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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펀드 사기 사건’의 속을 들여다보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기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 씁쓸하다. 저금리 시대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 그리고 그들을 노련하게 꾀어 천문학적 투자금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사기꾼이 주연으로 등장하니 말이다. 여기에 정·관계 인사와 유명 연예인, 그리고 검찰 간부 등 사회 지도층 인사가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붙는다. 그런 점에서 라임펀드 사기 사건은 13년 전 제이유그룹 주수도 사기 사건과 10년 전 조희팔 사기 사건의 데자뷔다. 주수도 사건 당시 나는 서울동부지검 이종근 검사와 함께 단군 이래 최대 사기 주범으로 꼽히던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 비리를 파헤쳐 단죄를 받게 했다. 그 과정에서 비호 집단의 반격은 만만치 않았다. 사기 주범과 유착된 정·관계 인사, 검찰의 얽히고설킨 먹이사슬이 불거져 나왔다. 검사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나에게 ‘주수도는 애국자’라고 항변했다. 수감된 제이유 주수도씨도 나를 특별면회로 불러서 ‘국정원의 음모’로 선량한 사업가인 자기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억지를 부렸다. 그 주수도씨가 1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감옥에서 또 다단계 사기극을 벌여 엊그제 징역 10년 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이명박 정권 때 일어난 조희팔 사기 사건은 더 대담했다. 피해 규모 5조원대에 검경 수사기관 간부들이 줄줄이 사기 주범 조희팔 일당의 뇌물 공세에 녹아내렸다.

이번 라임자산운용 사기 사건은 피해 규모가 무려 5조9000억원대로 역대급이다. 라임자산운용은 개인투자자 4000여 명과 법인투자자 200여 개로부터 돈을 끌어들여 좀비기업의 부실자산을 대량 매입하고 펀드 돌려막기 식으로 통 큰 금융 사기극을 벌였다. 라임자산운용을 가져간 미국 투자운용사가 ‘폰지 사기(피라미드 금융 사기)’ 혐의로 미국 정부로부터 자산동결까지 받았다니 주수도·조희팔 다단계 사기가 무색할 정도다. 김봉현 회장 폭로에 따르면 지금 라임 사건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라인 검사 3명이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았다. 대규모 금융 사기 사건에서 핵심 인물의 진술을 100% 다 믿기는 힘들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번 사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윤석열 검찰은 빠져야 한다는 점이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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