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리(심판장)이 일본인 이라 걱정했다”
  • 유슬기 인턴 기자
  • 호수 75
  • 승인 2009.02.1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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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9일,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가 김연아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뒤에도 판정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여기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뉴시스
2009 4대륙 선수권대회, 밴쿠버 콜리세움에서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 선수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2월 캐나다에서 열린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 선수(19)가 우승했다. 싱글 경기에서 역대 최고점을 기록한 덕에 프리 경기 중에 엉덩방아를 찧었음에도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생각보다 점수가 낮은 탓인지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피겨는 채점경기다. 피겨대회의 심사는 심판 9명과 테크니컬 패널 3명, 총 12명이 담당한다. 심판 9명은 선수가 기술을 선보일 때마다 점수를 입력하는데 9명 중 7명의 점수가 무작위로 합산된다. 누구의 점수가 언제 올라갈지는 심판들도 알 수 없다. 테크니컬 패널은 기술의 정확도에 따라 심판에게 ‘어텐션’ ‘다운그레이드’를 통보한다.

김연아 선수는 트리플 플립에서 ‘어텐션’, 몇몇 점프에서는 ‘다운그레이드’를 받았다. 트리플 루프에서는 회전 수 부족으로 ‘다운그레이드’ -3.5점, 수행 점수 -1점, 넘어져서 -1점, 총 5.5점을 잃었다. 어텐션은 ‘주의’를 주는 의미여서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가산점을 받기 어렵다. 그런데 레프리(심판장)가 일본인이었다. ‘김연아에게만 냉정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은 그 때문이다. 아사다 마오 선수는 회전에서 모호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냥 넘어갔지만 김연아 선수는 번번이 지적당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은 편파 판정에 항의하는 목소리로 달아올랐다.

김연아 선수의 프리 스케이팅 판정에는 정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피겨 전문가인 사공경원·김혜경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이사와 이정수 서울시 빙상연맹 전무의 의견을 들어봤다.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 선수에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이 있다.

사공경원:‘어텐션’ 정도는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점수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논란이 되는 것처럼 심판의 재량이 국적에 따라 휘둘릴 정도는 아니다. 김연아 선수가 쇼트 프로그램에서 좋은 점수로 1위를 했을 때는 판정에 대해 별 말이 없었지 않은가. 판정에 수긍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혜경
:김연아 선수의 착지하는 모습이나 연기하는 모습이 평소와 비슷했다. 그런데 문제 삼았다. 캐스터도 이번 판정이 유독 ‘깐깐하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도 일본인 레프리(심판장)가 있어서 걱정했다. 아사다 마오 선수의 경우 악셀을 할 때 에지가 불안정한 부분이 있었는데 ‘클린(clean)’으로 넘어가더라. 거기서 점수 차이가 좀 난 것 같다.

   
ⓒ시사IN 한향란
2월10일 태능에서 열린 동계체육대회에서 심판들이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점수를 매기고 있다.
이정수:심판들의 재량을 신뢰하지 않으면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 지금 너그럽게 판정받고 대충 넘어가 큰 대회에서 실수하는 것보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위기대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선수에게도 더 좋은 일이다. 

피겨대회 심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심판과 테크니컬 패널의 구실은 무엇인가?

사공경원:심판들은 육안으로 경기를 보다가 테크니컬 패널이 신호를 주면 모니터를 체크한다. 점수는 무작위로 합산되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많다. 늘 같은 심판이 판정하는 것도 아니다. 김연아가 실수한 트리플 루프는 심적 요인이 크다. 준비할 때만 해도 무리 없이 성공했다. 실패했지만 경기 때 시도했다는 것을 높이 산다.

일본 아사다 마오 선수 경기 판정에는 별 무리가 없었나.

김혜경:마오 선수 경기가 요새 많이 좋아졌다. 특히 악셀은 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에지가 다소 불안했는데 그냥 넘어가더라.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 때는 마오가 우승했고, 이번 4대륙은 김연아가 우승하지 않았나. 마오는 이번 대회에 별 비중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월드대회와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거다. 선수와 코치의 싸움이 아니다.

사공경원:특별히 문제가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테크니컬 패널들도 전문가다. 국적에 민감해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특정 국가나 코치가 피겨연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김혜경:이제 피겨는 국가와 국가, 연맹과 연맹 간의 싸움이다. 일본도 일본이지만 코치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마오 선수의 코치는 티티아나 타라소바다. 러시아 출신인 타라소바는 금메달 선수를 여럿 배출했는데 특히 스포츠 관련 비즈니스와 로비에 능하다(마오 선수는 “4대륙 선수권은 세계선수권을 대비한 조정이다”라며 전담 코치인 타라소바와 동행하지 않고 보조 코치만 데리고 왔다). 김연아 선수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는 캐나다 출신으로 실력에 더 집중한다.

이정수
:한국 피겨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수들의 저변 확대가 중요하다. 여자 싱글뿐 아니라 남자 또는 다른 분야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생겨야 한다. 지금 좋은 선수가 많이 육성되고 있다. 트리플 점프를 소화해내는 선수도 있다. 국제무대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는 선수가 많아지는 게 결국 한국 피겨의 위상을 높이는 길이다.

김연아 선수 효과가 있나?

이정수:물론이다. 피겨 선수가 되겠다고 오는 아이, 엄마들이 엄청 많다. 선생님이 모자랄 정도다. 근데 대부분이 초급만 해보고 포기한다. 장기간에 걸쳐 투자해야 하는데, 금방 김연아 선수처럼 될 줄 알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하겠다는 아이들이 많은 건 좋지만, 끈기 있게 천천히 실력을 쌓을 선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연아 선수가 인기를 끌면서 국민의 관심도 커졌다. 누리꾼도 준전문가 수준이다.

이정수:사실 걱정도 된다. 선수나 연맹이 그런 데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하는데. 실제로 연맹 홈페이지에도 악플이 굉장히 많이 달린다. 연아가 편파 판정을 받고 있는데 뭐 하는 거냐고(웃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나. 인기가 많아진 탓이라 생각해야지. 지금은 월드 대회, 올림픽을 차분히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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