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라 쓰고, 세금폭탄이라 읽던 시절
  • 전혜원 기자
  • 호수 575
  • 승인 2018.09.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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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을 빚은 것은 종합부동산세였다. 야당과 보수·경제지는 ‘세금폭탄론’을 들고 나왔다. 종부세가 왜 만들어졌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돌아보았다.

노무현 정부를 가장 괴롭힌 것도 부동산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4년을 맞은 2006년 12월 “부동산 말고 꿀릴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부동산은 참여정부에 스트레스였다. 크고 작은 대책을 17차례 냈지만, 재임 5년간 전국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이 23.9%(연 4.4%)에 달했다. 강남 지역 아파트는 64.2% 올랐다.

부동산 정책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을 빚은 것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였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과 보수·경제지는 종부세를 ‘세금폭탄’이라며 비난했다. 이혜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2004년 10월 국감에서 종부세를 “현대판 가렴주구”라고 표현했다. <조선일보> 2004년 11월 사설 제목은 ‘종합부동산세가 벌주는 몽둥이여선 안 돼’였다. 참여정부는 2007년 말 전국 1855만 가구 중 2%만 종부세를 부담한다고 설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청와대 제공참여정부를 가장 괴롭힌 것은 부동산 과열 문제였다.
2005년 8월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 노무현 당시 대통령.

종부세는 보유세의 일종이다. 보유세란 주택이나 토지를 보유할 때 내는 세금이다. 한국은 외국에 비해 보유세 비중은 낮은 반면 주택 거래로 물게 되는 취득세 등 거래세는 높은 구조다. 참여정부는 ‘보유세 정상화’를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일단 보유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이원화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입법이 얼마 남지 않은 2004년 7월 재정경제부 세제실은 건설경기 침체와 집값 진정세를 이유로 종부세 도입을 미루자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연시키면 정책 자체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당시 행정자치부와 국세청은 서로 종부세를 징수하지 않겠다며 상대방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국세로 정하는 단계에서마저 진통이 컸다는 얘기다. 이후 행정부와 여당 간에 세 차례에 걸친 당정 협의가 열렸는데, 여당 의원들 중 일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명분으로 종부세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들의 진정한 우려 사항은 지지율이었을 것이다.

종부세 법안, 어렵사리 국회 통과했지만…


결국 당정은 종부세 적용 대상 주택의 가격대(국세청 기준시가 기준)를 ‘6억원 이상(10만명 해당)’에서 ‘9억원 이상’으로 높였다. ‘세부담 인상 상한선(특정 해의 세금 증가분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상한선을 비율로 정하는 제도)’도 당초의 전년 대비 100%에서 50%로 낮췄다. 이렇듯 완화된 종부세 안이 2005년 1월1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그해 3월부터 재건축 아파트 값이 뛰었다. 6월 들어서도 판교발 아파트 값 상승이 계속됐다. 2005년 6월17일 저녁 시내 한 호텔에 각 부처 1급 이상까지 배석한 가운데 회의가 열렸다. 김병준 당시 정책실장(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거 못하면 우리 다 나라에 죄짓는 거다. 책임지자. 이거 못하면 우리 다 뛰어내리자…(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 <실록 부동산 정책 40년>).”

참여정부 종부세의 결정판인 2005년 8·31 대책은 그래서 나왔다. 정부는 ‘투기 수요 억제’를 종부세 강화의 목표로 내걸었다. 종부세 적용 기준 9억원을 다시 6억원으로 강화했고, 개인별 과세를 세대(가구)별 과세로 바꿨다. 예컨대 개인별 과세일 때는 부부가 각각 4억원 상당의 주택을 구입하면 모두 8억원인데도 종부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남편이나 부인 개인으로 보유한 주택은 종부세 적용 기준(6억원) 이하인 4억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대별로는 보유 주택의 가치가 기준 이상인 8억원이므로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에 따라 2005년 5300억원에 그친 종부세 과세액은 2006년 1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집값은 한동안 잡히지 않았다.

ⓒ연합뉴스2006년 12월1일 보수 단체들이 ‘종부세 관련 조세저항 국민운동’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정부를 이어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9억원 이상으로 대상을 다시 좁히는 등 종부세 완화 조치를 취했다.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과 ‘주거 목적 1주택 장기보유자에게도 부과하는’ 규정에 대해 각각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도 타격이 컸다.

