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밀항 직전 경찰 로비 자금 5억원 뿌렸다
  • 정희상 기자
  • 호수 79
  • 승인 2009.03.16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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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대 사기범 조희팔은 경찰에 뿌릴 로비 자금 5억원을 집행했다. 이 돈을 받은 로비스트들은 서산 경찰 간부를 접촉해 정보를 얻었다. 11월4일 조희팔 일당 수배 전단을 만든 서산 경찰은 조희팔이 밀항한 뒤에야
   
조희팔
지난해 12월9일 태안 해경의 ‘해상 작전’ 과정에서 중국으로 밀항한 4조원대 금융 다단계 사기 주범 조희팔이 밀항하기 직전 인근 서산·태안 지역의 경찰 수사 무마 로비 자금조로 5억원을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가을 조희팔의 ‘경찰 로비 자금’을 제보받아 수사를 벌인 인천지검 부천지청 관계자를 통해 드러났다. 서산경찰서는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을 맨 처음 수사한 곳으로, 조희팔 일당이 밀항에 성공한 태안 지역 육지 치안을 관할한다.

당시 조희팔의 서산 경찰 로비 시도를 수사한 부천지청 이종근 검사는 “서산경찰서에서 조희팔 사건 피해자의 진정을 받아 수사에 착수한 뒤 (주)리브 서울·경인 지역 총책인 김근호(도피중)와 고문인 황의윤(구속중)이 공모해 서산 경찰 수사를 무마하기로 하고 조희팔에게 5억원을 받아 로비한 사건을 수사했다. 김근호는 대구 본사의 조희팔로부터 서산 경찰 간부들에게 뿌려야 한다며 5억원을 받아 경인 지역에 있는 (주)리브 센터장의 남편 김 아무개씨와 경찰에 아는 사람이 많다는 일명 송 사장에게 건넸다”라고 밝혔다.

조희팔로부터 서산 지역 경찰 상대 로비 자금 5억원을 받아 경찰 로비스트 2명에게 건넨 김근호는 조희팔의 오른팔로 서울·경인·충청 지역 다단계 총책을 맡아 2만여 명에게 2조원대 사기 피해를 준 거물급 수배자다. 그는 조희팔과 함께 지난해 11월30일 태안 해경의 ‘작전’ 과정 중 중국 밀항선을 탔다가 파고가 높아 되돌아온 뒤 한동안 부근 펜션에 은신하기도 했다.

부천지청은 조희팔의 서산 경찰 로비 사건 수사를 통해 김근호 일당이 경찰 브로커 두 사람에게 로비 자금 5억원을 건넸고, 돈을 받은 브로커는 실제 서산경찰서 수사 간부들을 두루 접촉해 수사 동향과 정보를 받아 조희팔 일당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부천지청에 붙잡힌 로비스트들은 끝까지 “서산경찰서 수사 간부들을 만나 정보만 얻었을 뿐 돈은 건네지 않았다”라며 로비 자금 5억원은 자기들이 개인 빚을 갚는 등 착복한 것으로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종근 검사는 “이들이 서산경찰서 다단계 사건 수사 간부들을 접촉해 로비를 시도한 정황은 다 파악했지만 경찰에 뭉칫돈을 건넨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일단 김씨와 송씨 등 경찰 로비 브로커 두 사람만 변호사법 위반죄로 기소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사IN> 보도로 조희팔 밀항 과정의 베일이 벗겨진 점은 뒤늦게나마 다행이다”라며 지금이라도 조희팔 밀항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 해외 도피한 그를 송환해 와야 한다고 말했다.

‘5억원을 들고 서산경찰서 수사 간부들을 접촉해 수사 정보를 얻었지만 돈은 건네지 않았다’는 조희팔의 로비는 과연 실패한 로비일까? 의혹은 꼬리를 문다.

   
조희팔의 금융 다단계 사기는 5만여 피해자를 낳았고, 피해액이 4조원대에 이른다. 위는 조희팔이 밀항 때 사용한 배.
실패한 5억원대 로비? 성공한 조희팔 밀항!

