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13번 마을버스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문 앞 임시 버스 정류장을 떠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4월6일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문 앞, ‘임시 버스 정류장’이라고 쓰인 현수막은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색이 바랬다. 노원13번 마을버스를 모는 운전기사 이 아무개씨(71)가 정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개학한 거 맞죠? 학생들이 많이 안 다니니까 알 수가 없네.”

코로나19가 터진 지난해 초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외부인 출입금지’ 방침을 세웠다. 원래 캠퍼스 안까지 들어가 정류소 3개를 더 돌고 나오던 노원13번 마을버스도 정문 앞에서 멈춰서야 했다. 대신 정문 앞에 ‘임시 버스 정류장’이 생겼다. 대학 근처 지하철역인 1·6호선 석계역과 7호선 공릉역까지 학생들을 실어 나르던 ‘비공식 셔틀버스’의 발이 묶였다. 학생들의 불편함도 컸지만, 노원13번 마을버스를 운영하는 운수회사의 경제적인 타격도 컸다. 지난 3월에 월급을 받지 못했다는 운전기사 이씨는 사흘 뒤 돌아오는 4월 월급날을 생각하면 기운이 빠진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서울시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서울 시내 마을버스 중 가장 큰 이용객 감소율을 보인 노선이 바로 노원13번이다. 2019년에 비해 승객이 57.7%(48만1246명)나 줄었다. “원래 학생들이 수업 많이 듣는 시간대에는 지하철역에서 다 태울 수가 없었어요. 승객을 꽉꽉 밀어 넣고도 자리가 없으니까 다음 버스를 타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좌석도 다 못 채워요.” 실제로 이날 점심 이후 오후 수업이 시작되는 시간대에도 석계역에서 출발해 대학 정문까지 정류소 10곳을 달려오는 동안 버스에 오른 승객은 총 13명뿐이었다. 거꾸로 대학 정문에서 출발해 석계역까지 가는 길에 탑승한 승객도 8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적자에 허덕이는 마을버스는 단지 노원13번만이 아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마을버스 이용객은 전년 대비 약 27%(1억1500만명) 줄었다. 마을버스 수입금은 전년 대비 26.5%(635억원) 감소했다. 전체 마을버스 노선 249개 중 70%에 달하는 175개 노선은 적자를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 평균 17%, 최대 30%까지 차량운행 횟수를 줄였다. 이로 인한 불편은 시민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준공영제로 운영되어 손실금 전액을 지원받는 시내버스와 달리 민영제로 운영되는 마을버스는 적자가 난 금액의 일부분만 서울시로부터 지원받는다. 민간이 운영하지만 시의 재정지원을 받는 이유는 마을버스가 2004년부터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환승으로 인한 손실을 시가 일부 채워주는 개념이다.

현재 환승 체계에서 승객 한 명이 마을버스만 탈 경우 마을버스 회사는 900원(교통카드 기준, 현금은 1000원) 수익을 온전히 다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승객이 환승을 해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둘 다 타면, 마을버스 회사가 가져가는 금액은 523원으로 줄어든다. 마을버스와 시내버스를 둘 다 이용하면 514원, 마을버스·지하철·시내버스를 모두 이용할 경우 수익은 336원으로 감소한다. 마을버스 환승률은 65%에 달한다. 시의 보조가 필요한 이유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한 대를 하루 운영할 때 드는 순수 원가인 ‘운송 원가’를 책정하고 수입이 이보다 낮은 노선에 대해서만 차액의 일부를 지원했다. ‘서울특별시 마을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운행 기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해당 지원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사태가 생겼을 때 ‘예산의 범위’가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가 본격 대유행한 2020년 3월부터 승객 수가 급감하자 서울시가 적자 금액을 메워야 할 마을버스 노선이 늘어났다. 예산이 빠르게 줄어들자 서울시는 코로나19 이전에 책정된 운송 원가 자체를 10% 낮춰 41만1336원으로 변경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6월이 되자 한 해 마을버스 지원금으로 책정해둔 240억원은 이미 바닥났다. 서울시는 추가로 예산 110억원을 확보한 뒤 지난해 7월부터는 월 21억원 범위 내에서만 손실금의 70~80%를 마을버스 회사에 지원하기로 했다. 나머지 손실금 20~30%는 각 구에서 부담하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구청장협의회가 거부했다. 버스 운행 권한이 없고 지원 근거가 되는 조례도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마을버스 요금 올리면 문제가 해결될까?

