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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GM대우자동차 공장은 한국 자동차 역사의 산실, 아니 한국 현대사의 궤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1937년 일제는 군용 지프차를 생산하기 위해 부평에 국산 자동차회사를 세웠다. 1955년 첫 국산 자동차 ‘시발’이 제작된 곳도 여기다. 박정희 정권은 1962년 재일동포 사업가 박노정씨의 ‘새나라 자동차’ 설립을 허가했고, 부평에 연간 6000대 조립 공장이 세워졌다. 새나라 자동차는 일본 닛산 자동차를 개조해 팔았고, 한국 자동차 산업이 현대화됐다. 

이 부평공장은 1965년 신진공업사, 1975년 GM코리아로 주인이 바뀌면서 역사를 이어갔다. 1978년부터는 김우중의 대우그룹 것이 됐다. 김우중 회장은 부평 자동차공장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 다른 계열사 일은 사장에게 맡기고 부평에 사무실을 차려 상주할 정도였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이 붕괴하자 1999년 대우그룹은 해체된다. 부평공장은 미국 GM에 팔렸고 2001년 부평공장 노동자 1750명이 해고됐다.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농성하던 노동자들에게 경찰은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러 그 유명한 ‘유혈 낭자 비디오 사건’을 낳았다. 조합원 93명이 중상을 입었다.

7년 뒤 지금, 부평 자동차공장이 다시 역사의 희생양이 되려 한다. 뉴욕발 경제위기로 미국 GM 본사가 파산 위기에 놓였다. GM대우는 12월1일 부평공장 조업을 중단했다. 한국사를 대변했던 부평공장이 이제는 세계사의 굴곡까지 떠안고 있다.

기자명 사진 안희태·글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ahnph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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