조희팔이 밀항 추진 과정에서 서산 경찰을 상대로 시도한 5억원대 수사 무마 로비에서 핵심 인물은 경인 지역 총책 김근호다. 김근호는 지난해 11월10일부터 한 달 동안 조희팔이 서산·태안 지역을 경유해 세 차례 마금포항을 드나들며 중국 밀항을 시도할 때 함께 밀항선에 탔던 수배자다. 태안 해경과 ‘공조 작전’을 펴며 조희팔을 밀항시킨 밀항 제보자 박창희씨는 <시사IN>에 보내온 체험수기를 통해 김근호의 비중과 역할을 이렇게 썼다. “두 번째 밀항을 시도하던 11월30일, 조희팔 밀항 조직이 ‘왕회장(조희팔)은 자기 대신 김근호를 먼저 밀항시키기 원한다’면서 그 이유는 ‘그가 회사 비밀을 많이 알고 있어 왕회장 혼자 밀항하면 나중에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해 결국 두 사람이 함께 밀항선을 탔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11월30일 자정 마금포항을 출발한 조희팔과 김근호의 밀항선은 해상의 높은 파도 때문에 되돌아왔고, 이후 김근호는 태안의 한 펜션에서 은신했다. 이 내용도 해경에 보고했지만 그를 잡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 밀항 제보자 박씨의 주장이다.

   
서산 경찰을 상대로 5억원대 수사 무마 로비를 주도한 수배자 김근호.
조희팔이 밀항 추진 과정에서 김근호를 통해 경찰 브로커를 고용해 서산·태안 지역 경찰 로비 자금 명목으로 5억원을 집행했다는 검찰 수사 내용은 경찰관에 뭉칫돈을 건넨 결정적 증거를 잡지 못해 ‘실패한 로비’로 판단했다지만, 결국 ‘성공한 밀항’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초 밀항을 시도했던 11월 초순에만 해도 조희팔은 체포될까 두려워 철저히 변장한 차림으로 서산 지역에 나타났다. 당시 조희팔은 서산 경찰 관할 검문소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도로를 이용해 마금포 항구로 접근하기를 극도로 꺼려 밀항 제보자 박창희씨로 하여금 서해안고속도로까지 직접 차를 몰고 나와 밀항지로 태워가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1차 밀항에 실패해 대구로 돌아간 조희팔이 김근호에게 서산 수사 경찰에 로비하라고 5억원을 내준 뒤인 두 번째 밀항 시도 때부터 그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서산 경찰로부터 중요 지명 수배를 받은 상태인데도 태연히 자기 차를 몰고 서산·태안 지역 검문소와 도로의 감시 카메라를 통과했는가 하면, 변장도 하지 않은 채 나타나 애인 김○○과 팔짱을 끼고 태안 지역을 활보했다. 특히 세 번째 밀항을 시도해 성공했던 12월9일에는, 하루 전에 나타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모텔·식당·항구 등을 활보하며 대낮에 해경의 잠복 형사들이 보는 가운데 밀항선에 올랐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거물급 수배자의 행보였던 셈이다.

제보자 박씨와 공조 작전을 한 달간 펴면서도 조희팔을 잡지 않아 밀항을 방조했다는 비난을 사는 해경은 <시사IN>에 연락해와 이렇게 항변했다. “서산경찰서에서 조희팔 일당을 일찌감치 지명 수배했다지만 우리에게는 수배 전단도, 명단도 넘기지 않았다. 조희팔이 육로를 통해 태안으로 접근해 들어오는 길목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와 검문소는 육지 경찰 관할인데 왜 조희팔을 못 잡은 책임을 해경 탓으로만 돌리느냐.”

마금포 항구에서 시작된 조희팔의 세 차례 밀항 작전이 태안 해경과 제보자의 공조 및 오판 속에 성공한 것은 해경도 부인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나 태안 해경의 밀항 방조 책임과는 별도로 항구에 이르는 서산 경찰 관할 육로에서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오간 수배자 조희팔 일당의 행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서산경찰서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조희팔 사기 사건을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조희팔은 밀항 장소를 대담하게도 서산과 인접한 태안 지역으로 택했고, 김근호를 통해 서산 경찰 수사 무마 로비 자금조로 5억원을 집행했다. 조희팔과 김근호로부터 로비 자금을 받은 경찰 브로커 두 사람은 이 무렵 서산경찰서 수사 간부들을 접촉해 수사 정보를 얻었다. 서산경찰서는 11월4일 조희팔 일당의 공개 수배 전단을 만들었지만 인접한 태안 해경에는 아예 전달하지 않았다. 서산경찰서에서 태안 해경에 조희팔 일당 수배 전단을 전달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조희팔의 밀항 성공이 확인된 다음 날인 12월11일이었다. 이것을 과연 우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뉴시스
조희팔이 밀항할 때 해양경찰청장이었던 강희락 경찰청장.
경찰 로비 총책 김근호, 조서에서 왜 뺐나

11월 초부터 조희팔 일당 9명에 대한 수배 전단을 만들어 뿌렸다는 서산경찰서가 조희팔 밀항 후 ‘서산경찰서 상대 5억원대 로비’ 추진 주역인 수배자 김근호에게 보여준 태도도 석연찮다. 해경과 공조 작전 과정 중 조희팔을 공해상에 넘겨주고 귀항하던 박씨에게 조희팔 보디가드들은 “다음 차례는 꺽다리(김근호)이니 밀항을 꼭 성공시켜 달라”고 부탁하며 “현재 김근호는 부산에 있는 승려 홍○○씨 집에 은신해 밀항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알려줬다.

