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알코올 문제는 특히 청장년층에서 심각하기 때문에 보건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손실이 크다.

지난 1월27일 오후, 이스란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이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이전까지 대다수 시민들의 관심 밖이었던 이 계획은 곧 ‘논란’의 중심에 섰다. 건강 증진을 위해 술, 담배 같은 건강 유해 상품에 대한 가격·비가격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건강 유해 상품 규제는 전체 계획의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

그러나 언론은 술값과 담뱃값 인상에 그야말로 ‘꽂혔다’. “코로나로 지쳤는데 술·담뱃값 올린다고?” “결국 시민 쥐어짜기”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급기야 이튿날 국무총리가 나서서 “담배 가격 인상이나 술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부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추진 계획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 담당국장도 라디오에 출연해 “방향성으로는” 있지만 “계획이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향기롭고 맛난 술을 즐기는 ‘시민 1’의 입장에서 필자 역시 술값 인상이 반가울 리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지인들과의 즐거운 술자리를 빼앗긴 지도 벌써 1년이다. 그나마 퇴근길 편의점에 들러 네 개에 1만원 하는 맥주들을 이리저리 골라보는 게 낙이 되었는데 그마저도 빼앗겠다는 소리인가? 하지만 일단 화를 가라앉히고 술을 사랑하는 ‘시민 1’에서 보건학을 전공한 ‘전문가 1’로 변신하고 나면, 극심한 자아분열과 함께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된다. 가격을 올리고 판매 시간과 장소를 제한해서 사람들의 술 소비를 줄이는 것이 맞는 길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썼는데도 벌써 독자들의 항의가 들려오는 기분이다.

과도한 음주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간경화나 간암, 급성중독과 알코올의존증 외에도 두경부암·대장암·유방암·우울증·췌장염·출혈성 뇌졸중은 물론이고 결핵이나 폐렴 같은 감염성질환도 과도한 음주와 연관성이 크다. 사고와 폭력, 자살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보건기구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300만명이 술 때문에 사망한다. 연간 총 사망의 5.3%에 해당하는 규모다. 알코올과 관련된 문제는 특히 청장년층에서 심각하기 때문에 보건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손실이 크다.

국내 통계를 살펴봐도 알코올 문제는 심각하다. 술은 담배와 당뇨에 이어 한국인의 질병 부담에 세 번째로 기여하는 주요 위험요인이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는 4910명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한 달에 1회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남자 73.4%, 여자 48.4%이며 한 번 술자리에서 남자 7잔, 여자 5잔 이상을 마시는 월간 ‘폭음률’은 남자 52.6%, 여자 24.7%나 된다.

ⓒ연합뉴스서울 이마트 용산점 주류 판매대에 진열된 수입 맥주. 술은 고도의 마케팅과 자본력에 의존하는 사업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한국의 알코올 규제 정책은 매우 느슨한 편이다. 음주운전 규제와 판매 연령 제한, 일부 광고 규제 외에는 규제라고 할 만한 것이 사실 없다. 해외여행지에서 주류 판매점을 찾지 못해, 혹은 주류 판매점이나 술을 마실 수 있는 식당이 저녁에 문을 일찍 닫거나 휴일로 문을 열지 않아서 술을 사거나 마시는 데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야말로 24시간, 어느 곳에서든 쉽게 술을 구하고 마실 수 있다. 일반 식당은 물론 편의점·카페·노래방·극장·야구장·공원, 심지어 떡볶이 집에서 맥주를 팔기도 한다. 주류 판매 면허를 발급받기가 매우 쉽고, 연령제한 외에는 판매나 구매에 시간과 장소 제약이 없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알코올 단위당 최저가격제를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 서스캐처원주나 영국 스코틀랜드의 기준을 ‘19% 360㎖ 용량의 소주’에 적용해보면, 한 병 가격이 5600~5800원이 된다. 소주 한 병에 5000원이라니 한국에서는 항의시위가 발생할 수도 있는 가격이다. 광고도 일부 매체에 대한 규제만 있을 뿐 청년층 대상 뉴미디어, 스포츠와 문화 행사 스폰서, 판촉 행사에 대한 규제도 없다. 록페스티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스는 맥주를 파는 곳이다.

이렇게 술 권하는 사회이지만 정작 알코올로 인한 문제를 치료하고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원은 매우 부족하다. 예컨대 2012년에 정부는 대대적으로 ‘주폭(술에 취해 행사하는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정작 검거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만성 알코올의존증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저소득층이 태반이었다. 그나마 확보한 주세도 환자 치료나 예방 사업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알코올 관련 정책은 대체로 효과성이 없다고 알려진 교육이나 캠페인 활동에 집중되어 있다.

