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김태형 지음, 갈매나무 펴냄

“불행한 지구에 행복 열풍이 불고 있다.”

저자는 전작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에서 한국 사회의 기저에 있는 심리를 분석했다. 이번에는 ‘행복’이다. 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행하는 행복 열풍과 주류 심리학에서 말하는 행복이 ‘가짜’라고 주장한다. 물질주의 행복론과 쾌락주의 행복은 엉터리라는 것이다. 불행한 노동자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자본가 계급의 돈벌이에 지장을 초래한다.
그 결과 사회가 개인의 행복을 조장한다. ‘소확행’ ‘워라밸’ ‘욜로’ 열풍이 그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주류 심리학이 행복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마음 챙김’ ‘힐링’ ‘치유’를 통해 개인의 평안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는 우리 사회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인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셀 수 없는 성
티에리 오케 지음, 변진경 옮김, 오월의봄 펴냄

“생물학은 우리를 편향되게 만든다.”

2014년 프랑스에서 ‘등교 거부의 날’이라는 시위가 일어났다. 2013년부터 프랑스 공립학교에서 시행 중인 ‘평등의 ABCD’라는 젠더 교육을 반대하는 운동으로, 시위에 참여한 가족들은 “남자아이는 남자아이고,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생물철학과 생물사를 연구하는 철학 교수인 저자는 그들의 시위를 바라보며 의문을 갖는다. “‘남자아이는 남자아이고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라는 말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 둘의 생식기가 다르다는 사실 외에 무슨 내용이 있는가? 이것이 그렇게나 진보적인 얘기인가?” 그는 가부장적인 생물학은 남성중심주의와 이성애주의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며 ‘두 개의 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가 불타고 있다
나오미 클라인 지음,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이번만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린 뉴딜을 구축하자.”

10대 기후위기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다보스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원하는 건 희망이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이 극한 공포에 빠지길 원합니다. 제가 날마다 느끼는 공포감을 여러분도 느끼길 원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자기 집에 불이 났을 때 하듯이 행동하길 원합니다.”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시스템 문제에 천착해온 저널리스트가 그레타 툰베리의 앞선 일갈에 책으로 화답했다. 기후위기는 해결할 수 없는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린 뉴딜’을 통해 많은 일자리와 더 나은 자본주의가 가능하다며 ‘인류 최대의 재앙을 인류 최대의 기회로’ 삼자고 말한다. 책의 원제는 ‘on fire’.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라는 뜻이다.

 

 

 

 

 

 

 

 

울릉도 오딧세이
전경수 지음, 눌민 펴냄

“부속 도서인 독도에 묻혀서 안중에도 없는 울릉도.”

TV 기상특보가 “태풍은 동해로 빠져나가서 다행입니다”로 끝나면 울릉도 주민은 아연실색한다. 울릉도에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태풍 상황 끝”이라는 보도를 접하면 내팽개쳐진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울릉도 주민들은 줄곧 이런 식의 대접을 받고 살아왔다. 독도를 다루는 유행가 가사에 들러리로나 등장하는 섬이 울릉도다. 우리는 울릉도를 너무 모른다. 평생 인류학자로 살아온 저자가 인류학·민속학·생태학 등의 측면에서 울릉도를 집대성했다. 2006년 자연보호중앙연맹 답사반 자격으로 울릉도와 인연을 맺은 이래 15년 동안 들여다본 결과물이다. 울릉도에 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할 중요한 참고도서가 탄생했다.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미야노 마키코·이소노 마호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펴냄

“분명히 저는 암을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라는 인간의 전부는 아닙니다.”

나로 사는 일만큼 나로 죽는 것도 어렵다. 아픈 몸은 ‘환자’라는 정체성으로 거칠게 요약된다. 환자는 모든 것을 압도하는 정체성이 되어 존재를 납작하게 한다. 병원에서 다뤄지는 몸은 ‘덩어리’이거나 ‘부위’다. 병을 앓는 일은 혼자 해내야 하지만 투병은 함께하는 일이라 아픈 사람의 주변도 출렁인다. ‘아픈 몸’이 집과 병원 밖에서 공적인 활동을 할 때 대화는 쉽게 금기로 흐른다. 어떻게든 환자를 “살아 있는 자들의 세계에 묶어두려”는 주변의 시도는 의도치 않게 상처를 만든다. 암 투병 중인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와 의료인류학자인 이소노 마호가 주고받은 편지 스무 통을 묶었다. 삶과 죽음을 가로지르며 오간 편지들을 읽다 보면 ‘생의 비밀’을 엿본 기분이 든다.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이은선 지음, 아르테 펴냄

“나는 이것을 좋아하는가. 그리고 이것도 나를 좋아하는가.”

저자 이은선은 자기소개에 ‘어제도 오늘도 영화에 대해 쓰고 말하고 그리는 사람’이라고 썼다. 영화 매거진 〈스크린〉 〈무비위크〉 등에서 일한 그는 회사를 나와 온전히 자기 이름만으로 동료를 만들고 관객을 만나고 글을 쓴다.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는 영화와 음식을 연결한 에세이다. 영화 속 음식을 매개로 저자가 속한 세계와 영화 속 세계를 연결했다. 영화에서 음식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마음을 표현하는 존재로 등장하는데, 이 점에 착안했다. 영화 〈무뢰한〉의 잡채, 〈리틀 포레스트〉의 배춧국,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달걀말이 등. 책장을 넘기면서 저자가 그린 영화 속 한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착해지는 기분이 든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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