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를 지은 이케이도 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제목인 ‘루스벨트 게임’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는 8대 7’이라고 말한 것에서 따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케네디 스코어’다. 7점을 잃어도 8점을 따면 된다. 점수를 잃으면 만회하면 된다. 이 간명한 목표의식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이야기의 무대인 ‘아오시마 제작소’는 사회인 야구팀(한국 실업팀과 유사하다)을 보유한 중견 제조기업이다. 회사 사정이 나빠지자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야구팀 역시 존폐 기로에 섰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경영진의 고민과 언제 해체될지 몰라도 승리를 위해 구슬땀 흘리는 야구단의 이야기가 매끄럽게 교차한다. 9회 말 2사에 터져 나오는 역전타처럼 ‘읽는 쾌감’을 불러내는 시원한 전개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독서 행위로 경험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에 충실한 대중소설이다.

빌런(악역)으로 등장하는 경쟁업체 대표를 제외하면 등장인물 대부분이 선한 의지를 갖고 회사를 사랑하며 공동체에 힘이 되고자 한다. 따뜻한 이야기 같지만 현실에서는 찾기 어려운 착한 판타지에 가깝다. 일본 경제가 점차 잃어가고 있는 ‘착한 기업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착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결국 ‘말 잘 듣는 노동자’라는 정상성을 주저 없이 내민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다루는 대목에서 작가는 ‘회사에서 퇴출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태도를 견지한다. 일본 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던 연공서열제, 집단의식 강화 등이 어느 정도 미덕으로 그려지는 것도 다소 갸웃한 대목이다. 착한 스토리가 갖는 양면성, 따뜻함과 찜찜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책이다. 물론 그마저도 작가의 의도이거나 한계일 수 있지만.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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