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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의 끝나지 않은 사투

고 최진실씨가 법정 다툼에 휘말릴 조짐이다. 최씨 자녀에 대한 친권 문제로 집안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살아생전 고달팠던 ‘싱글맘’은 죽어서도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김은남 기자 ken@sisain.co.kr 2008년 11월 05일 수요일 제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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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윤무영
“전에는 대한민국 땅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비로소 살아가기 불편한 제도가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아이들의 성(姓)을 전남편 성(조씨)에서 자기 성(최씨)으로 바꿔도 된다는 법원 허가가 난 직후, 고 최진실씨는 MBC <시사매거진 2580>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은 최씨가 요즘 벌어지는 일을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이런 생각을 다시금 할지도 모른다. 전남편 조성민씨가 두 자녀의 친권을 주장하며 최씨 유족과 갈등을 빚기 때문이다.

지난 10월30일 조성민씨는 자기 입장을 담은 호소문을 언론사에 배포했다. 조씨의 주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첫째, 아이들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아빠로서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친권]. 둘째, 아이들이 상속받을 재산은 성인이 될 때까지 제3자(변호사·금융기관·신탁 등)를 통해 관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본인은 재산이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하는 데 간여한다[재산관리권]. 셋째,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고려해 양육은 외가 쪽에서 맡는 데 동의한다[양육권]. 다시 말해 친권 및 이에 따른 재산관리권은 자신이 갖되 양육권은 외가에 넘겨줄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시사IN 안희태
조성민씨(위)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아빠로서 의무를 다하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최진실씨 유족 측은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로서 (조씨가) 해준 게 없다”라며, 조씨의 친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최진실씨 모친인 정옥숙씨는 2004년 이혼 당시 조씨가 아이들을 양육하는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이혼을 한 뒤에도 양육비를 지원하거나 아이를 돌본 일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조씨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면접교섭권(이혼으로 자녀와 떨어져 사는 부모가 정기적으로 자녀를 만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아빠를 만나고 싶다는 자녀의 요청조차 뿌리쳐왔다는 것이다. 

정씨는, 아이들의 성을 바꿀 때도 재판부가 이런 정황을 참작해 성씨 변경을 허가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성민씨는 최씨 유족이 일방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18~20쪽 딸린 기사 참조).

최진실씨 사인 규명에 이어 사후 처리를 둘러싸고 다시 벌어진 ‘진실 공방’.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조성민씨 친권 반대’ 카페가 생기는가 하면, 아고라에서는 친권 반대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서명운동 게시판에서는 “아무리 잘못했어도 아버지가 친권을 행사하는 것은 천륜”(‘정직한’)이라는 의견과 이제 와서 조씨가 갑자기 친권을 행사하려는 것은 “현재의 이익에 눈이 먼, 속 보이는 행동”(‘나의 고향은’) 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 중이다. 

여성계는 더 착잡하다는 반응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이 최진실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17쪽 상자 기사 참조). 이번에 쟁점이 된 친권 문제부터가 그렇다.

여성학자 오한숙희씨는 이혼 직후 종신보험에 들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보험에 가입하는 데 웬 변호사 사무실이냐고? 바로 친권 문제 때문이었다. 보험 가입을 위해 보험설계사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오한숙희씨는 만약 자신이 잘못될 경우 보험금 전액을 전남편이 수령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계약서에 명기된 보험 수령자는 자녀이지만, 자녀가 미성년자일 때는 친권자인 아버지가 자녀의 재산을 관리할 수 있게끔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재혼한 남편이 아이들을 적절하게 양육하기는 어렵겠다”라고 판단했다는 그녀는 이에 고령인 친정 어머니 대신 잘 알고 지내던 신부님을 지정 후견인으로 세웠다고 한다. 이를 공증하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연합뉴스
‘싱글맘’으로서 최진실씨는 한국 사회에 늘 묵직한 화두를 던져왔다. 위는 10월4일 있었던 최씨 영결식.
이혼 뒤 자녀 방치해도 친권 인정


