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번 믹싱해서 만든 완벽한 사운드
  •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 호수 473
  • 승인 2016.10.1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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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시스템을 체크할 때에 듣기 좋은 음악을 소개한다. 비싼 장비 없이도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괜찮은 것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명작 음악의 놀라운 퀄리티를 만끽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나는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뭔가 이상한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한 오디오 리시버와 스피커를 교체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어쩌면 이건 나의 착각일 수도 있다.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 커지다 보면 그 대상의 결점만 보이기 마련이니까. 이럴 때야말로 ‘가성비에 올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둬야 한다.

오디오 시스템을 체크할 때 어떤 음악을 듣는 게 효과적일까? 수도 없이 고민한 끝에 몇 곡의 선택지를 정했다. 일단 각각의 악기가 명료하게 분리되어 있는 동시에 한 덩어리로 작동하는가를 알고 싶다면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Billie Jean)’을 강력 추천한다. 마이클 잭슨은 이 곡의 믹싱을 무려 90번 넘게 했다. 믹싱은 기본적으로 트랙별로 녹음된 악기의 소리들을 하나로 조립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것을 90회 넘게 했다면 시간과 자본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10대 때부터 백만장자였던 마이클 잭슨에게 돈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원한 건 완벽한 사운드였다. ‘빌리 진’이 발표된 게 1983년이다. 그런데 이 곡의 사운드는 2016년에 발표된 그 어떤 곡과 비교해도 꿀리기는커녕 우위를 점하고도 남을 수준이다. 꼭 한번 이 곡을 꼼꼼하게 다시 들어보기를 권한다. 기타 연주가 절묘하게 터져 나오는 지점에서 나는 황홀경을 느끼고는 한다.

“죽비처럼 듣는 이를 내리치는 타격감”

핑크 플로이드(위)의 앨범은 혁신적인 사운드를 제공한다.
곡 아닌 앨범의 경우라면, 그 어떤 망설임도 없이 핑크 플로이드의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Dark Side of the Moon)>을 꺼내 들고 싶다. 이 음반은 ‘빌리 진’보다 10년 전인 1973년에 발매되었다. 빌보드 앨범 차트에 1988년까지 741주 동안 머물러 있었다. 1년이 보통 52주이니, 741주라면 14년 넘게 차트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업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요인의 8할 이상은 이 음반의 혁신적인 사운드였다.

이 앨범은 당신의 하이파이 오디오를 시험하려는 듯 스테레오에 기반한 서라운드 사운드로 듣는 이들에게 장관을 선사한다. 각종 사운드 효과가 좌에서 우로, 게다가 깊고 멀리 날아다닌다. 이 음반의 반주들은 금전등록기, 비행기 충돌, 유령 같은 배킹 보컬, 똑딱거리는 시계 소리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런 효과는 당시 기술로는 녹음하기 어려웠지만 핑크 플로이드는 이를 성공시켜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소리의 감동을 일궈냈다. 클래식이 그렇듯 2016년에도 이 감동의 크기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외려 커지고 있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곡은 매시브 어택의 ‘에인절(Angel)’이다. ‘에인절’은 드럼 소리에 집중해서 들어봐야 한다. 음악평론가 김작가의 표현 그대로 “마치 죽비처럼 듣는 이를 내리치는 타격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가요 쪽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마치 360° 회전하듯 입체적인 사운드의 그림을 그려낸 윤상의 ‘날 위로하려거든’을 추천하고 싶다.

이 곡들을 듣기 위해 몇백만원을 호가하는 비싼 장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괜찮은 것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위에 언급한 소리의 놀라운 퀄리티를 만끽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이전까지 알았던 그 곡이 완전히 다르게 들리는 경험을 누려보기 바란다. 단, 청각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볼륨을 크게 높이고 감상하기를 권한다. 그래야 소리의 미세한 결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흡수할 수 있을 테니까. 음악은 시(詩)가 아니다. 음악은 소리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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