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카르텔
박홍서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한·미 동맹 강화든, 한·중 관계 강화든 그것은 관념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신냉전’의 도래를 진단하는 목소리는 익숙하다. 세계적 석학 그레이엄 앨리슨은 미·중 간 전쟁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 연구교수로 재직하며 한반도와 북방 문제를 연구하는 저자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미·중 관계를 자본주의 국제질서 안에서 경쟁하는 일종의 ‘카르텔 관계’이자 갈등적 상호의존 관계로 본다. “한반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미국과 중국에서 생산·유통되는 관련 논의들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원초적인 믿음”이 그 바탕이다. 미·중 관계가 카르텔이라면, 한·미 동맹 강화와 대중국 관계 개선의 극단 중에서 양자택일을 하는 전략은 어떻게든 한국의 이익을 훼손할 것이다.

 

 

 

 

 

 

 

 

천사의 탄식
마종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내가 시를 쓰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것도 보고 싶어서이고, 들리지 않는 소리도 듣고 싶어서이다.”

지은이는 ‘미국에 사는 의사 시인’이다. 이 시집은 올해로 등단 60돌을 맞은 마종기 시인의 열두 번째 시집이다. 그는 왜 미국에서 시를 쓰나? 공부를 하러 갔다가 자리를 잡았나? 예전에 무심코 넘겨짚었는데, 이 시집과 해설을 보고서야 뒤늦게 알았다. 1965년에 ‘한일회담 반대 서명’을 했고, 불법 연행·투옥·고문 등이 이어졌음을. 스스로 원해서 이 땅을 떠난 게 아니었다.
문학평론가 이희중은 해설에서 “〈천사의 탄식〉에서 여든 안팎의 연륜을 얻은 빼어난 서정적 지성이 가꾼, 연민과 응시와 회억의 큰 숲을 본다”라고 썼다. 60년 동안 타국에서 한국어로 시를 쓴 시인의 삶과 문학은 어떤 것일까. 시편을 읽다 보면 어떤 아득한 그리움이 느껴진다.

 

 

 

 

 

 

 

 

좁은 회랑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로빈슨 지음, 장경덕 옮김, 시공사 펴냄

“자유가 싹트고 번성하려면 국가와 사회가 둘 다 강해야 한다.”

대런 애쓰모글루는 노벨 경제학상을 예약해뒀다는 말을 듣는 경제학계의 슈퍼스타다. 연구 파트너인 제임스 로빈슨과 함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2012년에 내놓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 〈좁은 회랑〉은 900쪽에 달하는 대작이다. 책의 부제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이 주제의식을 압축한다. 자유는 매우 부서지기 쉽고 위태로운 성배다. 개인이 노력해서 자유로워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유란 당대 세계가 함께 만들어내는 성취다. 국가가 너무 세면 국민의 자유는 제한된다. 반대로 국가가 너무 약해도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돌입하여 자유가 침식된다. 이 고전적인 딜레마를 뚫고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좁은 길이 무엇인지 경제학적 사유를 무기로 추적한다.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김재환 지음, 주리 그림, 북하우스 펴냄

“몸이 아푸마 빨리 주거야지 시푸고, 재미끼 놀 때는 좀 사라야지 시푸다.”

2015년 경상북도 칠곡군 약목면에 문해 학교가 들어섰다. 평균나이 78세 일곱 ‘할매’들은 이곳에서 한글을 배우고 삐뚤빼뚤 시를 쓴다. ‘우리 어매 딸 셋 낳아 분하다고 지은 내 이름 분한이(권분한)’ ‘글자를 모르이 냄새로 알았다/ 참기름 냄새가 나면 기름장이 집/ 족발 냄새가 나면 족발장이 집(안윤선)’…. 짧은 구절에도 자꾸만 발목이 잡힌다. 할머니들을 3년간 만나며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2019년 개봉한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다. 영화에 다 담지 못한 후기를 책으로 엮었다. 화투를 치고, ‘영감’들 흉을 보다가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는 할머니들을 보며 “재미있는 게 의미 있는 거”였단 사실을 깨닫는다. 나이 듦과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걱정 어린 시선은 편견일지도 모른다.

 

 

 

 

 

 

 

 

완월동 여자들
정경숙 지음, 산지니 펴냄

“언니들의 인생을 경험하면서 나는 점점 작아졌다.”

부산 완월동. 공식 지명은 아니다. 부산 서구 충무동, 초장동 일대를 이렇게 부른다. 한반도 최초의 유곽이자 동양 최대의 성매매 집결지였다. 미군 항공모함이 입항할 때 쏟아져 내린 미군과 단체관광으로 온 일본인이 주된 고객이었다. 달러와 엔화를 벌어들인다는 구실로 관청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했지만, 이제 폐쇄 순서를 밟고 있다.
2002년 11월4일 완월동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지원하는 단체 ‘살림’이 생겼다. 저자는 이 단체의 공동 설립자다. 저자가 〈시사IN〉에 자필로 써 보내온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충분할 것 같다. “성매매(성착취) 현장에서의 18년 기록. 성매매 여성들과의 진한 우정과 연대의 기록이며 성매매 현장을 드러내는 글이기도 합니다.”

 

 

 

 

 

 

 

 

온라인 수업, 교사 실재감이 답이다
수업과성장연구소 기획, 신을진 지음, 우리학교 펴냄

“아, 우리 선생님이 여기 계시는구나. 나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구나!”

코로나19는 학생에게서 교사를, 교사에게서 학생을 앗아갔다. 서로가 있다는 건 알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니 와닿지 않는다. 웹캠을 켜고 줌(zoom)에 접속해 만난들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는’ 이상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실재감(presence)’이 빠졌기 때문이다. 교육상담학 박사, 사이버대 교수로서 온라인 교육 현장을 10년 넘게 경험한 저자는 온라인 학습에서 배움을 가로막는 가장 위험한 방해 요소가 실재감이 결여된 상태라고 말한다. 실재감의 개념과 실천 원리를 설명하고, ‘교사 실재감’을 발휘한 교사 4명의 사례를 보여주며 실질적 방법을 제시했다.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온라인 수업에 관한 질문들도 다뤘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