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번호:117070084
이름:박일호(가명·29)
주소:세종시 장군면

박씨는 4년 전 회사를 따라 세종시로 이주했다. 허허벌판이었던 지역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과정도 고스란히 목격했다. “앞으로도 10년은 계속 공사할 거라고 해요.” 세종시의 비싼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건설 노동자들이나 외국인 노동자, 박씨처럼 1인 가구는 세종시 중심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장군면에 많이 산다. “시내에는 원룸이나 투룸이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여기가 일종의 ‘게토’인데, 여기 사는 사람들의 인생을 조명하는 기사도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현장 식당에서 나오는 노동자의 얼굴이 박씨의 눈에는 하나하나 기삿거리처럼 느껴진다.

그런 관점에서 박씨는 〈시사IN〉의 인공지능(AI) 기획 기사도 흥미롭게 읽었다. 무엇보다 ‘쉽게’ 설명하려 애쓴 점이 마음에 들었다. 공학을 전공한 박씨는 AI 관련 이슈를 풀어 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AI가 바꿀 한국 사회의 풍경에서 직격탄을 입을 사람들이 결국 취약계층은 아닐까.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를 사뭇 진지하게 생각하던 박씨가 물었다. “기본소득이 정말 답일까요?”

이후에도 몇 년 전 통합진보당 사태 당시의 기사, 〈시사IN〉 절독 사태를 불러왔던 ‘메갈리아’ 이슈 등에 대해 이야기하던 박씨가 한 가지 요청을 해왔다. “아무래도 ‘예민한’ 얘기만 한 것 같아서 회사가 좀 마음에 걸려요.” 고심하던 그가 기자의 이름을 자신의 가명으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천관율·김은지 기자 정도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저한테 전화해준 기자 이름을 오래 기억하자는 의미로 그렇게 하고 싶어요.” 11월에 시사인북에서 나올 책 〈불편할 준비〉를 그에게 선물하기로 약속했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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