일반 재산 상속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오순애 전 서울여성의전화 이사는, 이혼자의 경우 특히 유언장을 평소 작성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을 때 자녀들에 대한 친권이 전남편 혹은 아내에게 주어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미리 공증 절차를 거쳐 후견인을 지정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법·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1990년 민법 개정 이후 친권은 부모 양쪽 모두에게 주어진다(16쪽 상자 기사 참조). 부모가 이혼할 때는 합의 또는 조정에 따라 한쪽을 친권자로 정한다. 문제는 이렇게 정한 한쪽 친권자가 사망할 경우 다른 쪽으로 친권이 자동 이관된다는 사실이다. 아이를 직접 키우는 사람이 조부모(외조부모)나 다른 친인척이라 해도, 그리고 생부 또는 생모가 이혼 후 아이와 몇 년씩 연락을 끊고 지냈다 해도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때로 이들 제3의 양육자가 부모의 친권 자격을 박탈해달라고 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친권 상실 선고를 하는 일은 드물다. “부 또는 모가 친권을 남용하거나 현저한 비행, 기타 친권을 행사시킬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고, 아동의 복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친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현행법에 규정돼 있지만, 법원이 이를 매우 보수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진선미 변호사에 따르자면, 그간 법원이 친권을 박탈한 판례는 부모가 금치산자이거나 장기간 행방불명인 자의 경우 등 누가 봐도 극단적인 사례에 한정돼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혜영 가족연구실장은 이런 사법부의 관행이 ‘가족=혈연’이라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제 통념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이후 위탁, 입양 등 혈연 아닌 관계로 맺어진 다양한 가족 형태가 급속도로 등장함에도 제도가 이를 아직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아동 학대가 너무 심해 부모로부터 격리해놓았던 아이를 부모에게 다시 돌려주라는 식으로 ‘일반의 상식을 거스르는’ 판결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도 친권을 혈연 중심으로만 파악한 결과이다.

   
ⓒ시사IN 윤무영
최진실씨(위·아래)가 사망하면서 두 자녀의 친권은 전남편 조성민씨에게 넘어갔다.
이혼 남성, 친권만은 양보 못해


그뿐 아니다. 정춘숙 서울여성의전화 회장은 사법부가 친권을 성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3년 전 아내를 살해한 A씨가 있었다. 아내는 A씨의 폭행을 피해 11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32평 아파트 내부는 피로 흥건했다. 그러나 A씨는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았다. 초등학생인 아들을 양육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올해 초 남편을 살해한 B씨는 1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다. 결혼 생활 15년간 지속적인 폭력과 폭언에 시달렸음을 재판부가 인정했는데도 그랬다. 열두 살, 네 살인 자녀의 양육은 참작 사유가 되지 못했다. 시부모가 아이를 맡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처럼 법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이유를 정춘숙 회장은 ‘씨’, 곧 부계 혈통을 중시하는 가부장제 관행에서 찾았다. 이는 이혼시 친권을 주로 소유하는 쪽이 남성이라는 데서도 나타난다. 2006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이혼한 채 자녀를 양육하는 남녀 372명을 상대로 벌인 심층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친권을 소유한 남성은 98.5%, 여성은 72.2%로 나타났다(<이혼 후 자녀양육 실태에 관한 연구>). 바꿔 말해 여성 중 27.8%는 아이를 직접 기르면서도 친권을 남편에게 양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영 실장은 남성들의 친권에 대한 집착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곧 이혼 남성의 경우 양육권은 아내한테 넘기더라도 친권만은 최후의 보루인 양 지키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정환담 교수(전 전남대 법대 학장)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았다. 남성들이 혈통상·호적상 아버지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가족 해체가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서이다. 정교수는 조성민씨 또한 이혼 당시 친권을 포기하기는 했지만 친자관계가 소멸된 것은 아니므로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려는 조씨의 노력을 사회가 격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칫하면 아이들이 소외된다는 사실이다. 진선미 변호사는 “친권 문제를 다룰 때는 아이 처지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진실씨 사건의 경우 자녀가 이미 성씨를 바꾸고 조성민씨가 자녀 양육에 거의 간여하지 않는 등 고려할 요소가 눈에 띄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가가 친권을 갖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냐에 대해서는 아이 입장에서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 위한 최선의 대안 찾아야


서구의 경우 자녀 중심적 관점은 친권 문제를 따질 때 가장 핵심적인 고려 요소이기도 하다. 친권과 양육권이 분리돼 있지 않은 미국과 영국에서는 친권·양육권자를 결정할 때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 친권 문제를 다룰 때는 여전히 자녀의 이익보다 부모 권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성민씨의 호소문에서 ‘자녀의 복지’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하다. 조씨는 “지금 저의 가장 큰 목적은 아이들의 복지와 행복”이라며, 아이들이 상속받게 될 유산을 자신이 직접 관리하거나 사용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한숙희씨는, 지금이라도 조씨가 아버지 구실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마땅히 칭찬해줘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단, 조씨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아버지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의무를 다하려는 모습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그녀는 주장했다. 아이들의 양육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엄마의 빈 자리를 대신해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토닥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친권 먼저 주장한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처사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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