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의 일갈 “정치는 종교인이 해야”
  • 나경희 기자
  • 호수 616
  • 승인 2019.07.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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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한기총 회장은 논란이 되는 정치적 발언을 계속해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253개 지역구에 지역연합회를 만들기로 했다.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월16일 오전 11시, 서울시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주일예배를 기다리는 신도 200명으로 가득 찼다.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2층 예배당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서 있다가 기자에게 다가와 “어떻게 오셨느냐”라고 물었다. 예배당 안에서는 파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기자에게 재차 “어떻게 오셨느냐”라고 물었다. ‘기자가 아닌지’ 확인하고는 “요즘 좀 이해를 해주셔야 한다”라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깐깐한 ‘신원 조회’를 통과한 사람만 담임목사의 예배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랑제일교회의 담임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이기도 한 전광훈 목사다.

사랑제일교회의 경계가 삼엄해진 건 지난 6월5일 한기총이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 발표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부터다. 한기총은 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주된 이유로 ‘한·미 동맹 파기, 소득주도성장 실패, 원전 폐기, 4대강 보 해체’ 등을 꼽았다. 한기총은 선언문에서 “문재인 정권은 그들이 추구하는 주체사상을 종교적 신념의 경지로 만들어 청와대를 점령하고, 검찰·경찰·기무사·국정원·군대·법원·언론 심지어 우파 시민단체까지 점령했다”라고 주장했다.
ⓒ시사IN 조남진전광훈 목사(가운데)가 6월11일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기도회를 여는 모습.

사흘 뒤인 6월8일 한기총은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국가적 탄압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전 목사는 자신을 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에 비유했다. 본회퍼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암살 계획을 세우다 발각돼 사형당한 인물이다. 전 목사는 문 대통령 하야 요구가 자신의 ‘개인적·정치적인 유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국가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6월11일, 전 목사는 ‘히틀러의 폭거에 저항하며 독일과 유럽의 평화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본회퍼와 같은 심정으로’ 직접 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이날 오후 전 목사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대국본)’가 주최한 문 대통령 하야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대국본은 한기총과 마찬가지로 전 목사가 대표(총재)를 맡고 있는 단체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한국 교회 영성 회복’을 표방한다. 전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올해 연말까지 문재인이 스스로 걸어 나오든지 박근혜와 그 감방을 교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는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과 송영선 전 의원도 참석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전 목사는 청와대 사랑채 앞으로 자리를 옮겨 ‘문재인 하야를 위한 릴레이 단식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붉은색 바탕에 노란 글씨가 두드러지는 현수막을 들었다. ‘헌법 파괴! 교회 파괴! 동성애 지지! 주사파! 문재인은 하야하라!’ 찬송가와 ‘할렐루야’로 입을 연 전 목사가 기도를 올렸다. “대한민국이 하나님 앞에 바로 서서 예수한국 복음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을 불쌍히 여겨주시고, 잘못된 정책, 잘못된 생각이 있다면 성령이 돌이켜 주시옵소서.” 전 목사의 주위에 서 있던 30명 남짓한 사람들이 “아멘, 할렐루야”를 외쳤다.

기도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맞은편에서 고함을 지르며 항의했다. 누군가 전 목사를 향해 “빤스 목사야, 가짜 목사야,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으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빤스 목사’는 전 목사가 2005년 대구의 한 교회에서 강연할 때 “이 성도가 내 성도가 됐는지 알아보려면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라고 한 발언에서 따온 말이다.

“총선에서 국회의원 2명 입성시킬 것”

전광훈 목사의 막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 목사는 2007년 대선을 앞둔 한 설교에서 “이번에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다. 생명책에서 안 지워지려면 무조건 이명박을 찍어라”고 말했다. ‘생명책’은 하나님이 구원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의 이름이 쓰인 책이다. 일개 목사가 생명책을 운운한 것은 신성 모독이라는 지적과 함께 선거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7년 대선 때에도 전 목사는 보수 개신교 단체가 일찍부터 대권 후보로 밀었던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이로 인해 전 목사는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되었다(전 목사는 대선 일주일 전 지지율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들며 장성민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사IN 조남진6월11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기도에 돌입한 전광훈 목사가 음료를 마시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집행유예 기간인 올해 1월29일이다. 당선 다음 날 연설에서 전 목사는 “원래 교회는 정치하는 집단”이라고 말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목을 끌게 된 것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기총을 방문했을 때부터다. 이날 전 목사는 황 대표에게 이렇게 말한다. “개인적 욕심으로는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을 잇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주면 좋겠다.”

한기총은 5월3일 ‘전국 253개 지역연합 결성대회’를 열기도 했다. 내년 총선 253개 지역구에 맞춰 지역연합회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결성 대회에서 전 목사는 “기독자유당을 발전시켜 2명의 국회의원을 국회에 입성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독자유당은 전 목사가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한 정당으로, 전 목사가 담임목사인 사랑제일교회에 당사를 두고 있다. 2008년 기독사랑실천당(제18대 총선 정당 득표율 2.59%), 2011년 기독자유민주당(제19대 총선 정당 득표율 1.20%)에 이어 전 목사가 세 번째로 창당을 주도한 개신교 정당이다. 기독자유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2.63%를 기록했는데, 이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1석을 가져갈 수 있는 3%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다. 전 목사는 “총선이 오기 전에 253개 지역구 후보자들에게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와 반기독교적 법안을 폐기하는 서명을 받아내기 위한 조직 구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기총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고 탈퇴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전 목사가 말하는 ‘1200만 성도, 30만 목회자, 25만 장로님 여러분’은 더 이상 한기총에 남아 있지 않다. 대형 교단은 모두 떠났고 중소 교단 70여 개만 남았다.

5월24일 한기총 소속 목사 13명이 모여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임원 및 회원교단장 비상대책위원회(한기총 비대위)’를 꾸렸다. 한기총 비대위는 성명서에서 ‘한기총을 정치 집단으로 전락시키고 존폐 위기에 빠뜨린’ 책임을 전광훈 목사에게 묻고 사퇴를 요구했다. 전 목사는 이날 밤 한기총 비대위에 참여한 목사 13명 전원을 직위에서 해임해버렸다.

6월11일 릴레이 단식이 시작된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에서도 전 목사는 정교 분리에 대한 변함없는 견해를 밝혔다. 기자가 종교인이 정치 문제에 개입하는 이유를 묻자 전 목사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기자에게 “공부 좀 하시라. 원래 종교인이 정치를 하게 돼 있다”라고 핀잔한 뒤 “‘교회는 정치하지 말라’는 이딴 소리는 확 부숴버려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곧 ‘1일 단식’에 들어간 전 목사는 그날 저녁 한 끼를 굶었다. ‘심한 당뇨’ 때문에 단식을 오래 할 수 없다고 했다. 릴레이 단식은 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무기한 이어질 예정인데, 전 목사는 “전국에서 짠 명단이 올해 연말까지 꽉 차 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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