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3일 포스코 규탄 청년학생 공동행동 준비위원회가 서울 포스코 역삼타워 앞에서 미얀마 군부와 결탁한 포스코를 규탄하고 미얀마 가스전 사업 대금 지급 보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미얀마 시민단체인 저스티스포미얀마(Justice for Myanmar)는 3월22일 미얀마 군부 카르텔의 해외 연결고리 중 하나로 한국의 철강그룹인 포스코를 지목했다. 이 단체가 공개한 ‘군부 카르텔 지도’를 보면, 포스코는 미얀마 군부의 자금원인 이 나라의 여러 산업들(철강·가스전·관광 및 임대·광산·연금기금·금융)과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지도는 미얀마 군부의 자금 흐름을 그린 것이다. 저스티스포미얀마는 포스코에 대해 “미얀마 군부의 대량학살, 전쟁범죄, 반인륜 범죄의 주요 후원자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저스티스포미얀마는 전 세계에 걸친 미얀마 군부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추적해왔다. 미얀마의 산업을 지배하는 군부는 국내외 150여 개 기업과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다. 저스티스포미얀마는 이 카르텔이 군부를 지탱하는 경제적 동력이라고 본다. “이런 사업은 반인륜 범죄의 자금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 기업과 투자자들을 압박하고 보이콧 운동을 하여 카르텔을 해체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저스티스포미얀마’ 홈페이지).”

국제사회는 ‘반인륜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로 규정된 행위에 대해 ‘국가주권(sovereignty)’을 넘어 국제적 차원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합의하고 있다. 반인륜 범죄에 대해서는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비칠 만한 일까지 허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민간인 학살과 침략전쟁이 바로 이 반인륜 범죄에 해당된다. 특정 국가의 정부가 자국 시민을 학살한다면, 국제사회는 그 책임자를 국제 법정에 세울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전범들을 심판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으로 형성된 국제규범이다. 이 규범에 따르면, 외국 정부나 기업 또는 개인이 다른 나라 정부의 반인륜 범죄를 후원하는 행위도 반인륜 범죄로 해석될 수 있다. 4월12일 저스티스포미얀마 대변인 야다나 마웅 씨에게 포스코와 미얀마 군부의 관계를 물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미얀마 군부 카르텔 중 하나로 포스코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1년 전 저스티스포미얀마 캠페인을 시작하면서부터 포스코를 추적했다. 포스코는 군부의 가장 중요한 사업 파트너다. 가스 생산, 중국과 미얀마의 에너지 파이프라인, 철강 생산, 군부 소유의 롯데호텔 등을 통해 미얀마 군부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둘의 밀접한 관계는 주력 산업과 무관한 ‘호의’를 베푼다는 사실에서도 발견된다. 최근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의 군함 구매를 대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대우인터내셔널이 포탄 공장 설비, 기계, 기술 자료를 미얀마에 수출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미얀마 군부의 만행에 오랫동안 가담해왔다.

미얀마에서 포스코에 대한 여론은 어떤가?

포스코가 군부와 공모한다는 대중의 인식이 쿠데타 이후 높아지고 있다. 석유와 가스는 군부의 최대 수입원이다. 얼마 전 미얀마 임시정부 격인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가 포스코 회장에게 가스전 사업 대금 지급을 중단해달라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포스코는 무시했다. 이것은 미얀마 시민에 대한 모욕이자 포스코의 미래 사업에 대한 큰 위험신호다. 미얀마에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이익을 위해 군부 편에 섰다는 사실을 미얀마 시민들이 지켜봤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이 현재 군부의 ‘돈줄’이라고 지적했는데.

포스코는 미얀마 경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 수익금 가운데 2억 달러 정도가 미얀마 정부로 흘러 들어갔다. 포스코의 가스 사업 협력사는 미얀마의 국영 석유가스회사인 MOGE(Myanma Oil and Gas Enterprise)다. 이 MOGE가 군부 통제하에 있다. MOGE를 통해 군부로 돈이 흘러가는 구조다.

포스코가 어떤 조치를 하길 원하나?