마금포항에 도착한 밀항 제보자 박창희씨가 태안 해경에 연행된 때는 12월10일 자정 무렵. 귀항 후 해경에 들어가서야 자기가 해경을 도와 밀항시킨 사람이 희대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이라는 사실을 안 박씨는 ‘부산 홍○○ 집에 숨어 있는 김근호를 체포하라’고 경찰에 귀띔했다. 그러나 당시 태안 해경으로 파견 나와 박씨를 상대로 밀항 사건을 조사했던 서산경찰서 수사팀은 이를 묵살했다. 조희팔 일당 수배자 전단을 보여달라고 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박씨는 조희팔과 밀항선을 탄 적이 있고, 다음 밀항 순서로 김근호가 대기 중이라고 말했지만 서산 경찰은 조서에 이를 남기지 않았다. 이에 박씨는 조사대기실에서 “거물급 밀항 범죄자를 붙잡지 않고 애매한 제보자인 나를 잡아가두는 당신들이 경찰이냐”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태안 해경에서는 제보자 박씨를 보호해줄 테니 “밀항은 몰랐고 마약 사건인 줄 알았다고만 진술하라”고 종용했다. 변호사도 사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서산 경찰 파견 수사관과 태안 해경은 뒤로는 조희팔 밀항 사건 책임을 박씨에게 뒤집어씌워 구속하려 절차를 밟고 있었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박창희씨는 영장 없이 구금할 수 있는 시한 만기가 되는 12월12일께에야 서산지청 검사 앞에 가서 밀항의 진실을 털어놓았다. 309호 박 아무개 검사실로 불려간 박씨는 이 자리에서 조희팔 일당 수배 전단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에 가서야 조희팔 일당 수배자 명단을 확인한 박씨는 자기가 해경 제보자로 밀항 작전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본 수배자 3명을 찍어주었다. 박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김근호의 밀항 추진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았다. 그러나 검찰도 조서에 김근호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

   
3월12일 인천 해경 본청 앞에서 해경의 ‘조희팔 밀항 방조 규탄시위’를 벌이는 조희팔 일당 다단계 사기 피해자.
태안 해경의 사건을 지휘 관할하고, 서산경찰서가 벌인 조희팔 사기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던 서산지청도 조희팔 밀항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석연찮은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박창희씨를 조사한 서산지청 309호실 박 아무개 검사(현재 법무부 근무)는 “조희팔을 잡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전제한 뒤 이렇게 말했다. “박창희씨가 조희팔을 밀항시킨 다음 김근호 얘기를 꺼냈기 때문에 조서에 쓸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씨를 구속한 것은 처음에 조희팔 밀항을 마약으로 잘못 제보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제보자이긴 해도 박씨가 조희팔을 밀항시킨 일당을 검거하도록 해준 점은 인정해 범죄수익이 전액 회수되면 기소유예 처분을 해주려고 했는데 자꾸 돈 납부를 미루는 바람에 당시 구속 기소 처리했다. 지금은 구속 중지해 풀어줬는데 앞으로 박씨에 대한 처벌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러나 <시사IN>이 당사자에게 확인 취재한 결과 박 검사의 주장에는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았다. 우선 해경에 조희팔 일당의 밀항 추진을 처음 제보하고 공조 작전을 벌인 박창희씨에 대해 박 검사가 “처음부터 ‘마약 사범’으로 잘못 제보했다”고 단정하는 것부터 잘못됐다. 이와 관련 순길태 당시 태안 해양경찰서장은 <시사IN>에 찾아와 “박씨가 처음에 밀항을 제보했고 마약이 의심된다고 동시에 제보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태안 해경 책임자조차 박씨를 처음부터 잘못된 마약 제보자라고 단정하지 않는데 검찰이 그렇게 단정하고 구속한 것이다. 또 서산경찰서에서 박씨에게 밀항 책임을 뒤집어씌워 처벌하는 쪽으로 검찰에 자료가 올라왔을 때 박 검사가 태안 해경 감찰계장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박씨는 제보자이므로 검찰이 보호해주고 며칠 내로 풀어주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했다는 점은 감찰계장도 시인했다(감찰계장과 박창희씨 통화 녹취록 확보).
 