알코올 규제 반대의 단골 레퍼토리

국내에서 알코올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6년에서 2010년 사이 담배와 마찬가지로 술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려는 시도가 여섯 차례 있었지만 모두 입법에 실패했다. 2001년에는 청소년보호위원회 주도로 해외 여러 나라처럼 주류 전문 소매점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2005년 소주에 대한 주세를 인상하려던 시도 역시 실행되지 못했다. 매번 시민들의 여론, 그 이면에 자리한 주류산업의 강력하고 조직적인 저항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항상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가 있다.

첫째, 술은 담배와 달리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되고 사회적 관계를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가 2011년에 펴낸 〈한국주류산업협회 30년사〉에 따르면, 술은 “적당한 양을 마실 경우 심장질환 및 골다공증 예방, 스트레스 해소 등 신체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되어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실제로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과거에는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것보다는 소량 음주를 하는 것이 건강에 더 이롭기 때문에 음주량과 사망률 사이에는 선형관계(음주량이 많을수록 사망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J자 곡선(음주량이 어느 정도 늘어날 때까지는 사망 가능성이 오히려 줄다가 이 범위를 벗어나면 음주량과 사망 가능성이 비례해서 늘어난다는 의미)이 성립한다고 여겨졌다.

ⓒ연합뉴스2월23일 서울 강남구에서 음주단속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알코올과 유방암, 자살률, 출혈성 뇌졸중 사이에는 분명한 선형적 관계가 성립한다. 특히 알코올 섭취가 증가하면 간경화나 교통사고의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된다. 알코올과 심혈관질환 사이의 관계에서 관찰되는 J곡선 또한 모든 인구집단에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그동안 여기서 J곡선을 보고한 관찰역학 연구들에 방법론적 제한점이 확인되었다. 술을 안 마셔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건강 문제나 다른 소인 때문에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역(逆)인과성이 존재하며, 다른 제3의 요인에 의한 혼란 효과가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는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둘째, 술은 평범한 소비 상품이 아니라 뿌리 깊은 문화적·사회적 관습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니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술은 고대문명 시대부터 의식·치료·여흥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었고 식수의 질이 나쁜 곳에서는 식수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술을 이렇게 쉽게, 누구나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예컨대 유럽에서 와인이 보편화된 것은 19세기 이후 남부 유럽의 농업혁명과 보관 방법의 발전 덕분이다. 한민족도 오래전부터 가정이나 마을에서 술을 빚어 마셔왔지만, 음주가 ‘문화’로 된 것은 1960년대 중반 이후 고도 경제성장과 더불어 주류 생산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부터다. 1965년 시점에 희석식 소주의 출고량은 7300만L에 불과했지만 1975년 2억8700만L, 1985년 5억8200만L로 늘어난다. 맥주 출고량도 1965년 3800만L에서 1975년 1억5400만L, 1985년에 7억8800만L가 된다. 앞서 언급한 〈한국주류산업협회 30년사〉는 “맥주와 소주가 대중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1988년 이후로… 특히 맥주는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 개최로 호프집, 가라오케 등 각종 유흥 관련 업소의 폭발적 증가” 덕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술은 고도의 마케팅과 자본력에 의존하는 사업이다.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 코로나, 스텔라, 벡스, 하얼빈, 호가든, 카스, 레페 등은 모두 하나의 기업 ABInBev(앤하이저부시 인베브)에 속해 있다. 이 초국적 기업의 연간 매출은 전 세계적으로 546억 달러에 이르며, 2위 하이네켄의 매출액 265억 달러에 비해 두 배나 많다.

담배 역시 마찬가지다. 흔히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라는 속담을 통해 담배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진 인류의 보편적 기호품인 것으로 오해하지만,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약용식물이던 담배가 서구 사회에 전파된 것은 불과 500년 전이다. 오늘날처럼 쉽게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된 것은 대량생산 체제가 성립되고 성냥과 라이터가 개발된, 겨우 100여 년 전부터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담배와 술이 전 세계인의 기호품이자 일종의 ‘문화’가 된 것은 전통 덕이라기보다 대량생산 체제와 무역자유화, 초국적 기업들의 고도 마케팅 덕분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셋째, 술이 문제가 아니라 무책임하게 술을 마시는 개인들이 문제이며, 따라서 술을 규제하기보다는 ‘문제 음주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술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것 역시 적정 음주를 즐기는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게 되므로 ‘원인자 부담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타당하지는 않다. 물론 사회마다 알코올 소비 행태는 다르다. 전반적으로 알코올 소비 수준이 낮은 노르웨이에서는 상위 10%의 음주자가 전체 알코올 소비의 50%를 차지한다. 그러나 전반적 알코올 소비 수준이 높은 프랑스에서는 상위 10% 음주자가 전체 소비의 30%를 소비하는 데 그친다. 다수의 사람들이 골고루 많이 마시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례도 있다. 1968 ~1969년 핀란드에서 술값을 인하했더니 단기간에 알코올 소비량이 전체적으로 46%나 증가했다. 과도 음주자 그룹에서 소비량이 가장 뚜렷이 증가하기는 했다. 그러나 평소 술을 적게 마시는 사람부터 많이 마시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의 소비 그룹에서 알코올 소비량이 보편적으로 증가했다. 음주가 사회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다 함께 음주량이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특정 고위험군만을 표적으로 삼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의 알코올 총소비량을 줄이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예방의학 분야의 고전인 제프리 로즈의 〈예방의학의 전략〉에는 이 문제에 관한 통찰력 있는 주장이 담겨 있다. 직관적으로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들만 골라내서 이들에게 적극적인 절주 프로그램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효과적일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강 문제는 소수의 고위험군보다는 중간 정도의 위험을 가진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유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위험군뿐 아니라 인구집단 전체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즉 알코올의 총소비를 감소시키는 전략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사회의 평균 음주량이 많아질수록 그에 비례해 문제 음주자도 늘어나며, 평균 소비량을 변화시키면 그에 상응해 알코올의존자 수도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구소련에서는 1985년 6월 강력한 알코올 규제정책을 도입하면서 1984~1987년에 1인당 알코올 총소비량이 14.2L에서 10.7L로 크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망률은 남성과 여성 각각 12%와 7% 줄었다.

