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머의 길 묵묵히 걷는 ‘태민’
  •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 호수 598
  • 승인 2019.03.0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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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퍼포머(Performer)’라는 용어가 있다. ‘행하다, 공연하다’라는 뜻을 가진 ‘Perform’에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er)가 붙었으니 ‘행하는 사람, 공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겠거니 싶지만 말처럼 쉽게 정의내리기가 어렵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도 이 단어의 번역이 화두에 올랐다. 프레디 머큐리는 영화 속에서 자신을 퍼포머라 칭했지만 자막은 뮤지션(musician)으로 표기되었다. 영상에 맞춰 초 단위로 넘어가는 자막 특성상 대중에게 좀 더 익숙한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번역가의 설명 한쪽에 퍼포머에 대한 음악계의 외면과 홀대가 자리한다.

예술의 깊이와 근원을 탐하는 아티스트, 진지한 자세로 음악을 탐구하는 뮤지션 사이에서 이유 없이 등만 터지는 퍼포머의 길을 묵묵히 걷는 사람, 태민이다. 2008년 만 열다섯 살이 되던 해 그룹 샤이니의 막내로 데뷔할 때부터 지금까지 태민과 가장 가깝게 언급되는 건 다름 아닌 ‘춤’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 균형점이 없는 듯 무대 위에서 미끄러지는 그를 보고 있으면 누구나 이것이 재능이 아니면 무엇을 재능이라 할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이쯤에서 등장하는 건 무시무시하게도 ‘노력’이라는 두 글자다. 태민의 인터뷰마다 버릇처럼 등장하는 이 단어는 단지 얄궂은 겸손을 위한 포석이 아니다. 아직도 연습량이 부족하면 무대에 서는 것이 불안하다는 그는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그만큼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태민이 있다는 사실을 늘 강조한다. 연습을 통해 드러나는, 때로는 강박에 가까워 보이는 그의 노력은 노래로 시선을 옮기며 더욱 강한 설득력을 얻는다. 11년 전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할 당시, 태민에게 주어진 솔로 파트는 없었다. 센터로서의 존재감은 넘치도록 충분했고 변성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던 몸 상태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가수로 데뷔한 이상 받아들이기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적절하게 노력이 등장한다. 한국과 아시아, 유럽을 넘나드는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 태민은 서서히 스스로 소리의 감을 잡아나갔다. 감만큼 늘어난 파트는 2013년 발표한 정규 3집의 타이틀곡 ‘드림걸(Dream Girl)’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듬해 샤이니 멤버 가운데 처음으로 발표한 솔로 앨범 <에이스(ACE)>는 태민이 가진 팝스타로서의 잠재력은 물론이고 정상 궤도에 오른 보컬리스트로서의 자신감도 드러낸 역작이었다. 이어진 ‘무브(Move)’ ‘원트(Want)’ 활동에서도 모두 ‘역시 태민’ 혹은 ‘태민밖에 할 수 없는’이라는 수식어를 이끌어냈다. 무대 위에서 노래·춤·연기, 때로는 관객과의 교감까지 모든 것을 행하는 흔들림 없는 주체, 퍼포머로 우뚝 선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태민이 가진 퍼포머로서의 자아는 흥미롭게도 케이팝이 묵묵히 대중을 설득해온 길과 겹친다.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닌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음악, 소리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닌 온몸으로 표현하는 음악. 오늘도 태민은 무대 위에서 춤을 춘다. 동시에 노래를 부르며 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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