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왜 일제고사를 버렸을까
  • 김은남 기자
  • 호수 76
  • 승인 2009.02.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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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Photo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아내와 함께 워싱턴의 한 공립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교과부가 학업성취도 결과를 발표하면서 들고 나온 ‘뒤처지는 학생 없는 학교 만들기’는 명칭부터 미국 ‘아동 낙오방지법(NCLB:No Child Left Behind)’을 연상케 한다. 2002년 제정된 낙오방지법은 부시 행정부의 강력한 교육개혁 의지를 담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 학생들의 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 정부가 주 정부 교육 정책에 적극 개입할 수 있게끔 했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먼저 학업성취도 평가를 의무화했다. 평가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는 상벌 제도 및 교육재정 차등지원 제도도 도입했다. 몇 년간 성적이 나쁜 학교는 민간 기업에 위탁하거나 협약학교(차터 스쿨)로 전환해 학교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게 했다. 이들 정책은 일제고사식 학업성취도 검사, 교육정보공개법에 의한 학교별 성적 공개, 학교선택제 등 MB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육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과연 애초 목표인 학력 증진으로 이어졌느냐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스펠링스 교육장관은 “낙오방지법이 거둔 성과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교육 개혁 이후 성적이 최하위권에 속했던 텍사스 주 학생들의 읽기와 쓰기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결과도 발표됐다. 그러나 반대되는 조사 결과도 쏟아졌다. 국제학업성취도(PISA) 결과 2000년 수학·과학 분야에서 각각 14위, 19위를 기록한 미국 학생의 성적은 교육 개혁 이후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최소값을 적용했을 때 2006년 미국 학생의 수학 성적은 24~26위, 과학 성적은 18~25위였다. 미국과 유사한 신자유주의적 교육 개혁 정책을 선택한 영국의 PISA 순위 또한 하락했다. 2000년 각각 4위, 8위였던 영국의 수학·과학 분야 순위는 2006년 각각 16~21위, 8~12위로 내려앉았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학업 성취도 평가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오마바 교육 자문을 담당한 린다 달링 해먼드(스탠포드 대학 교수)는 결과 대신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가 중요함을 역설했다. 일제고사 대신 에세이, 기술 프로젝트 등을 평가 대상으로 삼아야 핀란드·홍콩·스웨덴처럼 교육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 정부가 낡은 교육개혁 패러다임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 이영탁 새사연 이사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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