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시사IN〉의 첫 공채 신입 기자였던 변진경 기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문가들을 만나 학습하고 기사를 쓰면서 강력하고 폭넓은 취재원 네트워크를 구축해냈다.

가끔 ‘편집권이란 것’이 뭔지 몹시 헷갈립니다. 권력이나 자본의 압박·유혹에 굴하지 않는 자세가 이른바 ‘편집권 독립’의 일부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편집국의 구성원들 역시 제각기 나름의 견해를 갖고 있으며, 그것들이 서로 충돌하기도 합니다. 편집국장과 기자의 시각이 크게 다를 수도 있습니다. 편집권은 누구의 것이어야 할까요? 일단 편집국장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이른바 ‘편집 방향’이란 것으로 개별 기자의 견해를 압박하면 안 됩니다. 저의 잠정적이고 편의적인 ‘실무지침’은, 기사가 팩트에 근거해서 논리적으로 작성되었다면 세상으로 내보낸다는 겁니다. 국장뿐 아니라 기자들도 다른 기자나 외부 필자들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실무지침’이 편집권 문제의 정답은 아닐 겁니다. 당초부터 정답이 없는 문제니까요. 저의 편의적 실무지침조차 실제로 돌발하는 이런저런 일들에 적용하다 보면 국장으로서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탐사기획팀 변진경·김연희 기자가 지난해 3월 이후 지금까지 진행 중인 코로나19 국면에 대한 취재를 맡은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은 편집국장에게 기사의 공정성 여부 같은 것을 고민할 여지 자체를 주지 않습니다. 방역과 백신에 대한 수많은 가짜뉴스들은 해당 매체의 정치적 편향성이나 상술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놀랍게도 두 기자는 코로나19 취재 이전까지 감염병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웠습니다. 이후 전문가들을 만나고 학습하고 기사를 쓰면서 강력하고 폭넓은 취재원 네트워크를 구축해내는 모습이 정말 감탄스러웠습니다. 그 결실 중 하나가 이번 제700·701호에 변진경 기자가 쓴 커버스토리입니다. 교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과감하게 주장합니다. 주장이지만 막연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글로벌 차원에서 축적된 현실 데이터들을 활용한 과학적 방법론에 기반했기 때문입니다.

〈시사IN〉이 창간되던 2007년 9월 당시 저는 어떤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전의 언론사 경험을 기반으로 ‘저 신생 매체가 오래가긴 힘들 거야’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원(原) 〈시사저널〉 시절 회사 측의 삼성 관련 기사 삭제에 항의하던 구성원들이 만든 매체인 만큼 광고수익도 기대하긴 어려웠습니다. 당시에도 이미 언론시장은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이었습니다. 〈시사IN〉에서 기자 생활을 다시 시작하라고 해서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2~3년 내로 망하면 내 운명이지 뭐’라며 입사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700호를 냅니다. 첫 공채 신입 기자였던 변진경 기자가 지금처럼 성장했습니다. 꾸준히 읽어주신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제700·701호는 설 합병호입니다. 한 주 쉬고 다시 뵙겠습니다.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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