참여정부는 자신들의 종부세 정책을 어떻게 평가할까. 핵심은 김수현 현 청와대 사회수석이다. 그는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으로 종부세의 산파였다. 참여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돌아본 2011년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오월의봄)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적는다. “보유세 강화는 일종의 부동산 세금 정상화, 근대화의 맥락에서 볼 일이었다. (중략) 보유세가 집값 잡는 만병통치약처럼 부각된 것은 추진하는 쪽이나 막으려는 쪽이나 모두 정치적 동원을 위한 것이었지만, 어떻든 단기적으로는 나타나기 어려운 일이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집값 효과’가 없다고 인정한 것으로 읽힌다.

반면 정치적 타격은 컸다고 김수현 수석은 회고한다. “비단 고가 주택을 소유한 고령자들의 부담과 저항만이 아니라, 이른바 화이트칼라 중산층들의 불만도 심각했다.” 한국의 보유세(종부세와 재산세)가 누진 구조, 즉 집값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당시 종부세의 목표는 보유세를 내는 전체 가구 기준으로 실효세율(과세표준에 비해 납세자가 실질적으로 납부하는 세액의 정도)을 1%로 높이는 것이었다. 전국적 차원에서 과세 대상 주택들의 가격을 모두 합친 금액이 예컨대 1000조원이라면 그 1%인 10조원 정도를 보유세로 걷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당시 국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집값이 싸거나(재산세만 납부) 자가 소유가 아니었기 때문에 보유 자산에 0.1% 정도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보유세 실효세율 1%’를 달성하려면, 고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집주인들로부터 매우 높은 세율의 보유세를 징수해야 한다. 심지어 큰 부자는 아니지만 보유세를 낼 만한 집을 가진 중산층의 세율도 올려야 한다. 김수현 수석이 책에서 “‘세금폭탄론’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는데 “누가 그 ‘위험한 개혁’을 할 것인가?”라고 토로한 이유다. 그는 “결국 부동산 세금은 매우 정치적인 문제이다. 바람직한 방향은 있지만 정치적으로 실행 가능한 정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라고 썼다.

이런 고민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추진한 부동산 정책 기조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2 대책은 참여정부 8·31 대책의 부활이라고 평가받았지만 딱 하나 빠진 게 종부세 강화였다. 발표 다음 날 연 기자간담회에서 김수현 수석은 ‘종부세 트라우마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조세 저항을 염려했다기보다,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세금에 대해서 누진 구조를 손보려 할 때 서민들의 상당한 우려가 예상된다.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했다. 정부가 보유세 속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라고 에둘러 말했다. 보유세 개편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지난 4월 출범한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참여정부의 3%보다 낮은 2.5% 세율을 상한선으로 하는 종부세 권고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 7월6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의 종부세 최고세율은 권고안보다도 0.5%포인트 낮은 2%였다(정부는 9월13일 발표한 종합부동산 대책에서는 최고세율을 다시 3.2%로 올렸다).

ⓒ연합뉴스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위)은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의 산파 구실을 했다.
“부동산에 몰려드는 돈을 일찍 제어했더라면”

그렇다면 참여정부가 집값을 잡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수현 수석이 내놓는 답은 ‘유동성’이다. “참여정부는 부동산과 금융 간의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선 것을 제때 인식하지 못했고, 또 대응하지 못했다. 1990년대부터 완수하지 못한 시장 개혁 과제에만 총력을 기울였던 한계가 있다.” “참여정부가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는 부동산 부문으로 몰려드는 돈을 조금 더 일찍 제어했더라면 하는 것이다.” 김수현 수석은 “문제의 근본이 그러했음에도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공급 부족론’의 미혹에 빠져 있었다”라고 주장한다. 사회적으로 흘러 다니는 돈(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집값이 인상되는 것이지, 주택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같은 인식은 문재인 정부 기조에도 이어진다. 김 수석은 지난해 8월3일 기자간담회에서 “과도한 양적완화에 따른 머니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집값 폭등)를 수요-공급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8·2 대책이 고가 다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유동성 규제(LTV, DTI 비율을 낮춰 주택담보대출을 어렵게 하는 정책)에 방점을 찍은 이유다. 또한 다주택 보유자들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해서 정부 부동산 정책망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김수현 수석의 리뷰는 이른바 ‘공급 확대론자’들도, ‘보유세 강화론자’들도 설득하지 못했다. 공급 확대론자로 분류되는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동성이 늘어서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집값이 오르므로 (주택 수요자들이 대출을 더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본다(26~27쪽 기사 참조). 김 수석이 원인(유동성 증가)으로 보는 것을 홍 팀장은 결과로 간주하는 것이다. 보유세 강화론자인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은 “종부세 트라우마가 있는 현 정부가 유동성만 관리하면 된다고 본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28~29쪽 기사 참조).

정부는 9월13일 종부세 2700억원을 더 걷을 수 있는 등의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9월21일 국토교통부는 수도권에 30만 호를 공급하고 도심 내 유휴부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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