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2017년 6월 문을 연 아파트형 교정시설인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둘 중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한 집단시설에서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이 일어났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2419명 중 113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감염률 46.7%. 둘 중 한 명이 확진자인 셈이다. 이곳으로 출퇴근하는 직원과 직원의 가족·지인 중 확진된 43명까지 포함하면, 전체 확진자 수는 1173명으로 늘어난다(1월7일 기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단순히 많은 ‘확진자 수’만이 아니다. 시설에서 최초로 확진자가 나온 이후 1000명을 넘어서는 데 고작 3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곳은 국가가 관리하는 시설이다. 2017년 6월 문을 연 ‘최신식’ ‘아파트형’ 12층짜리 교정시설,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일어난 코로나19 집단감염이다.

2020년 11월27일 서울 동부구치소 직원(교도관)이 첫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본인도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던 직원이었다. 당시 그와 접촉한 다른 직원과 수용자들은 모두 음성 결과를 받았다. 파장이 번지지 않고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12월14일 형집행정지를 받은 출소자가 뒤늦게 양성 판정을 받았다. 12월15일, 직원 14명이 무더기로 확진됐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법무부는 12월18일에야 구치소 내 전수조사에 나섰다. 11월28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약 3주 만이었다. 전수조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법무부는 “관계기관 회의에서 전수조사를 요청했지만 서울시와 송파구에서 ‘추이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법무부 자체 예산으로는 전수검사를 추진하기 어려웠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관계기관이 협의를 통해 결정한 사항이지 서울시와 송파구가 독단적으로 방역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예산도 국비 적용이 된다”라고 반박했다.

뒤늦은 1차 전수조사 결과, 직원 425명 중 1명과 수용자 2419명 중 184명(7.6%)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남자 친구와 매일 편지를 주고받았던 김민희씨(가명)는 “비록 전수조사가 늦었지만,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를 제대로 격리했으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민희씨가 처음으로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건 지난 12월25일자 남자 친구의 편지를 읽고 나서였다. 그날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어제 저녁 9시40분쯤 방에서 ‘63동 ○번 방 ○○○씨 확진입니다. 짐 싸세요’라고 방송이 나왔어. 그땐 취침 시간이라 자고 있었거든? 다들 깨서 어리둥절했어. (중략) 2시간 지나서 밤 11시10분쯤 전신 방호복 입은 직원 3명이 와서 확진자를 데려가길래 물어봤어. 남은 7명은 이제 어떻게 되냐고. 그 누구도 대답을 안 해줘. 적어도 내일 검사를 한다든지 이 정도는 얘기해줘야 하는 거 아냐?”

ⓒ시사IN 윤무영김씨의 남자 친구가 보내온 편지로 구치소 내부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렇게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인 12월26일자 편지는 이렇게 상황을 전했다. “직원들한테 앞으로의 검사나 생활 등을 물어봐도 다 모른대. 어제 방 옮긴다더니, 다른 직원은 아니라 하고, 다시 맞다 하고. 금방 (다른 방으로) 갈 거다 하면서 7시간 기다렸어. (중략) 원래 같이 있던 7명 중에서 4명이 1번 방 갔고 나를 포함한 3명이서 2번 방 왔어. 밀접접촉자 격리 사동이래.”

김민희씨가 놀란 부분은 확진자가 나온 방에 있던 밀접접촉자들이 그대로 함께 격리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중간에 확진자가 빠지면서 군데군데 인원이 비게 된 밀접접촉자 격리 방 사정에 맞춰 몇 명씩 쪼개진 채 들어가야 했다. 곧 다른 방 밀접접촉자들과 섞인다는 뜻이었다. 기자와 만난 김씨는 “A방 밀접접촉자와 B방 밀접접촉자를 섞으면 그곳은 바이러스 배양접시나 다름없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12월29일자 편지에도 “확진자 엄청 많이 나와서 나 또 방 옮겼어. 난 음성인데 방장님만 양성이고 옆방에 있던, 원래 같은 방 사람들 다 확진됐어. 난 다시 ○○형이랑 모르는 사람 3명이랑 같이 7층으로 왔어”라고 적혀 있었다.

김민희씨에게 밀접접촉자끼리 방을 섞는 조치는 마치 러시안룰렛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왜 이렇게 (확진자가) 많이 나왔지’가 아니라 ‘이렇게 많이 나올 수밖에 없지’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남자 친구의 계속된 ‘전방(방을 옮김)’을 이해할 수 없었던 김씨는 12월31일 서울 동부구치소 민원실에 전화를 걸어 “밀접접촉자를 계속 이동시키고 서로 섞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민원실 직원은 “모른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있는 거다”라고 대답했다.

밀접접촉자끼리 격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법무부 교정본부 의료과 관계자는 “확진자를 빼고 남은 사람들이라도 독거 격리를 했으면 확진자를 좀 더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현실적으로 방이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재술 법무부 교정본부 의료과장은 1월6일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검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접촉자 그룹에서 50% 이상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불가피한 밀접접촉에 의한 감염이 계속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밀접접촉자들을 모두 1인 1실에 격리해야 했다. 하지만 시설 초과밀 상태 등으로 조절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불가피하게 밀접접촉자들에 대한 혼거 수용이 이루어졌다”라고 해명했다. ‘격리’라는 중요한 방역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인정한 셈이다.

