 양이 적은 경우에도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신속항원키트’는 바이러스의 단백질(항원)을 검출하는 방식의 검사법이다. 단백질은 유전자처럼 증폭할 수 없어서 검사 대상자가 가진 바이러스 양에 따라 검사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평가에 따르면 PCR 검사는 바이러스 양이 180~1000개 정도면 양성 확인이 되지만 신속항원검사는 200만 개가량 되어야 검출이 가능하다.

SD바이오센서의 제품은 국내에서 제일 처음으로 식약처 사용승인을 받은 신속항원키트이다. 지난해 11월11일 전문가용 키트(비인두 검체)로 승인을 받았고, 지난 4월23일 자가검사용 키트(비강 검체)로도 쓸 수 있도록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세계적인 제약사 로슈에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 형태로 코로나19 신속항원키트를 납품할 만큼 기술력도 우수한 편이다. 그러나 이 제품조차 검사 대상자에 따라 ‘민감도’ 차이가 크다(〈그림 3〉 참조). 민감도는 양성을 가려내는 성능을 뜻하는데,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진단에서는 특이도(음성을 가려내는 성능)보다 민감도가 중요하다. SD바이오센서가 식약처에 제출한 임상 평가에서는 민감도가 90%였다. 유증상자만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이다. 반면 무증상과 경증 환자 등 다양한 케이스가 포함된 평가에서는 민감도가 41.5%(대한진단검사의학회), 17.5%(서울대병원)까지 떨어졌다. 민감도가 40%라면 PCR 검사로 찾아내는 확진자 10명 가운데 6명은 가짜 음성이 나온다는 뜻이다.

여기까지 언급한 수치도 그나마 모두 콧구멍 안쪽 깊숙이 찔러 넣어 채취하는 비인두 검체를 이용한 평가이다. 콧구멍 입구에서 채취하는 비강 검체로 성능을 알아본 국내 임상 평가는 아직 없다. 식약처는 3개월 내에 비강 검사 자료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SD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 제품에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두 업체의 제품은 몇몇 국가에서 이미 일반인 대상 자가검사키트로 판매되고 있었다. SD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는 이를 통해 얻은 비강 검체 임상 평가 결과를 4월 조건부 허가 당시 우선 식약처에 제출했는데 민감도는 각각 82.5%와 92.9%였다. 하지만 이 역시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유증상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시중에서 나타나는 민감도와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는 영국의 한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바탕으로 무증상자가 자가검사로 신속항원키트를 사용했을 때 민감도는 3%로 추정된다는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SD바이오센서의 신속항원키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식약처 사용승인을 받았다. ⓒ연합뉴스

방역 일선이 아닌 정치권의 논의

‘자가검사키트’ 도입 논의의 물꼬를 튼 곳은 방역 일선이 아니라 정치권이었다. 4월7일 재보궐 선거 직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형 상생방역’을 들고 나오며 자가검사키트가 이슈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자가검사키트는 야당만의 아이템이 아니었다. 여당과 정부 핵심 인사들도 자가검사와 신속항원키트 도입을 검토하라는 주문을 줄기차게 해왔다. 지난해 12월14일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국민 누구나 손쉽게 신속진단키트로 1차 자가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정밀검사를 받게 하면 어떨지 논의할 시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4월6일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방대본(질병청)에서는 의심 증상이 있는 국민들이 빠짐없이, 편리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전향적인 대안을 강구해달라”라고 했다.

4월12일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는 자가검사키트 도입 계획이 구체적인 안건에 올랐다. 스스로 검사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비강 검체를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계획이 확정됐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숨은 감염자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선제검사를 더욱 확대하고 다양한 검사방법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라.” 그리고 2주가 지나지 않은 4월23일 식약처는 자가검사키트 제품 2개를 조건부 허가했다.

4월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방역 대책이 전개된 배경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카드를 쉽사리 꺼내들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영업제한 조치가 가해진 일부 업종에서는 반발이 나오며 정부로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선택이 유행 초기에 비해 훨씬 더 까다로워졌다. 부정확한 검사라도 횟수를 늘린다면 확진자를 1명이라도 더 찾아낼 수 있고, 그러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지 않아도 유행세를 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자가진단키트 도입에는 반영돼 있다.

과연 확장적인 진단검사 정책으로 코로나19 유행을 관리할 수 있을까? 더 많은 검사는 항상 더 이로울까? 국내 감염병 진단검사 분야의 권위자인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검사가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영국이 PCR 검사뿐만 아니라 신속항원키트, 자가검사키트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대규모로 검사를 한 국가이다. 1인당 검사 횟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예방접종 전까지는 유행이 거의 통제되지 않았다. 시의적절한 방역 조치와 정확한 검사, 역학조사 등이 같이 가야 한다. 검사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신할 수는 없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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