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엄마들 제공어린이집 영아의 급·간식비의 최저 기준은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1745원이었다.

지난해 12월10일 어린이집 급·간식비를 인상하는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올해부터 만 0~2세 영아의 1일 급·간식비를 1900원으로 올리고, 만 3~5세 유아도 1일 2500원대 수준으로 보육사업 안내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어린이집 급·간식비의 최저 기준은 1745원이었다. 그 금액이 정해진 때는 1997년,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이다. 1745원 기준은 22년간 꿈쩍 않고 이어져왔다. 2012년 정부가 만 3~5세 보육과정을 ‘누리과정’으로 구분하면서 0~2세 영아는 1745원, 3~5세 유아는 2000원이 됐다.

통계청이 제공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라 당시 1745원을 현재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120원이다. 거꾸로 현재 1745원을 당시로 환산하면 975원에 불과하다. 그동안 노동자가 받는 최저임금은 1400원에서 8590원으로 올랐다. 급·간식비 기준 역시 최저임금과 비슷한 구실을 한다. 고용주가 최저임금을 지켜야 하지만 그보다 많은 시급을 줄 법적 의무는 없는 것처럼, 어린이집 운영자도 1인당 식재료비로 최소 1745원을 써야 하지만 그 이상의 비용을 쓸 의무는 없다. 아이들 급식이 어린이집 재정 상황과 운영자의 선의에 달려 있는 셈이다.

정부에서 내려주는 1745원에 각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이 붙기도 한다. 금액은 지역사회의 관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해 5월 지자체 243곳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약 28%에 해당하는 67개 지자체가 어린이집에 한 푼도 식비 지원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가장 많은 지원금을 제공하는 지자체는 한 명당 추가 1190원을 지원해 총 2935원(지난해 기준)을 어린이집 하루 급·간식비로 정한 충북 괴산군이다.

보건복지부 어린이집은 3862원인데

부모의 직장에 따라서도 식사의 질이 달라진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드러낸 전국 300여 개 공공기관 직장 어린이집 급·간식비 현황(2019년)을 보면, 보건복지부 어린이집은 3862원, 국회 어린이집은 3800원, 기획재정부 어린이집은 3300원이다.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한 사업주는 어린이집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대개 ‘여유가 되는’ 직장만이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한다.

23년간 꽁꽁 묶여 있던 어린이집 최저 급·간식비 기준이 올랐던 까닭은 표준보육비용 조사 결과 급·간식비 비용이 올해 처음으로 1745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표준보육비용이란 국무총리 산하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4~5년에 한번 조사해 발표하는 보육료 산정의 기초 자료이다. 물가는 해마다 오르는데 어린이집 영유아 점심 단가는 ‘행정 주기’에 묶인 것이다. 그나마 2022년부터는 3년 간격으로 조사 주기가 짧아질 예정이지만 해마다 뛰는 식재료 물가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해 12월10일 국회 앞에서 ‘어린이집 급간식비 기준 1745원에서 1900원으로 찔끔 인상, 급식차별 방치한 정부·국회를 규탄한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윤일순씨는 “6000~7000원은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3000원은 돼야 아이들 입에 과일 한 조각이라도 넣어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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