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예뻐도 ‘부자 아빠’ 없으면 무용지물
우리는 흔히 ‘연대’를 말하고 또 꿈꾸지만, 이 연대라는 놈은 그 아저씨들 사이에 있는 연대가 진짜다. 힘세고 돈 많은 아저씨들은 서로를 얼마나 소중하게 지켜주는지, 장자연 몇 명이 죽어나가도 도무지 흔들릴 성싶지 않다. 아마 그것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인류 역사상 그것은 가장 튼튼했고, 또 튼튼할 연대니까.
여자애들은 알랑대기만 하면 뭔가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은 쉽게 생각한다. 실상은 예쁘면 건드리는 바람에 손 타서 성질만 버리고, 못생기고 뚱뚱하면 그런 대로 구박받아서 성질만 버리는 게 여자애들의 삶이다. 예쁘장하면 간혹 뭔가 얻는 수도 있겠지만, 장자연이 그랬듯 받은 것보다 훨씬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다 떡고물 얻어 먹어봤자 그것도 몇 년이면 그만, 나이 들었다고 뒷방으로 꺼지거나 알아서 박박 기어야 하는 삶이 기다린다. 남자로 태어났다고 해서 누구나 싸움 잘하고 학벌 좋고 인망 두텁고 돈 잘 벌고 집안까지 좋은 ‘엄친아’가 될 수 없듯이, 젊은 여자 중에도 ‘된장녀’라고 손가락질받을 만큼 잘 먹고 잘사는 여자는 극히 드물다. 나이가 들수록 전자오락처럼 스테이지만 바꾸어 지옥이 계속된다. 부자 아빠나 부자 오빠를 찾을 때까지.
심지어 여자애들은 그 눈곱만 한 떡고물을 가지고, 혹은 부자 아빠나 부자 아빠 후보를 두고 서로 경쟁하면서 그 과정에서 다치고 희생된다. 간혹 발랑 까진 신입생 여자애들이 어수룩한 복학생 등쳐 먹거나 소개팅에 나온 여자가 제 지갑 한번 안 열었다고 해서 젊은 여자의 인생이 다 그렇게 누워서 떡 먹듯 수월한 것이 아니다. 그녀들의 지옥이란 아무도 그 따위 것이 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을뿐더러 있다는 사실조차 믿지 않으려는 곳이기 때문에 한층 더 어둡다. 그 지옥에 갔다 와봤거나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는 여자애들은 그저 마음 아파하는 수밖에 없다. 저 힘센 아저씨들의 연대와 달리 우리 같은 계집애들이 할 수 있는 연대는 고작해야 장자연이 스무 살 남짓한 후배 연예인을 대신해 접대 나간 거라든가, 지금의 나처럼 화내면서 울어주는 수밖에 없으니까. 아, 캄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