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라디오 인기 프로그램들. 〈뉴스공장〉 청취율은 2018년 이후 10% 이상을 유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2월21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장이 되면 바로잡을 건 잡아야 한다. TBS에 예산 지원을 안 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언론답게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보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 것이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슈였다. 후보들뿐만 아니라 야권 전반에서 TBS의 ‘정치 편향’을 공격했다.

오 후보가 시장에 당선된 현재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4월9일 청와대 국민청원은 TBS 라디오 인기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을 겨냥한다. 2016년 시작된 〈뉴스공장〉은 정치·시사 분야 프로그램인데, 청취율 종합 순위 1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2018년 이후로 청취율이 1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국민청원인은 ‘김어준 편파 정치방송인 교통방송에서 퇴출해주세요’라는 게시물에서, ‘서울시 교통방송은 서울시 교통 흐름을 파악하는 방송인데 김어준은 특정 정당만 지지하며 선거나 정치에 깊숙이 관여한다. 변질된 교통방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썼다. 나흘 만에 청원 동의 20만명을 넘겼다. 4월15일 기준 27만5000명이 동의했다.

〈뉴스공장〉 자체가 뉴스가 되는 현실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지지자와 반대자로 갈려 여론이 양극화하고 있다. 주요 논점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서울시가 TBS 편성이나 예산, 인사에 관여할 수 있나?

편성 권한은 없다. 예산이나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TBS의 공식 명칭은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다. 이전의 지위는 서울특별시 산하 사업소, 대표자는 서울특별시장이었다. 서울시 산하 조직이 아닌 독립재단인 이상 방송국 외부의 서울시에서 TBS 편성에 관여하기는 어렵다. 예산은 개입 여지가 있다. 재단 수입의 70%가 서울시 출연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예산편성권은 서울시가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TBS 예산을 삭감하기는 쉽지 않다. 편성된 예산은 서울시의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 시의원 109명 가운데 절대다수인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오 시장의 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인사권 행사의 폭도 제한적이다. 서울시장은 TBS 이사장과 대표 등을 임명하는 임원추천위원회 7명 가운데 2명을 추천할 수 있다. 여당 다수인 시의회(3명)와 TBS 이사회(2명)가 나머지를 임명하는 구조다.

TBS는 교통방송이다. 교통방송이 시사·정치를 다뤄도 되나?

이런 비판이 나오는 근거는 방송법이다. 법적으로 각 방송은 보도·교양·오락을 두루 다루는 ‘종합편성’과 특정 분야를 편성하는 ‘전문편성’으로 나뉜다. 방송법과 시행령에 따라 전문편성 방송사업자는 ‘보도’ 프로그램을 다룰 수 없다. 허가받은 분야 외에 부수적으로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은 교양과 오락 분야뿐이며 그 비율도 한계가 있다. 국민청원자를 비롯해 TBS의 시사 방송을 비판하는 이들은 TBS가 전문편성 방송사업자라고 여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발급한 TBS의 지상파방송국 허가증에는 이 방송국의 FM방송 사항이 ‘교통, 기상방송을 중심으로 한 방송사항 전반’이라고 적혀 있다.

‘방송사항 전반’이 ‘종합편성’과 ‘전문편성’ 가운에 어느 쪽에 가까운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비판자들은 TBS가 교통·기상 분야 전문편성 사업자이고 전문편성 사업자는 시사 보도를 할 수 없으므로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TBS의 시사 보도는 불법 방송이라고 주장한다.

4월7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앞줄 가운데)가 출구조사 결과 확인 후 안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법 논란이 있다면 TBS 보도 프로그램은 어떻게 유지되어온 건가?

이에 대해 TBS는 방통위 허가증의 취지가 다르다고 항변한다. 4월6일 보도자료에서 “TBS는 1990년부터 줄곧 교통과 기상을 중심으로 한 방송사항 전반에 대해 허가를 받았고 ‘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통위에 보고했다. (…) (방통위가) TBS에 금지하고 있는 것은 상업광고 방송뿐”이라고 밝혔다. TBS는 허가증상 ‘방송사항’ 이상으로 핵심적인 대목이 ‘부관사항’에 실려 있다고 주장한다. 도로교통공단이 운영하는 TBN(한국교통방송) 허가증이 예시다. TBS와 TBN 허가증 모두 ‘교통, 기상방송을 중심으로 한 방송사항 전반’이 방송사항이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TBN 허가증 부관 사항에는 ‘방송편성에서 보도를 제외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TBS 허가증에는 이런 문구가 없다.

허가증 문구를 둘러싼 해석 분쟁이 진행 중인 건가?