‘초과밀’은 대한민국 교정시설의 고질적인 문제다. 법무부 교정본부가 발행한 〈2020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교정시설 전체 정원은 4만7990명이지만, 1일 평균 수용 인원은 5만4624명이었다. 하루 6634명이 초과된 채 운영되고 있었던 셈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1일 평균 수용자 수가 전체 정원보다 적었던 건 2012년 한 해뿐이다. 가장 적게는 2011년 하루 평균 155명이, 가장 많게는 2016년 하루 9895명이 초과 수용됐다. 2017년에는 정원 대비 수용자 비율을 의미하는 수용률이 121.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헝가리(131.8%)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차 전수조사 결과가 나왔던 지난 12월19일 기준 서울 동부구치소의 수용률은 116.7%였다. 100명이 지낼 수 있는 공간에 116명이 모여 있다는 뜻이다. 서채완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검찰 조사나 재판을 받으러 나가지 않는 이상 외부로 나갈 수 없는 밀폐된 방에 정원 초과된 수용자들이 다닥다닥 밀접하게 붙어 밀집해 있었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쉬운 ‘3밀(밀폐·밀접·밀집)’의 조건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12월28일 서울 동부구치소에 있던 확진자 340여 명이 경북 청송군에 위치한 경북북부 제2교도소의 독거실로 이송되면서 과밀수용의 부담이 덜해졌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서울 동부구치소와 경북북부 제2교도소를 각각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했다. 법무부 교정본부 의료과 관계자에 따르면 1월6일 기준 확진자 600여 명이 격리된 동부구치소에 의료진 30명, 확진자 340여 명이 있는 경북북부 제2교도소에는 의료진 14명이 투입됐다. 서울 동부구치소와 경북북부 제2교도소가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됨에 따라 이곳 확진자들은 ‘병상 대기자’ 명단에서 삭제됐다. 구치소의 목적과 생활치료센터의 목적이 치료가 아닌 ‘격리’임을 감안했을 때 실제 운영 방침이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병상 대기자는 수백 명에서 하루아침에 0명으로 바뀌었다. 병상 대기자 수는 정부가 가장 신경 쓰는 통계 중 하나다.

ⓒ연합뉴스1월3일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손 팻말을 보여주고 있다.

무너져버린 구치소 내부 시스템

매일같이 자신이 머물던 방에서 확진자가 나와 계속 방을 옮겨야 했던 김민희씨의 남자 친구도 결국 12월30일 4차 전수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김씨의 초조함은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남자 친구가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유일한 연락 수단이던 편지마저 받을 수 없게 됐다. 종이에 바이러스가 묻어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남자 친구가 적절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크다고 짐작한다. 그동안 받은 편지에는 완전히 무너져버린 구치소 내부 시스템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내용이다. “모든 수용자가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9시에 잠들기 전까지 똑같은 일과에 맞춰 움직여야 했던 교도소 체계는 집단감염 이후 완전히 붕괴됐다. 식사를 준비하고 배식하는 사소들(기결수 도우미), 배급품이나 영치금으로 산 물건을 나눠주는 사소들도 대거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교도소에서의 일상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 배식은 차가운 도시락으로 대체됐고, 하루 한 번 30분 동안 좁은 실내 운동장이나마 걸을 수 있던 운동시간도 사라졌다. 일주일에 한 번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었던 온수 샤워도 금지됐다. 밀접접촉자 격리동에 갇힌 사람들은 점호조차 받지 않았다. 취침 시간이 아닌 때에 이불을 펴놓아도 와서 벌점을 매길 직원이 없었다. 하루 세 번 불규칙한 시간에 도시락을 나눠줄 때만 직원이 들어왔고 그마저도 사소가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밀접접촉자 중에 누군가 몸에 이상을 느끼고 증상을 호소하며 벨을 눌러도 ‘다음 배식 시간에 직원이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배식 때 직원이 지나가면 모두 창문에 붙어 소리를 지르거나 문을 발로 차며 항의하고 욕을 하는 게 일과의 전부였다.”

가장 질서가 필요한 시기에 최소한의 지원이나 통제조차 없는 혼돈 속에서 바이러스는 더 빠르게 퍼졌다. 전수조사 1차(12월18일)에서 수용자 185명, 2차(12월23일) 286명, 3차(12월26일) 233명, 4차(12월30일) 139명, 5차(1월3일) 121명, 6차(1월5일) 66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12월27일, 1월7일에는 각각 1명씩 사망자가 발생했다. 1월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 4명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부가 제대로 된 방역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신체적·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였다.

4차 전수조사 뒤 남자 친구의 확진 판정 소식을 들은 김민희씨는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남자 친구의 편지에서 읽은 내용과 뉴스에 나오는 내용과 김씨가 직접 동부구치소에 전화로 물어본 내용이 모두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뒤늦은 전수조사, 무시된 방역 지침, 무너진 교정체계가 맞물려 빚어낸 ‘동부구치소 감염률 46.7%’ 속에서 김씨가 현재 할 수 있는 건 매일 편지를 부치는 일뿐이다. “거기서 편지를 보내지는 못해도 제 편지를 받을 수는 있다고 하더라고요. 모르겠어요. 진짜 전달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내일도 보내려고요. 어쩔 수 없잖아요.”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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