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DOM-KOREA.COM 갈무리5월16일 우파 유튜브 채널인 GZSS의 안정권씨(왼쪽)가 서울 강남역 집회 현장에서 노인에게 소리 지르고 있다.

예전에 비해 정치 유튜버들이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대중성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의미다.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유튜브 인기 탭에는 정치 유튜브 채널들이 심심찮게 올라와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해 9월 내가 유튜버를 시작했을 무렵엔 이른바 ‘우파 유튜버’들이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개별 채널들의 구독자 수는 물론이고 영상 조회수 역시 각각 수십만 회에 이르곤 했다. 한마디로 그 장르(우파 유튜브)가 돈이 되었던 것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유튜브 채널들의 슈퍼챗 순위를 보면 한국만 상위권에 정치 유튜버들이 포진해 있다. 그중 대다수는 우파 유튜버다. 한국의 유튜브 시장이 매우 특수했던 것이다.

시장이 있으니 사람이 모였다. 너도 나도 우파 유튜브 장르에 뛰어들었고, 그중엔 심지어 초등학생도 있었다. 정치 유튜버 시장이 형성된다는 게 문제는 아니지만 문제는 이들의 질적 수준이었다.

가령 지난해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던 한 우파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던 영상은 섬네일에 ‘한국 여자들 7천원에 몸을 팔게 될지도’라는 제목을 걸었다. 당시 한·일 무역분쟁 국면에서 그 유튜버는 ‘한국이 곧 베네수엘라처럼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7천원’ 같은 표현을 썼다. 이후 한국콜마 회장이 월례조회에서 이 영상을 튼 일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며 대중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 유튜버는 ‘우파 유튜버’로서의 활동을 중단하고 다른 주제의 콘텐츠들을 다룬다.

채널의 성격이나 규모가 바뀐 것은 이 유튜버뿐만이 아니다. 올해 중순까지 전 세계 슈퍼챗 순위에 꾸준히 2위를 기록하고 있었던 우파 유튜버 ‘GZSS’ 채널의 경우엔 아예 유튜브에서 영구 삭제를 당했다. 그 역시 혐오 발언, 욕설, 가짜뉴스, 5·18 역사 왜곡 같은 내용으로 영상을 찍어 올리곤 했다. 심지어 오프라인으로까지 뛰쳐나와 기행을 저질렀다. 그 채널 관계자들이 다른 우파 유튜버를 찾아가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GZSS와 함께 활동하던 유튜버 ‘왕자’의 경우 반페미니즘적 영상으로 빠르게 채널을 키운 우파 유튜버다. 그는 심지어 n번방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한때는 조회수가 평균 십수만 회에서 많게는 수십만 회에 육박했다. 최근 영상의 평균 조회수는 1만~2만 회다.

여전히 건재한 우파 유튜브 채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우파 유튜브 시장’이 예전만 못해진 것은 사실이다. ‘백남기 유족 명예훼손’ 혐의로 2심 판결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은 만화가 윤서인씨는 최근 봉하마을 부엉이바위, 제주 4·3평화공원, 제주 강정마을, 광주 5·18묘역 등을 방문하면서 혐오와 조롱의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예전에 제주 4·3사건의 희생자들을 ‘해충’에 비유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곤 했던 그가 훨씬 더 자극적인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윤씨 또한 조회수가 반토막 났다. 이런 사정은 대표적인 우파 유튜브 채널인 펜앤마이크, 신의한수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즉 우파 유튜버들의 수 자체가 줄었고 조회수 등 콘텐츠 성적도 낮아졌다. 올해 초만 해도 ‘유튜브가 기성 언론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하는 토론이 벌어졌고, 총선 국면에선 제1야당의 현역 정치인들이 우파 유튜버들의 인기에 편승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파 유튜버들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급전직하하고 말았다.

“어차피 이 채널은 조만간 망해요”

ⓒ오마르의 삶 갈무리잠정 중단을 선언한 유튜브 채널 ‘오마르의 삶’.

