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2020년 12월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19년 8월부터 시작된 ‘조국 대란’의 1차 법적 판단이 나온 셈이다. 2020년 12월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정 교수의 15가지 혐의 중 11가지를 유죄로 인정했다. 정 교수에 대한 혐의는 크게 세 갈래인데, 1심은 △자녀 입시 비리 관련 혐의 전부 유죄 △사모펀드 관련 혐의 일부 유죄 및 일부 무죄 △증거인멸 관련 혐의 일부 유죄 및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입시 비리 관련 범행 동기와 점차 구체화되고 과감해진 범행 방법 등을 볼 때 죄질이 좋지 않고, (정 교수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 적이 없다”라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입시비리 혐의는 검찰과 변호인이 가장 치열하게 다툰 부분이다. 법정에서 ‘표창장 출력 시연’까지 진행되었다. 1심은 검찰이 주장한 ‘(정 교수 딸의) 7대 허위 스펙’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조국 대란’의 방아쇠로 꼽히는 〈동아일보〉의 ‘딸 의학 논문 1저자’ 보도(2019년 8월20일) 내용은 검찰 기소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정경심 교수가 딸의 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해 ‘허위 내용이 쓰인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체험활동 확인서,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체험활동 확인서,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인턴십 확인서 등 7건을 발급받거나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1심은 이 중 2건(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빙서류와 부산의 한 호텔 실습 및 인턴 증빙서류)엔 정 교수의 배우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공모했다고 판시했다. 현재 조 전 장관도 위조공문서 행사 등 12건의 혐의로 기소돼 따로 재판을 받고 있다.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였던 동양대 표창장에 대해서도 ‘정 교수가 직접 위조했다’고 1심은 판단했다. 정 교수의 딸은 2014년 부산대 의전원에 지원해 합격했다. 재판부는 당시 부산대 의전원에 증빙서류로 제출된 동양대 표창장을 가짜로 판단하면서 검찰이 정 교수에게 제기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인정했다.

지금까지 정경심 교수 쪽은 입시 비리 혐의와 관련해서 ‘(딸의 스펙에) 일부 과장은 있어도 허위는 아니다’라고 반박해왔다. 정 교수의 딸이 해당 활동에 참여한 증거가 실제로 많으며, 어떤 부분이 도덕적 비난 대상일 수는 있으나 법적 판단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또한 동양대 표창장 파일이 담긴 PC는 위법하게 수집해 증거 가치가 없다고 검찰에 맞섰다. 검찰은 동양대 강사 휴게실에서 해당 PC를 발견하고, 휴게실을 관리하는 조교에게 임의제출을 받는 형식으로 증거를 확보했다. 정 교수 쪽 변호인은 ‘PC 소유자인 정경심 교수의 동의 없이 검찰이 전자 정보를 확보해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정 교수는 ‘컴맹’에 가까워 표창장을 위조할 능력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1심은 검찰이 해당 PC의 전자파일을 입수한 경위가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 측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서도 다음과 같이 해당 전자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조교에게 당시 전자정보 상세목록을 주지 않는 등의 절차 하자만을 이유로 PC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은, 적법절차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통한 형사사법 정의 실현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재판부는 한발 더 나아갔다. 설사 변호인의 위법수집 증거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다른 증거로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가 입증된다고 못 박았다. 최성해 전 총장을 비롯해 동양대 직원과 조교들의 진술, 정 교수가 제출한 동양대 표창장 양식이 다른 표창장(총장 직인이 찍힌)과 다르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두 번째 큰 갈래인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서 횡령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때의 영향력을 이용해 사모펀드 경영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권력형 범죄’라는 프레임이었지만,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설립한 사모펀드 코링크PE에 10억원을 냈다. 이후 정 교수는 코링크PE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수수료 명목으로 1억5000여만 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를 횡령으로 기소했다. 10억원의 성격을 두고 검찰은 투자금, 정 교수는 대여금이라며 다퉜다. 1심은 10억원을 투자금으로 봤다. 다만 “정경심 교수가 이러한 행동이 횡령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고, 코링크PE의 운영 및 수익금 배분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고 판단했다.

“이런 시련은 피할 수 없는 운명”

1심 재판부는 정 교수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시했다. 2017년 5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이후, 정 교수는 자신의 동생과 페이스북으로 알게 된 조 전 장관 지지자, 단골 미용실 헤어디자이너의 계좌를 빌려 주식 거래를 했다. 정 교수 쪽은 ‘교육 목적으로 상대방이 권해서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등록 의무가 생기자, 주식 거래 등을 은폐하려는 목적이었다”라고 판단했다.

마지막 축은 ‘증거인멸’ 관련 혐의다. 건에 따라 유무죄가 나뉘었다. ‘정경심 교수와 PB 김경록씨가 함께 증거 은닉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자기 증거 인멸은 방어권 차원에서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1심 결과에 대해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 최종적으로 죄와 책임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선고 결과에 만족을 표했다. 반면 조국 전 장관은 “너무도 큰 충격이다. 검찰 수사의 출발이 된 사모펀드 관련 횡령 혐의가 무죄로 나온 것만 다행이다. 장관에 지명되면서 이런 시련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나 보다”라며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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