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몽니’ 부리니 오바마도 별수 없네
  •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 호수 76
  • 승인 2009.02.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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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당적 국정 운영이 공화당의 ‘일사불란한 당파주의’ 벽에 막혀 되는 일이 없는 판국이다. 그러자 민주당에서는 초당적 국정 운영에 대한 궤도 수정론이 나온다.
   
ⓒReuters=Newsis
지난 2월11일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레이드 의원(사진 왼쪽 세 번째)이 공화당 소속 콜린스 상원의원(사진 맨 왼쪽) 등과 함께 7870억 달러의 경기 부양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백악관에 입성한 지 한 달이 됐다. 그가 직면한 최대 난국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사상 최악이라는 경제난. 경제난만 아니라면 그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국정을 자기 철학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최선의 정치적 환경을 갖추었다. 행정부의 최대 견제 세력이라 할 연방 의회만 보더라도 현재 하원은 물론이고 상원도 오바마가 속한 민주당이 장악했다. 여론도 일단 오바마 편이고, 무엇보다 지난 대선 때 자신을 압도적인 지지로 뽑아준 대다수 국민이 변함없는 성원을 보낸다.

그런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요즘 심기 불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신의 국정 운영에 협조하지 않는 공화당 때문이다. 오바마는 취임 초부터 ‘초당적 국정 운영’을 공약했고, 실제로 최근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경기 부양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초당적 지지를 호소하며 자신의 공약을 실천에 옮겼다. 그는 공화당의 반대로 당초 기대하던 액수보다 크게 모자란 7870억 달러의 경기 부양안에 만족해야 했지만, 동시에 최악의 경제난을 타개한다는 거국적 목표 앞에서도 극명하게 펼쳐진 공화당의 일사불란한 당파주의 앞에서 초당적 국정 운영의 두꺼운 벽을 절감해야 했다.

사실 오바마는 나날이 가중되는 경제난 앞에서 공화당도 초당적으로 경기 부양안에 지지해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공화당 측이 일사불란하게 조직적인 저항에 나서자 오바마는 직접 국민을 상대로 기자회견도 하고 최악의 실업난으로 시달리는 인디애나 주와 일리노이 주를 방문해 경기 부양안이 통과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자신의 호소가 먹히지 않자 그는 경기 부양안에 대한 의회의 표결이 벌어지기 나흘 전인 2월10일 기자회견에서 공화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여과 없이 토해냈다. 그는 “민주·공화 양당으로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취하겠다. 그러나 우리를 이 지경에 몰아넣은, 지난 8년의 실패한 경제 이론으로 복귀하진 않을 것이며, 지난 11월 대선도 그에 대한 심판의 일부다”라면서 전임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허사였다. 설상가상 오바마 대통령이 초당적 국정 운영의 실천 사례로 상무장관에 영입했던 저드 그렉 공화당 상원의원마저 영입 제의를 받아들인 지 며칠 만에 ‘국정 철학’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관직을 반납하고 말았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일부 노련한 민주당 인사들은 결국 ‘초당적 국정 운영’이란 장밋빛 희망에 빠진 오바마 대통령이 너무 순진했던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권인수위원회  공동 인수위원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는 오바마 대통령이 순진했다기보다는 공화당의 지지를 기대한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고 지적한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사상 최악의 난국에 직면해 이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런 당파적 정치 풍토를 바꾸려면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공화당 눈치 보지 말고 국민만 보고 정치하라”

그 때문에 오마바 참모 사이에서도 기존의 초당적 국정 운영에 대한 자성론 내지는 궤도 수정을 주창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들 중 일부는 오바마가 너무 초당적 정신을 강조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공화당에 질질 끌려다녔고, 그 결과 공화당은 물론 지지 기반인 민주당마저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통과된 경기 부양안이 단적인 사례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전 콜린스·올림피아 스노·알렌 스펙터 등 온건파 공화당 상원의원 3명을 끌어들인 덕에 경기 부양안이 힘겹게 상원을 통과하긴 했지만, 부양안의 내역을 보면 공화·민주 어느 당에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공화당 찰스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이번 부양안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정작 그의 요청에 따라 경기 부양과는 상관없는 상류층 소득자의 세금 혜택을 위한 자금 700억 달러가 부양안에 포함됐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고 민주당이 그토록 원하던 학교 건축 지원비 160억 달러와 노년층 의료지원 보조비 110억 달러,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주정부 보조금은 전액 삭감됐다.

   
ⓒReuters=Newsis
경기 촉진 관련 국민 토론에 참석하려고 풀로리다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
따라서 일부 민주당 인사는 앞으로 경기 부양안 말고도 의료 개혁 문제와 에너지 문제 등 더 큰 법안을 처리하려면 오바마 대통령이 입법 작업을 민주당 지도부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직접 관장해야 하며, 공화당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집권 2년차인 내년부터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철학을 담은 법안을 지속적으로 관철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공화당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히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도 백악관에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공화당 의원 몇 명이 필요한가?’라는 전략적 질문을 하는데, 중요한 점은 일반 국민이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참모들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앞으로는 공화당 지지를 받기 위해 구걸할 필요도 없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라고 진언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지지 인사들은 향후 더 큰 행동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초당적 국정 운용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오죽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인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조차 “백악관이 실수했다면 그건 초당적 국정 운영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희망을 너무 강조했다는 점이다”라고 실토했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도 계속 공화당에 손을 뻗칠 것이다”라며 일단 초당적 국정 운영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물론 정치란 현실이기 때문에 공화당이 앞으로도 사사건건 시비를 걸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도움 아래 일정 부분 공화당을 소외시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최종 선택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달렸다. 전임 클린턴 대통령도 취임 후 초당적 국정을 강조했지만 결국 경기 촉진법안을 발의하면서 민주당 힘으로 통과시켰고, 2000년 대선에서 시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조지 W. 부시도 처음에는 민주당과의 초당적 국정 운영을 약속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오바마가 클린턴·부시 두 전임 대통령과 달리 자신의 ‘초당적 국정 운영’ 약속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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