유엔의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과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다국적기업이 해당 국가 내의 인권침해에 직접이든 간접이든 기여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미얀마 군부는 현재 반인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미 민간인 수백 명을 살해했고 자의적 체포와 고문을 자행하고 있다. 포스코가 평상시처럼 계속 사업을 하고 가스전 사업 대금을 지불한다면 군부의 반인륜 범죄에 기여하게 된다. 유엔과 OECD가 규정한 인권보호 책임에 대한 위반이다.

포스코는 군사정권을 지지하거나, 혹은 ESG(기업의 환경, 사회적 영향과 지배구조를 경영평가 요소로 반영하는 것)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미얀마 시민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가 미얀마 원유탐사 작업을 중지했고, 말레이시아 석유회사 페트로나스도 예타곤 천연가스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그러나 4월12일 보도에 따르면 포스코는 가스전 개발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미얀마에 두 번째 심해 시추기를 보낸다고 한다(한편 미얀마 군부 소유 기업인 미얀마경제홀딩스(MEHL)와 합작 사업을 벌여 왔다는 비판을 받은 포스코강판(C&C)은 4월16일 “MEHL과의 합작 관계를 종료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스티스포미얀마가 공개한 ‘군부 카르텔 지도’ 영상의 한 장면. 3월22일 이 단체는 미얀마 군부 카르텔의 해외 연결고리 중 하나로 포스코를 지목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정권과 상관없이 사업을 해왔고, 수익은 미얀마 국책은행으로 직접 들어가므로 군부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군부는 2월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포스코가 대금을 지급하는 국책은행도 군부 통제하에 있다. 포스코도 이를 부인할 수 없다. 군부와 연관된 사업이라면, 이와 관련된 돈은 범죄 자금이 되거나 부패의 자원으로 활용될 위험이 크다. 군부가 국가 재산을 훔치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하다는 사실을 포스코가 모를 리 없다. 포스코가 미얀마 진출을 통해 창출하는 부와 재산은 이 나라 국민에게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닌가. 미얀마 민주주의가 회복될 때까지 그 수익은 ‘보호 계좌(protected account)’에 보관해두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와 CRPH의 요구다(이에 대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대금 지급 중단은 중요한 계약위반으로 (그렇게 할 경우) 가스전 사업권 박탈이 확실시되며, 사업에 관여하는 수많은 거래처 및 소액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당사에 대한 책임 제기 및 소송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가스공사도 슈웨 가스전 사업에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한국의 공기업이다. 한국가스공사가 인권침해에 부역하는 상황은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 이 투자가 한국 국민의 이름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충격적일 것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018년 모아타마호를 미얀마 군부에 구매 대행해준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미얀마 군대에 판매된 상륙수송함(LPD, 모아타마호를 지칭)은 군함이다. 포스코가 뭐라고 해명하든 군사적 목적의 군함임을 부인할 수 없다. 미얀마 군 당국이 이 배를 군사작전에 활용하기 위해 취역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이 배를 수송함으로써, 포스코는 군부의 범죄를 도운 셈이다. 배를 인도한 시점이 2017년 군이 로힝야족을 상대로 집단학살, 성폭행, 마을 파괴, 강제 추방 등 제노사이드를 저지른 직후였다. (우리로서는) 포스코와 한국 정부가 미얀마 군이 이 배를 어떻게 사용할지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국제적인 인권 의무를 저버리고 미얀마 군과의 거래를 선택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미얀마 국민을 위험에 빠트렸다.

한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해야 할까?

많은 한국인들이 미얀마의 민주화 투쟁에 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한국 정부와 포스코, 한국가스공사는 미얀마 시민과 한국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미얀마에서 자행되고 있는 반인륜 범죄에 공모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특히 한국가스공사와 한국 정부는 슈웨 가스전 프로젝트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잔학 행위에 대한 한국의 지원을 중단하고, 미얀마 시민들과 협력하는 데 이 영향력을 사용하기 바란다. 한국 역시 독재정권을 경험했다는 걸 알고 있다. 군사정권에 다양한 방식으로 연루되어 있는 외국 정부와 기업의 관계망을 끊기 위해 여러분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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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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