ⓒ연합뉴스2013년 8월7일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빌딩 앞에서 카프병원 환자 등이 ‘음주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주류회사’를 규탄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 소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이렇게 인구집단의 알코올 소비 분포 전체를 변화시키려면, 술을 마시는 고위험군 ‘사람’이 아니라 폐해의 원인물질인 알코올이라는 ‘상품’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사람들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아니라 가격인상, 판매 장소와 시간의 제한 같은 ‘알코올 접근성 제한 정책’이 필요하다. 주류 기업들은 개인의 책임 음주를 강화하는 보건교육과 캠페인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은 이들 정책이 알코올 소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술은 서민생활 및 국민경제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규제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 30년사〉에 따르면, 주류는 “국가의 중요한 세입원이기도 하고 국산 농산물 사용으로 농가 수입 증대는 물론 고용 창출과 수출·수입 대체 등으로 국가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한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주류 관련 산업의 경우, 단지 술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만이 아니라 주정 제조업체, 포장과 운송, 도소매상, 음식점과 주점, 농업, 광고, 스포츠와 연예 산업까지 광범위한 이해 당사자들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국내 주류산업은 2019년에 5200억원 이상의 광고를 집행한 광고업계의 큰손이다. 국제적으로도 주류업계가 스폰서를 하지 않는 프로 스포츠 경기나 음악 페스티벌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런 점 때문에 알코올 규제에는 문화 지원과 대체산업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마찬가지다. 특히 소주의 경우 “서민들의 정서와 애환을 담고 있는 국민주”이자 “저소득계층이 주로 마시는 술”이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담뱃값을 올릴 때에도 비슷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나온 국제적 연구 결과 가운데 가장 일관되게 담배 소비를 줄이면서 동시에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은 가격인상 정책이었다. 알코올 가격 인상은 전반적으로 소비를 줄이면서도 특히 청소년과 저소득계층의 소비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담배나 술의 가격인상이 당장에는 저소득층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건강 형평성을 증진시키는 정책이 될 수 있다.

‘모든 정책에 건강을 담아 지역 간, 소득 간 건강 격차 완화한다!’라는 느낌표 찍힌 보도자료 제목이 말해주듯,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은 역사상 처음으로 건강 불평등과 건강 결정요인을 전면에 내세운 범정부 차원의 야심찬 종합계획이다. 하지만 담뱃값, 술값 논란에 가려져 이런 역사적 의미는 좀처럼 다뤄지지 않았다.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의료체계를 잘 갖추거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들, 예컨대 불안정 노동과 빈곤, 주거 환경 같은 ‘건강 결정요인’에 대한 개입 없이 건강 불평등을 줄일 수 없다. 여기에는 술·담배·가당음료 같은 건강 유해 상품, 즉 ‘건강의 상업적 결정요인’에 대한 개입도 포함된다.

그동안 한국에서 술과 관련한 정책은 ‘산업’이 그 주인공이었다. 농산물 수급, 지역경제 활성화, 세원 확보라는 측면에서 국가가 생산량과 가격을 엄격히 통제하고 원료 수급과 자금에 대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치밀하게 작동해왔다. 국세청과 산업계의 긴밀한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201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91년 제5대 회장부터 2012년 11대 회장에 이르기까지 한국주류산업협회의 회장과 전무이사는 모두 국세청 전임 관료가 차지했다. 현재 회장도 전 서울국세청 조사2국장 출신이다. 이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는 ‘산업’정책이 아니라 건강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 기반의 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보건’정책으로 알코올 정책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

술을 구매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제한하고 가격을 올리자는 제안이 애주가에게 달갑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에서 확인한 것처럼 우리의 건강과 안녕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서로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던 것처럼, 마뜩지 않더라도 건강의 상업적 결정요인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지지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필자도 여전히 노력 중이다.

기자명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