사법부와 방통위가 TBS 주장에 무게를 실어준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재판장 이동욱)는 ‘TBS는 종합편성 사업자’라고 판시했다. ‘교통·기상 방송을 중심으로 한 방송사항 전반’이라는 허가증 문구 가운데 “특정 방송 분야로 한정하여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 ‘방송사항 전반’을 허가받았다”라고 해석한 것이다. 법원은 TBS와 달리 보도 금지를 정해둔 방통위의 TBN 허가증도 근거로 들었다. ‘TBS는 중앙 정치를 논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이준호 전 TBS 대표 기고문을 실은 〈조선일보〉는 TBS와의 소송에서 패소했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역시 2019년 국정감사에서 “방송법 분류상 TBS는 지상파 라디오로 (시사 보도는) 방송법에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2017년 이효성 당시 방통위원장은 TBS의 보도 방송이 실정법 위반이라고 인정했다던데?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4월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7년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이효성 위원장이 실정법 위반이라고 했습니다. (…) 실정법 위반 맞고 관행으로 시사·보도해왔다는 게 허가 기관장의 답이다”라고 썼다. 박 의원이 언급한 방통위 국정감사는 2017년 10월13일에 실시됐다. 이날 이 전 위원장은 “서울교통방송(TBS)이 뉴스와 정치 대담 프로그램을 할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불가능하죠?”라는 김경진 의원의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그는 “CBS(기독교방송)와 같이 (TBS도) 전통적으로 보도를 해오다가 관행으로 굳어져 실정법에서는 금하고 있지만 관행으로 허용되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같은 날 당시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교통방송에서 하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불법이다’라고 답변하셨나요?”라고 묻자 “그렇게 답변한 적은 없습니다”라고 답한다. 오전에 TBS가 전문편성이라고 말한 그는 오후엔 “TBS가 종합편성 사업자인지 전문편성 사업자인지 명시적으로 구분이 안 되어 있다” “CBS, TBS처럼 (보도를 해온) 역사와 관행도 생각해보겠다”라는 말도 했다. 같은 날 모순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이다.

방통위의 입장은 무엇인가? 위원장이나 정부 방침에 따라 바뀌는 것은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방통위는 TBS의 보도 방송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현재 방통위는 TBS가 종합편성인지 전문편성인지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으로 종합·전문 편성 분류가 도입되기 전인 1990년 개국했기 때문이다.

개국 이래 줄곧 TBS는 ‘교통, 기상방송을 중심으로 한 방송사항 전반’을 방송하겠다고 방통위에 밝혀왔고, 허가받았다. 실제로 30여 년간 보도 방송을 해왔다. 방통위는 1954년 개국한 CBS 등 성격이 비슷한 방송사업자에 대해 TBS와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사IN〉과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법체계에 따라 전문편성 사업자가 되어 수십 년간 해온 보도 프로그램들을 전부 폐지하라’고 하는 게 가능하겠나?”라고 되물었다. 2017년 국감에서 언급된 ‘역사와 관행’은 현행법에 어긋나는 행위인지도 모호한 데다 사업자의 신뢰 보호와도 직결된다. 그래서 방통위는 개별 방송국의 이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부관 사항에 부연하는 등의 방식으로 달리 규제한다.

2020년 10월8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타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과 달리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TBS 프로그램은 편향 논란이 있다.

‘방송이 편향되어 있다’는 것, ‘그 편향이 부당하다’는 것, ‘부당하게 편향된 방송을 제재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아주 넓게 본다면 어떤 방송도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민주당 주장과 국민의힘 주장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만 편향이 아니다. 예컨대 부동산정책을 다루는 방송을 두고서 집이 없는 사람과 다주택자가 느끼는 편향성은 다르다. 어디론가 치우칠 수밖에 없다면 그 방향이 합리적인지 판별해야 한다. 코로나19 방역에 큰 구멍이 뚫렸다면 이 점을 중점적으로 지적해야 ‘올바른 편향’이다. 부당하게 편향된 방송을 제재하려면 객관화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고 전후 사정도 살펴야 한다. 야당 인사들과 일부 언론은 〈뉴스공장〉 패널 중 친정부·친여권 인사의 비율이 높아 편파적이라고 주장한다. 〈뉴스공장〉 제작진은 “야당 의원과 지자체장들이 번번이 출연을 거절한 결과”라고 반박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에 오세훈 후보 역시 〈뉴스공장〉 섭외를 거부했다.

〈뉴스공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수차례 받았다. 부당한 편파성 때문 아닌가?

〈뉴스공장〉은 201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6차례 제재를 받았다. 2017년 11월24일 야권 통합 논의를 둘러싼 국민의당 자체 여론조사에 대해 “실제로 그럴 수도 있고 자체 조사는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서 발표할 때도 있긴 하다”라고 말해 ‘경고’ 조치를 받았다. 지난해 5월25일에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 ‘배후설’을 제기해 ‘주의’ 조치를 받았다. TBS는 방심위의 나머지 제재 4건(경고 1건, 주의 3건)에 대해서는 “출연자의 돌발 발언이나 출연자가 제시한 자료 오류에 의한 것이며 법정 제재는 2019년 2건, 2020년 1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해명했다. 편파성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사실관계 오류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TBS가 변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책임감을 이야기한다. 이재국 성균관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예컨대 〈다스뵈이다〉나 〈나는 꼼수다〉 같은 팟캐스트 진행자 김어준과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이 지는 책임은 수준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구독자가 선택적으로 듣는 팟캐스트와 달리 지상파 방송은 누구든 수신기만 있다면 듣게 된다. 방송의 편향이 수용자를 설득해 기존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지를 두고서 언론학계에는 부정적 연구가 많다. 하지만 의제 설정이 영향을 미치는 효과는 분명하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TBS 역시 지상파 방송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 역시 “보수 언론이나 야권에서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서울시민들이 원하는 일정 수준의 질을 담보하고 스스로 자정하는 과정은 분명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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