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2020년 5월19일 서울 중구 약수시장의 한 마트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재난지원금 보편·선별 지급 논란이 다시 떠올랐다. 2·3차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선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지급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또한 그 효과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지난해 5월 정부가 전 국민에게 처음으로 ‘보편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들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의 효과는 어땠나?

“학자들 사이에서 대략 일치된 의견으로 모이고 있는 숫자가 있다. 0.3~0.4가 그것이다. 여기서 벗어나는 연구도 있는데, 계산에 오류가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가 말했다. 이때 0.3이란 ‘한계소비성향’이다. 연구자들이 정책의 경제적 효과를 추정할 때 들여다보는 숫자다.

소비성향은 두 가지로 측정할 수 있다. 하나는 ‘평균소비성향’이다. 소득에서 얼마나 소비하는지를 나타낸다. 예컨대 월급이 300만원인데 200만원을 지출하면 0.6 정도 평균소비성향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계소비성향은? 월급이 300만원인 사람에게 10만원의 소득을 더 줬을 때, 증가한 소득 10만원 중 얼마가 기존 200만원에 더해 ‘추가 소비’로 연결되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만약 이 사람이 새로 받은 10만원은 쓰지 않고 원래의 200만원만 소비했다면, 한계소비성향은 0이다. 반대로 원래 쓰던 200만원에 더해 10만원을 다 소비(즉 210만원을 소비)했다면, 한계소비성향은 1이 된다.

사람들은 돈을 더 받는다고 해서 소비를 갑자기 많이 늘리지 않는다. 평소에 지출하던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다 썼다고 해서 해당 가구의 소비가 100만원 늘어난 것은 아니다. “현금으로 지출하려고 했던 소비를 지역화폐로 써버렸다면, 현금과 지역화폐 사이에 교환만 발생할 뿐 소비가 추가로 늘어난 것이 아니다. 이런 경우 한계소비성향은 0이 된다. 정부가 준 돈을 다 썼다는 것이 소비 증가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계소비성향의 추정이 정책의 경제적 효과를 가늠하는 데에 중요한 것이다(우석진 교수).”

그렇다면 재난지원금 중에서 추가 소비로 이어진 금액의 비율은 얼마인가? 연구자들이 들여다본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김미루·오윤해 KDI 연구위원이 전국 카드 매출 총액을 분석한 결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해 증가한 카드 매출액은 약 4조원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정부의 1차 재난지원금과 각 지방정부의 지원금 중 신용·체크카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지원금 총액(즉 재난지원금으로 전체 가계에 투입된 재원) 대비 26.2~36.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김미루·오윤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관한 연구〉).

강창희(한양대 경제학)·이우진(고려대 경제학) 교수와 우석진 교수가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의뢰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이용해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를 분석한 결과, 재난지원금으로 총소득이 19.5% 증가할 때 총 소비지출은 8.5% 증가했다. 소득증가율 대비 추가 소비로 이어진 비율, 즉 한계소비성향은 약 0.436(8.5%÷19.5%)으로 추정되었다(이우진, 〈소득분배 현황과 정책과제〉, 한국경제학회-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공동토론회 자료집).

연구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1차 재난지원금의 한계소비성향은 대체로 0.3~0.4로 추정된다. 10만원을 지원했을 때 해당 가구가 원래 쓸 돈보다 3만~4만원 더 썼다는 뜻이다. 한국의 가계는 월평균 약 250만원을 지출한다. 2020년 2분기(4~6월) 3개월간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은 가구당 90만원이라 보면 된다. 한 달에 30만원이다. 즉 가구들이 재난지원금으로 월 30만원을 받았을 때, 계획된 소비보다 더 지출한 금액이 약 10만원이었다는 의미다. 여전히 ‘우리 집은 재난지원금을 다 썼는데 왜 효과가 30%라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쓰긴 다 썼는데, 나머지 70%는 원래 하려던 소비에 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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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차 재난지원금에 나랏돈 14조2000여억 원을 투입했다. 투입 재원의 30%에 해당하는 약 4조2600여억 원만큼만 추가적인 소비지출로 연결되었다. 이렇게 정부가 시민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직접 소득을 지원하는 정책을 ‘이전지출’이라고 하는데, 이전지출의 경제적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만약 시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대신 이 돈을 정부가 직접 썼다면, 정부가 4조2600여억 원을 지출한 것과 같은 크기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 정부는 14조2000여억 원을 투입해 30%인 4조2600여억 원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반면 같은 시기에 전혀 다른 효과를 낸 지원금도 있다. 서울시가 2020년 3월 말부터 신청받아 지급한 ‘재난긴급생활비’의 경제적 효과도 분석 중인 우석진 교수는 “이 경우엔 한계소비성향이 0.7~0.8로 나온다”라고 말했다. 10만원을 지원했을 때 해당 가구가 원래 쓸 돈보다 3만~4만원 더 썼던 정부의 1차 재난지원금과 달리,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는 10만원 중 7만~8만원이 추가 소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왜? “서울은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줬다. 돈을 저소득층에게 몰아주면, 이 사람들은 기존 지출이 많지 않았던 데다 소득이 급했던 사람들이라 바로 추가로 지출한다. 반면 소득이 높은 계층에게 돈을 주면 소비로 연결이 잘 안 된다. 지원금 사용 기간을 한정해도, 안경이나 가구처럼, 당장 필요한 게 아니라 언제든 살 수 있는 ‘내구재’를 미리 당겨 산다. 이러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낮아진다.”

‘0.3~0.4’와 ‘0.7~0.8’의 차이를 ‘보편 지급보다 선별 지급이 경제적으로 더 효과적이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까? 우석진 교수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사실 선별이 어려워서 못하는 거지, 선별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서울시의 경우 선별에 일주일밖에 안 걸렸다”라고 말했다.

물론 경제적 효과가 다는 아니다. 보편 지급의 논리에는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이들을 누락하지 않고 신속하게 지원한다’는 취지가 포함돼 있었다. 당시엔 정보도 부족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에게 줄지 말지 갈팡질팡하던 2020년 3~4월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장 연말정산으로 1900만 노동자 중 누가 타격받았고 그렇지 않았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서울시가 사단법인 정치발전소에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바람직한 재난지원금 지원 방향을 물었을 때 ‘취약층에게 충분한 액수만큼 줄 수 있도록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답변은 월소득 150만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에게서 가장 높게 나왔다(43.6%). 반면 월소득 500만원 이상 노동자의 58.4%는 ‘금액이 다소 낮더라도 전 국민에게 모두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코로나19 이후 서울시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국면에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지원금은 대면 서비스 업종 구제에 적절하지 않다. 이번 3차 재난지원금으로 영업금지 업종 소상공인에게 300만원, 제한 업종에 200만원이 지급된다. 최전선에서 영업제한 등을 감내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고려하면, 일회성 재난지원금은 그 액수도 빈도도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7일 코로나19 관련 긴급사태를 선포했는데, 음식점 영업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단축해달라고 요청하며 이에 응하는 음식점들에게 지급할 ‘협력금’의 상한선을 하루 6만 엔(약 63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영업시간 단축 요청에 응하는 음식점 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이미 지난해 11월 하루 최대 2만 엔, 연말연시에 4만 엔으로 올린 바 있다. 세계적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은 바이러스의 습격을 당한 지 1년이 되어가도록 자영업자·임대인·금융기관·정부가 위험을 어떻게 분담할지 합의하지 못한 채 보편·선별 논쟁을 반복하고 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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