마을버스의 적자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3월22일 서울시는 ‘위기극복 재난지원금’을 통해 마을버스 업체 한 곳당 1000만원, 마을버스 기사 1인당 50만원의 지원금을 일시적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마을버스 업계는 이를 ‘언 발에 오줌 누기’로 본다. 당장 급한 불이라도 꺼야 하니 받아들이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문현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마을버스조합) 이사장은 “결국 마을버스 요금을 올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1월부터 마을버스 기사들은 요금 인상을 촉구하며 ‘마을버스가 어려우면 시민 승객이 불편합니다’ ‘마을버스, 달릴수록 손해 보니 더 이상 운행 못합니다’ 등이 쓰인 현수막을 마을버스에 달고 운행했다.

마을버스 요금이 마지막으로 인상된 건 2015년 6월이다. 성인이 현금을 낼 경우 850원에서 1000원이 되었다. 교통카드를 찍으면 850원에서 900원으로 50원 인상됐다. 김문현 마을버스조합 이사장은 “2015년 최저시급이 5580원이었는데 2021년은 8720원이다. 시급이 오르는 동안 버스비는 50원 올랐다”라며 마을버스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강북10번 마을버스 기사 한창헌씨(50)는 “마을버스가 돌지 않으면 사람들이 지하철이나 다른 버스를 탈 수가 없다. 그런데 왜 다른 대중교통 수단보다 요금이 적은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럼 마을버스 요금을 올리면 문제가 해결될까? 교통산업정책을 연구하는 NPO 공공교통네트워크의 김상철 정책위원장은 현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요금 상향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결국 요금 인상도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 마을버스 적자는 이전부터 계속 쌓여온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마을버스 업체에 보전해주는 적자 금액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위 〈표〉 참조). “마을버스가 큰 손실을 겪고 있다는 걸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왜 아직 노선을 포기하고 문을 닫은 업체가 나오지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계속되는 적자 속에서도 마을버스 회사들이 사업을 접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노선권’ 때문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마을버스 회사는 한번 노선을 뚫으면 독점적으로 해당 노선을 운영할 권리를 갖는다. 노선권은 사고팔 수도 있고 상속도 가능한 사유재산이다. 당장 적자가 예상되어도 서울시 보조금이 이를 어느 정도 보전해준다. 업체로서는 새로운 마을버스 노선을 계속 개발할 유인이 있는 셈이다. 실제 2011년 서울시내 210개였던 노선은 2019년 248개로 늘었다. 어느 정도 승객의 수요도 있기에 이미 생긴 노선을 폐지하기가 쉽지 않다. 시민의 교통 편의라는 공공성과 업체의 이익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어 적자 문제가 심화됐다. 코로나19는 그동안의 문제를 극적으로 보여준 계기에 불과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민의 편의와 업체의 이익을 보장하면서도 적자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김상철 정책위원장은 2004년 서울시에서 전국 최초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시는 지하철 중심으로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했고, 이에 승객 수가 크게 줄어든 시내버스 업체들이 반발했다. 서울시의 선택은 민영제도 공영제도 아닌 ‘준공영제’였다. 버스회사의 노선권은 건드리지 않고 인정해주되, 시에서 손실금을 전액 보전해주는 대가로 노선 조정권을 갖는 절충안이었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좀 더 체계적인 노선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노원13번은 2020년 서울 마을버스 중 제일 큰 이용객 감소를 보였다. ⓒ시사IN 조남진

기존 ‘손해 보상’ 관점의 한계

이 때문에 요금 인상은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손쉬운 방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로서 마을버스 회사는 노선권을 내놓을 생각이 없고, 서울시는 운영관리까지 떠안을 생각이 없는 상황이다. 김상철 정책위원장은 “단순하게 ‘손해를 보상해주겠다’는 기존의 손익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몇 년 주기마다 계속 요금 인상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마을버스까지 전면 준공영제로 운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실금 전액 보장에 드는 비용이 크고 시가 마을버스 회사의 운영관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도 생기기 때문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민영제와 공영제가 공존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이는 시에서 모든 노선에 대해 적자를 보전해주는 준공영제와는 다른 방식이다. 민영제를 기본으로 하되, 적자가 너무 심해 민간에서 감당할 수 없는 노선만 시에서 사들여 공영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조금씩 공영 노선의 비율을 늘려나가면 그만큼 공공의 수요에 맞게 노선을 재정비할 수 있다. 어차피 시의 재정이 들어가야 한다면, 체계적이지 못한 노선이 난립해 적자폭만 계속 늘리는 것보다 차라리 확실하게 공공성을 확보해서 노선을 관리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계산이다. 실제로 경기 화성시에서 이미 실행 중인 정책이다.

서울시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상황을 봐가면서 재정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 요금 인상이나 준공영제 전환과 같은 방안은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급한 불’이 꺼지더라도 마을버스 업체들은 다시 적자를 안고 달릴 가능성이 높다. 누적되는 적자는 결국 시민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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