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가 비밀리에 준비한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 도착한 연말연시였다. 2015년 말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가 굴욕적인 밀실 합의였음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은 부글부글 끓었다. 한국 정부가 ‘성 노예’ 표현을 금지하고 소녀상 건립을 지원하지 않으며 위안부 단체를 설득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약속했다는 내용에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이 다시 쏟아져 나왔다.
굴욕 합의라는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숨겨진 사실이 또 알려졌다. 2016년 2월 단행된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발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통일부 발표가 나왔다.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당시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6160억원이 흘러갔다고 주장한 것 역시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안간힘을 썼다.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전임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단죄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개성공단 철수를 결정한 박근혜 정부나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외교문서와 외교적 합의 내용까지 까발리는 문재인 정권이 뭐가 다릅니까?”라고 강변했다. 누리꾼들은 그런 논리라면 과거 을사늑약도 문제 삼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이쯤 되면 지난 정부가 만들어놓은 ‘적폐 선물 상자’에 또 뭐가 들어 있을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진짜 훈훈한 연말연시 메시지는 배우 정우성씨로부터 나왔다. 그는 KBS 뉴스에 출연해 “특별히 근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KBS 정상화요”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KBS가 1등 공영방송으로서 위상을 빨리 되찾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장기 파업이 이어지는 KBS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일순 정적이 흐른 뒤 앵커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정우성씨는 직접 KBS 파업 응원 영상을 만들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에 보내기도 했다(사진). 2분38초짜리 영상을 통해 그는 “수천명이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서 힘과 의식을 모아 월급을 포기하고 함께 싸워나가는 것은 정말 멋지고 응원받아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지치지 마세요.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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