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의 역사는 여성의 역사였다. 가정폭력 피해자로서, ‘싱글맘’으로서 그녀는 늘 묵직한 화두를 던져주었다.

2004년 최씨는 눈자위가 멍들고 부은 얼굴로 카메라 앞에 등장해 대중을 경악하게 했다. 그녀를 광고 모델로 쓰던 한 아파트 시행사는 그녀의 원만치 못한 사생활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30억여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최씨가 “신체적 완력이 월등한 남편으로부터 일방으로 폭행을 당한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가정폭력의 피해자에게 명예훼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가정폭력 피해자=원인 제공자’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던 상황에서 나온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

올해 초, 그녀는 두 자녀의 성씨를 조씨에서 최씨로 바꾸는 데 성공하면서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시사IN〉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호주제 폐지 이후 법원이 자녀 성·본(姓本) 변경을 허용하기 시작한 2008년 1~9월 전국 가정법원에 접수된 성본 변경 신청 건수는 모두 1만4000여 건. 이 가운데 1만600여 건(74.3%)에 대해 성본 변경 결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 중  80%가량은 자녀 성본을 새아버지 성본으로 바꾸는 것이었고, 최씨처럼 자기 성을 자녀에게 붙이는 경우는 드물었다. 당시 “재혼하면 아이들 성을 또 바꿀 거냐”라는 비아냥 앞에 최씨는 당당히 맞섰다. “나는 공인이다.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내 성을 물려주고 싶다”라고.

최씨 사후 아이들의 친권 문제가 불거짐으로써 그녀는 원하든, 원치 않든 또다시 대한민국 싱글맘 대표 선수로 사회 공론장에 호명되었다. “이 땅의 모든 싱글맘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라던 그녀의 소망은 이번에도 실현될 수 있을까.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