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길 안내를 멈추지 않는다
  • 고재열 기자
  • 호수 608
  • 승인 2019.05.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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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둔산동에 자리 잡은 도심 속 문화공간 ‘여행문화학교 산책북카페’는 트레킹족의 베이스캠프다. 오지 탐험가 김성선(49·왼쪽) 대장과 여성 산악인 이상은(47·오른쪽) 대장 부부는 기가 막힌 트레킹 코스를 알아내서 대전 트레킹족들에게 소개해준다. 그렇게 매월 ‘달팽이 산행’을 기획해서 진행했는데 산책북카페가 베이스캠프였다.

2011년 문을 열고 8년 동안 산책북카페에서는 크고 작은 문화 행사가 100회 이상 열렸다. 청년 단체와 문화 단체의 독서모임과 낭독모임도 이곳에서 200회 가까이 개최되었다. 박범신 작가와 강제윤 시인 등이 이곳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산책북카페는 캠핑장처럼 꾸며져 있다. 이곳에 오면 마치 자연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방문객들한테 인기가 좋았다. 부부는 책 모으는 것을 좋아했는데, 특히 산악 관련 서적과 여행 관련 서적을 모아서 꽂아놓았다.
ⓒ정태겸

오지 탐험가인 김성선 대장에게 ‘오지는 학교를 버린 아이들을 위한 학교’다. 김 대장은 “학교 폭력으로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이나 피해 아이들과 여행을 많이 했다.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을 치유하고 서로 배려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산책북카페는 그런 여행학교를 기획하는 교장실과 같은 곳이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증장애 어린이 가족을 지원하는 단체와 함께 장애 어린이를 위한 캠프를 주도하기도 했다.

2003년 히말라야 니레카봉(6159m)을 세계 최초로 등정한 것을 시작으로 전문 산악인의 길을 걷는 이상은 대장은 KBS <영상앨범 산>의 단골 출연자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홍보대사인 이 대장에게 트레킹은 ‘도전’이나 ‘성취’가 아니라 ‘행복’과 관련된 행위다. 이 대장은 “산과 길은 나에게 행복이다. 아픔을 치유하고 나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고 행복을 느낀다. 그 행복을 같이 나누기 위해 사람들을 산과 길로 안내한다”라고 말했다.

산책북카페는 생태 여행을 기획하는 사령부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이제는 금강이다’라는 금강 종주 트레킹을 기획한 것을 비롯해 ‘천년의 세월을 품은 길, 달마고도를 걷다’ ‘DMZ 생태평화기행’ ‘대전 도심 숲 예술로 꽃피다’ 등의 걷기 행사가 탄생했다. 그런 산책북카페가 5월19일 문을 닫는다.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4월20일 지인들을 불러 폐관 행사를 치렀다. 이날 행사에는 가수 이문세씨를 비롯해 김재현 산림청장과 홍미애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등이 함께해 부부를 위로해주었다. 산책북카페는 문을 닫지만 부부는 길 안내를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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