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로 논란에 답하다
  • 이오성 기자
  • 호수 509
  • 승인 2017.06.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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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로 7017에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자동차를 위한 고가도로를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바꾼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월 말에서 6월 초 매우 분주했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사로 임명돼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5월27일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 대토론회를 열었고, 5월30일 새벽에는 서울광장에서 보수 단체의 천막 농성장을 전격 철거했다. 같은 날 서울시가 야심차게 개장한 서울역 고가공원(서울로 7017)에서 외국인이 투신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틀 뒤인 6월1일에는 수락산에서 밤사이 큰불이 났다. 박원순 시장 인터뷰가 이뤄진 날은 수락산에서 불이 난 이튿날이었다. 박 시장은 “산불 현장에 가 있느라 몇 시간 못 잤는데 그래도 쌩쌩하다”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서울시 제공5월17일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서울로 7017 관광 안내원 복장을 하고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아세안 특사 임명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연락했나.


원래 사드 논란 이후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내가 청와대에 제안했다. 그랬더니 문재인 대통령이 가는 김에 아예 아세안 특사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다시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잘 판단하신 것 같다.

아세안 특사 방문으로 ‘도시 외교’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는데, 어떤 내용인가.

지금 전 세계 도시에서 서울시를 ‘배우고 싶은 모델’로 삼고 있다. 유럽의 도시는 몇백 년에 걸쳐 지금에 이르렀지만, 서울은 단기간에 최첨단으로 성장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시에 ‘정책수출사업단’이 있다. 세계 각국과 40여 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교통환승 시스템, 상하수도, 지하철 컨설팅 등 다양하다. 아세안 국가뿐 아니라 페루와 콜롬비아 등에도 진출했다.


‘서울로 7017’은 뉴욕 하이라인 파크를 수입해온 정책인 셈인데, 직접 걸어보니까 어땠나.

개장한 지 열흘 만에 100만명이 방문했지만, 저로서도 좀 아쉬운 부분은 있다. 더울 때 쉴 곳이 부족하고 접근로가 다양하지 못하다. 본래 자동차를 위한 고가도로가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는 것 자체에 감동과 설렘이 있다고 본다.

콘크리트 느낌이 너무 강해서 삭막하다는 평이 있다.

콘크리트는 대한민국 산업화와 역사를 함께해온 서울역 고가의 상징적 소재다. 이 재질을 살리는 게 기억의 재생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역사의 숨결을 살린 프로젝트라는 이야기다. 애초 서울로 7017을 디자인한 작가의 의도 역시 ‘시멘트에서 솟아난 생명’이다.

불의의 사고가 있었다.

본래 안전펜스 높이 규정이 1.2m인데, 1.4m까지 높였음에도 사고가 있었다. 보안요원 강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

2011년 처음 서울시장이 된 직후부터 수많은 갈등과 맞닥뜨렸다. 박원순만의 갈등 해결 원칙이 있나.

지나다니면서 ‘박 시장 물러나라’는 문구를 많이 본다. 누군가 불쑥 접근하면 일단 경호원을 뒤로 물러나게 한다. 그리고 뭐든 이야기하시라 한다. 그러는 순간 그분이 차분해진다. 막상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해제할 때는 정말 심각했다. 그때 오후 1시부터 저녁 7시까지 현장을 돌고 난 뒤, 저녁 8시에 다시 주민들과 마주 앉았다. 오늘 밤새워 이야기를 들을 테니 하실 말씀 다 하시라 하니 두 시간쯤 지나 분위기가 달라지더라. 심지어 내가 ‘여러분이 재산을 탐하다가 이렇게 된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까지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시사IN 윤무영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을 고쳐 쓰고 다시 쓰는 재생의 도시로 만들 생각이다.

시민들 요구를 다 들어주지는 못할 텐데.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서울시청을 무단 점거했을 때 처음에는 화가 났다. 그런데 그분들이 머리까지 깎는 것을 보고 대화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들어보니 오죽하면 이러겠느냐 싶더라. 그래서 요구 조건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최근엔 발달장애인과 함께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다. 내가 아시아나항공 측에 연락해서 발달장애인을 위해 전세기를 띄워달라고 부탁했다. 우리 관계가 그렇게 변했다.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에는 어떻게 대처하나.

시민의 요구에 단호히 대처할 이유는 없다. 시민의 요구는 무조건 들어야 하고, 안 되면 설득이라도 해야 한다. 그게 치유의 과정이다.

19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면서 준비가 부족하다고 했다. 어떤 것이 부족했나.


대한민국 최초로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무엇보다 선거는 서울시장 직무를 수행하는 것과는 또 다른 과정이더라. 오히려 대선을 중도 포기함으로써 서울시장 임기를 제대로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기회가 또 올지 모르겠지만 훨씬 진지하고 끈기 있게 잘 준비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잘 해놓은 뒤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또 업그레이드하는 기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이 문재인 캠프로 갔을 때 서운하지 않았나.

대선을 포기하는 순간 초월했다. 나와 함께 정책을 준비했던 분들이 들어가서 이 정부를 성공시키는 게 중요하니까. 우리 정치가 자꾸 상대 정치인의 실패에 따라 반사이익을 보는 구조로 흘러가는데, 이젠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하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보수 정권 9년 동안 진보 인사가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서울시에 많이 모인 것 같다. 제가 이번에 단념하게 된 근거 중 하나도 사람들이 너무 중복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5년 전 대선을 완주했고 이후 4년 넘게 준비해온 분이다. 제 주변 사람들도 이미 많이 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싱크로율(일치하는 정도)이 59%라는 이야기도 있다.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 세 가지만 말해달라.


노동 존중, 차량 대신 사람, 건설의 시대 대신 건축의 시대를 열자는 것이다. 서울시가 솔선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서울로 7017을 비롯해 지역별로 ‘보행 랜드마크’를 조성할 것이다. 전면 철거형 재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고쳐 쓰고 다시 쓰는 재생의 도시를 만들고 싶다.

2014년 지방선거 때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출마하든 안 하든 내년 지방선거 때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당신 곁에 내가 있었다(웃음). 세월호 유가족, 용산참사 유가족, 발달장애인 부모, 재개발 희생자들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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