   
서산경찰서는 지난해 11월4일 조희팔 수배 전단을 만들어놓고도 태안 해경에는 조희팔이 밀항한 다음 날인 12월11일에야 이를 보내 비호 의혹을 사고 있다.
박창희씨로부터 11월4일 왕회장(조희팔)의 밀항 제보를 받은 태안 해경은 곧바로 서산지청 박 검사에게 정보 보고를 하고 지휘를 받았다. 이에 대해 박 검사는 “내가 해경 지휘검사인 것은 맞다. 처음에 태안 해경 수사과장이 내 방에 와서 왕회장 일당의 마약 사건이라고 하기에 나는 마약 담당 검사 방으로 이첩하고 손을 뗐다. 그 뒤 조희팔이 밀항하자 내가 이 사건을 다시 맡았다”라고 주장했다.

박 검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애초에 태안 해경 수사과장이, 박씨와 긴밀히 공조한 감찰계장과 순길태 해경 서장의 판단과는 달리 박 검사에게 허위 정보 보고를 했다는 뜻이 된다. 문제의 태안 해경 수사과장은 조희팔을 밀항시킨 뒤 마금포항으로 되돌아온 측근 4명을 구속했을 때 조희팔 일당의 다단계 조직으로부터 선처를 바라는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당시 로비스트는 해경 고위 간부 출신인 최○○씨. 해경 수사과장에 대한 조희팔 일당의 이같은 로비 의혹에 대해 태안 해경의 한 중간 간부는 “해경 국장 출신 최○○씨로부터 태안 해경 수사과장에게 구속된 조희팔 측근들을 잘 봐주고 특별 면회도 시켜달라는 부탁 전화가 온 적은 있지만 직접 접촉하거나 로비를 받은 사실은 없다”라는 취지로 적극 부인했다(이 간부와 박창희씨의 통화 녹취록 확보).

결국 모든 사태 전개 과정과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태안 해경과 서산경찰서, 대전지검 서산지청이 모두 조희팔의 ‘이상한 밀항’과 거액 로비 시도, 민간인 제보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인권유린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지난주 <시사IN>이 조희팔 밀항 제보자 박창희씨의 수기를 공개하고 태안 해경의 밀항 방조 책임을 묻는 기사를 내보내자 조희팔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은 3월12일 인천 해경 본청 앞에 찾아가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었다. 파문이 확대되자 해경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어 “인터폴에 밀항한 조희팔의 신상자료를 보내 검거 협조를 의뢰하고, 해경 감찰팀을 동원해 당시 해상 작전에 관여한 태안 해경을 상대로 진상 조사를 벌이겠다”라고 발표했다. 해경 감찰팀은 <시사IN>에 수기를 게재한 조희팔 밀항 제보자 박창희씨에게도 진상 조사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해경의 이런 대응을 두고 검찰 수사 전문가들과 다단계 피해자들은 충분한 대응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국제 경찰 공조는 경찰청 몫이지 해경 차원에서 책임 있게 추진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태안 해경이 조희팔 밀항을 방조할 당시 해경의 총책임자는 강희락 현 경찰청장이었다. 또 조희팔 일당의 범죄 수사는 서산경찰서가 주로 담당했고, 이 과정에서 조희팔은 서산 경찰을 상대로 5억원대 수사 무마 로비를 시도하면서 유유히 인근 항구를 통해 밀항했다. 당시 경찰청은 서산경찰서와 대구지방경찰청이 거물급으로 수배 조처를 내린 조희팔 일당의 수배 전단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지난해 12월10일 총책 조희팔의 밀항이 확인된 뒤 지금까지도 경찰청은 조희팔을 국제 범죄인 인도 공조를 통해 송환하게 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강희락 경찰청장이 책임지고 해결하라”

바로 이같은 의혹 요소 때문에 당시 해양경찰청장이었던 현 강희락 경찰청장이 이번에야말로 경찰 본청 차원에서 조희팔 일당의 경찰 로비 및 밀항 사건의 진상을 재조사하고, 조희팔 송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조희팔 사기 피해 대책위 관계자들은 이를 위해 조만간 경찰청 본청 앞에서 강희락 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고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어쩌면 처음부터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조희팔 일당 금융 피라미드 사기 사건은 전국에 걸쳐 5만여 피해자를 낳았고, 피해 액수도 사상 최대인 4조원대로 집계되는 대형 사기 사건이다. 가족을 포함해 수십만에 이르는 피해자는 이 사건을 처음부터 중앙의 검·경 지휘부가 나서서 책임 있게 처리해달라고 촉구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지방 경찰과 지청에서 산발적으로 수사하도록 방치한 가운데 조희팔 일당은 서산·태안 지역의 치안을 유린하며 해외로 도피했다. 따라서 강희락 신임 경찰청장은 지금이라도 이 사건을 원점에서 재조사하고, 거액을 편취해 달아난 주범 조희팔을 잡아들여 피해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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