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바람이 불던 12월 초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을 지나다가 대형 성조기를 들고 있는 일군의 ‘태극기 부대’를 만났다. 젊은 사람들은 ‘미쳤네’ ‘정상이 아니야’ 같은 말들을 중얼거리면서 집회 장소 옆을 빠르게 지나쳤다. 하지만 그 옆에서 오랜 시간 지켜보니, 미쳤다느니, 정상이 아니라느니, 따위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우울이 거기 숨어 있었다.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기고 잃어버렸다고 믿는 사람들. 그렇게 믿어야만 겨우 자신의 사랑을 완성하는 우울의 책략. 트럼프는 알까? 자신이 없는 곳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시린 바람을 견디며 서 있다는 사실을. 물론 이 사랑은 트럼프가 몰라야만 완성되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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