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

전라남도 목포시 은금동에 ‘다순구미 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따뜻하고(다순) 후미진(구미) 양지바른’ 곳이라는 의미다. 참여연대 부설 ‘아카데미느티나무’를 이끌어온 주은경 원장(60)은 이곳 풍경을 그림으로 풀어내며 자신이 힘써온 교육공동체를 떠올렸다. 2008년까지 14년 동안 방송 구성작가로 일한 주 원장은 그해 10월, 처음 참여연대 상근활동가의 삶을 시작했다. 당시 주 원장에게 맡겨진 역할은 민주주의 시민교육을 제공하는 ‘참여연대 아카데미’를 활성화시키는 일이었다.

올 10월, 주 원장은 참여연대 활동가로는 처음으로 정년퇴직한다. 12년 동안 힘써온 시민교육 활동은 참여연대가 시민과 좀 더 가까워지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주 원장이 참여연대에 처음 합류할 당시만 해도 민주주의 시민교육은 ‘단순 강연’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주 원장은 “즐거워야 사람들이 또 오고 싶어 한다”라며 민주주의 시민교육에 인문학과 예술교육을 결합하려고 노력했다.

주은경 원장은 “참여연대라는 시민사회단체가 권력감시 운동, 애드보커시(시민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 시민운동 방법론)에 특화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메마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여연대에서 시민들과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는 공간이 아카데미느티나무다”라고 말한다. 한국 민주주의가 상처받는 순간마다 “뭐라도 하고 싶다”라며 찾아오는 시민들에게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아카데미느티나무의 역할이었다.

12년 동안 몸담은 민주주의 시민교육 분야에도 최근 큰 변화가 찾아왔다. 시민들이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에서 직접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민주시민·인권·인문 교육도 다양해졌다. 민주주의 시민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나아진 지금, 정년퇴직 이후 그의 일상은 어떻게 변할까? 주 원장은 “사실 정년퇴직은 사회가 정한 선을 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시민교육 분야에서 보다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그동안 시민교육 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책을 엮을 계획도 세우고 있다. 교육공동체를 일구는 동안 기획자이자 참여자로 틈틈이 그린 그림도 전시할 계획이다. 주 원장의 첫 개인전 〈나의 다순구미 마을〉은 10월17일부터 10월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1층 ‘카페 통인’과 지하층 ‘느티나무홀’에서 살펴볼 수 있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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