사실 꼭 시사 유튜버뿐 아니라 수많은 유튜버들이 나름의 부침을 겪는다. 1인 미디어가 다룰 수 있는 콘텐츠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대중이 소비하는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대다수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 고갈이라는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몇몇 유튜버들은 이런 문제를 정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평소 자기 생각을 풀어내는 콘텐츠로 인기를 끌었던 채널 ‘오마르의 삶’은 55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는데도 지난 10월 ‘유튜브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요즘은 별로 할 말이 없다. 내 안에 있는 이야기들을 거의 다 쏟아낸 것 같다. 지금 필요한 건 멈추는 용기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나 역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처지에서 ‘오마르의 삶’의 고백에 매우 공감했다.

사실 TV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도 수년간 살아남는 장수 프로그램은 드물다. 제작 환경을 갖추고 만드는 프로그램도 그럴진대 혼자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1인 유튜버의 상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막상 콘텐츠가 고갈되었는데 억지로 만들어봤자 그저 ‘어그로’를 끌기 위한 ‘프릭쇼’가 될 뿐이다. ‘어그로’만 끌다 보면 대중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게 된다. 궤변과 가짜뉴스일지언정 젊은 사람들을 설득하겠다는 태도로 촬영해 올리던 논평 형식의 과거 영상에 비해 훨씬 더 자극적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그저 조롱과 모욕밖에 없는 최근 윤튜브(윤서인씨의 유튜브 채널)의 야외 영상 조회수가 훨씬 떨어진 것처럼 말이다.

매우 인기 있는 요리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승우아빠’도 자신의 서브 채널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승우아빠 채널은 조만간 망해요.” 특히 요리 채널은 수명이 짧다고도 했다. 사실 보여줄 수 있는 요리 레시피라는 게 한정되어 있고, 요리 유튜브는 그 음식을 실제로 먹기 위해 재방문하는 식당과도 다르기 때문이다. 승우아빠가 그 영상을 올릴 당시 구독자 수는 9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었는데, 자기는 평생 100만명을 달성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승우아빠 채널은 현재 구독자 114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업로드되는 영상은 과거보다 훨씬 높은 조회수를 뽑아낸다. ‘사드세요…제발’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요리사가 아닌 사람들이 집에서는 조리할 수 없지만 밖에서 나름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을 직접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들이다. 사실 ‘승우아빠’는 유명한 셰프들과 함께 일했던, 기량을 갖춘 요리사다.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유튜브 각’이라는 용어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유튜브에 올리면 재미있을 것 같은 순간을 칭하는 말이다. 유튜브 콘텐츠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아무리 시장에 편승하고 자극적으로 ‘어그로’를 끌어도 자신에게 없는 것을 억지로 연출하고 조작하고 쥐어짜내는 방식엔 한계가 있다. 결국 기량과 삶이 뒷받침되어야 그걸 토대로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브 역시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시사를 다루는 유튜버들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자기 내용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지속적으로 괜찮은 정보와 매력적인 견해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시간이 쌓일수록 구독자들과의 관계가 두터워진다. 유튜브의 생명력은 그 관계를 통해 유지될 수 있다. 참사 현장에 찾아가 낄낄대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마다 순간순간 거기 편승하는 ‘프릭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지난해엔 유튜브에서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이 너무 많이 퍼지는 현상에 대해 걱정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지켜보니 결국 기량 없이 ‘코인 팔이’를 하는 유튜버들은 시청자들에게 피로감만 유발하다가 알아서 도태되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되면 그들의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하는 것을 아이템으로 삼는 나도 함께 도태될지도 모른다. 별다른 정보나 교양을 제공할 만큼 기량을 보이지 못한다면 말이다. 유튜브는 도구이고 결국 거기 올라가는 콘텐츠의 질은 운영자의 삶과 기량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자명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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