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감독관에게 의자를 줘야 하는 이유
  •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 호수 640
  • 승인 2019.12.2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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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성 그림

지난 11월 수능시험이 끝났다. 처음으로 감독을 맡게 되니 긴장돼서 동료와 모의 시연을 해볼 정도였다. 한두 가지 실수나 각종 민원에 시달렸던 교사들의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수능 당일 가장 피하고 싶은 감독은 단연코 1교시다. 감독관이 오전 8시10분에 입실해 20분간, 수험생이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고, 착용한 시계가 아날로그시계인지 아닌지 점검한 뒤 전자기기 일체는 수거한다. 그리고 오전 10시에 OMR 카드를 수합하고 확인해서야 퇴장할 수 있다. 장장 2시간이다. 2교시는 감독관 입실 뒤 110분이 걸린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중고등학교 시험보다 두 배는 길다. 3교시와 4교시를 연속으로 들어갈 경우 점심시간이 다소 짧아서 급하게 식사를 해야 한다. 4교시에는 한국사 시험을 본 다음, 선택과목 1과 선택과목 2를 진행하는 과정이 복잡해 감독이 3명씩 들어간다. 제2외국어와 한문까지 감독한다면, 아침 7시에 도착하여 길게는 오후 5시40분께 종료된다. 거의 한나절을 수능 감독으로 일한다.

교사는 학생과 달리 감독 도중 화장실을 출입하기가 어렵다. 책상에 걸터앉아도 안 되고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로 있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체력 저하가 극심해진다. 다리가 떨리는데도 움직였다가 시선 방해나 소리가 날까 봐 조심해야 한다. 이러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을 턱이 있나. 몇몇 선생님께 물어보니, 지금 수능 보수의 두 배가 되더라도 피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필자는 학생 시절, 고등학교 3학년에 치르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수능도 미국 SAT처럼 여러 번 보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감독관으로 참여해보니, 과거의 나에게 ‘다시 생각해봐’ 하고 고개를 젓고 싶을 정도였다.

선배 교사들에게 물어보니 10년 전만 해도 수능 감독이 이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동안 교권 하락으로 인한 교사 민원 증가, 개인주의 심화로 인한 학생 간 민원 증가(약간의 소음으로 앞뒤 학생이 싸울 뻔한 일 등), 전자기기 발달로 인한 감독 강화 등으로 부담이 커지지 않았을까.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 탓에 올해도 수능 감독으로 쓰러진 교사가 있었다.

감독 처우 개선은 더 나은 시험 환경 제공

지난 9월 교원단체들이 합동으로 3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청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수능시험 감독 중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법률 및 재정적 지원, 장시간 감독을 위한 키높이 의자 배치, 교사 1인당 2개 교시 이내 감독 등이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단체보험 가입과 감독관 수당 인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의자 배치에 대해서는 불가 방침을 내놓았다. 학생, 학부모의 부실 감독 민원 및 공간 부족을 근거로 들었다. 2개 교시 이내 교대근무도 권고되고 있지만, 교사 수를 늘리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크게 바뀐 것 없이 수능을 치렀다. 수능 감독을 마친 선생님들은 키높이 의자가 없어도 되니 책상에라도 걸터앉을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채 감독에 나섰다가 쓰러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단 하루밖에 안 되는데 뭘 그러느냐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단 하루라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신체적 고통을 겪으면 개인에게는 큰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교사들 기피가 많아지면 수능 감독의 부담은 자연스레 젊은 교사들에게 몰린다. 신규 교사 비중이 높은 어떤 지역은 감독관 연수를 들으려고 모인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수능 감독이 처음이었다고 했다. 수능 감독은 정감독·부감독 2인 1조로 배치되는데 처음인데도 정감독을 맡은 교사도 있었다.

감독 처우 개선 문제는 학생이나 학부모와 다툴 일이 아니다. 더 나은 시험 환경을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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