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른 야당, 기죽은 한나라당
  • 고재열 기자
  • 호수 74
  • 승인 2009.02.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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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5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회(이하 미디어특위)의 ‘공영방송의 바람직한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한나라당 정병국·홍준표·고흥길·나경원 의원이 차례로 연단에 올라 한나라당이 개정을 추진하는 미디어 관계법 통과를 주장하며 일장 연설을 하고 내려왔다. 이들의 축사에 무려 40분이 소요되었다. 

미디어특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도 여럿 보였다. 그러나 연단의 연사들과 달리 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한 의원의 속내를 들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미디어특위의 정회원은 정병국 의원과 나경원 의원뿐이고 자신들은 그저 들러리일 뿐이라고 했다.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잘되면 공이 둘에게 돌아가고 안 되면 화가 자신에게 미치는 일에 왜 나서느냐는 얘기였다.

   
ⓒ시사IN 백승기
미디어법 개정을 주도하는 정병국·나경원 의원(왼쪽부터).
연단에 오른 정병국·홍준표·고흥길·나경원 의원은 언론노조가 지난해 12월 ‘언론장악 7대 악법 저지 총파업’을 벌였을 당시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과 함께 ‘언론 5적’으로 지목한 의원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이들은 다시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이라는 칼을 빼어 들었다. 그러나 사기가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홍준표 의원은 “정병국 의원이 공영방송법 관련 공청회를 한다고 해서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라고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언론노조 총파업의 여파는 다른 정당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 한나라당의 주장보다 언론계 주장을 반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정기 국회 당시 뒷짐지고 있던 자유선진당은 이번에는 ‘미디어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월4일 ‘미디어다양성 확보와 신문·방송 겸영 문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패널 구성을 한나라당 주장에 비판적인 학자와 언론계 관계자로 구성했다. 친박연대도 최근 한나라당과 반대 견해를 지닌 언론학자들을 불러서 법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정기국회 때 법안 상정을 저지했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은 언론노조나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 등 시민사회 단체와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 이재오 파벌과 박근혜 파벌의 갈등도 미디어 관계법 개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이런 정치권 안팎의 상황에도 한나라당은 법률안 개정을 낙관하고 있다. 미디어특위를 이끌고 있는 정병국 의원 측은 승부는 이미 결정되었다는 생각이다.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는 등 시장 변화가 생기면 한나라당이 구상하는 대로 방송시장이 재편된다는 것이다. 정 의원 측은 정수장학회와 함께 MBC 대주주(지분 70% 보유)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이 교체되는 올 8월이 고비이리라 예상했다.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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