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년’ 띄우기재래시장까지 동원
  • 안은주 기자
  • 호수 48
  • 승인 2008.08.1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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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이 ‘건국 60주년 기념 재래시장 이벤트 행사’ 지원에 나서자 정부가 재래시장까지 동원해 억지로 건국 60주년 분위기를 달구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시사IN 백승기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정부는 경복궁 주변에 건국 60주년 엠블럼(위)을 설치했다.
이번에는 재래시장이다. ‘건국 60주년’ 분위기를 띄우겠다고 작심한 듯 정부는 재래시장에서까지 행사를 벌이도록 유도했다.
중소기업청은 8월 초 각 시·도에 ‘건국 60주년 기념 재래시장 이벤트행사 지원 계획’ 공문을 발송했다. ‘건국 제60주년을 맞이해 일체적인 행사를 통한 국가관 및 애국심을 되새기고 침체된 재래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적합한 시장을 선정해 추천해달라는 공문이었다. 중소기업청은 각 시·도에서 추천한 재래시장 가운데 100개를 선정해 행사비 명목으로 1000만원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응모하는 시장은 8월13일부터 19일까지 시장에 광복 분위기를 조성하고, 기념행사 따위 이벤트와 세일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래시장까지 동원해 건국 60주년 분위기를 띄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8·15를 앞두고,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려는 정부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보수 단체의 계획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를 비롯한 55개 시민단체는 정부가 추진하는 ‘건국 60주년 기념행사’가 일본의 침탈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건국 60주년 기념사업과 행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8월7일 ‘대한민국 건국60년 기념사업위원회’ 등 주요 사업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논란이 일자 “정부 차원에서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어떤 계획이나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청와대가 밝혔지만, 건국 60주년 행사와 건국절을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재래시장으로 하여금 건국 60주년 행사를 벌이도록 했으니 여론의 빈축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진참여자치시민연대 조상연 회장은 “정부가 재래시장에 돈까지 줘가며 건국 60주년 행사를 하게끔 유도하는 것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 건국 60주년과 광복절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용해 건국 60주년이라는 인식을 은근슬쩍 심어놓고 뭔가를 도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 재래시장의 경우 건국이 아닌 광복절 행사로 치러도 되는지 문의했다가 거부당했다는 얘기도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건국 60’ 이용해 ‘불도저 정치’ 재가동?

행사를 기획한 중소기업청 시장개선과 관계자는 “재래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매년 설이나 추석 등 특별한 기간에 재래시장 이벤트 행사를 지원해왔다. 올해는 건국 60년이니만큼 이벤트를 해볼 만하다고 판단해 기획한 행사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앙정부에서 건국 60주년 분위기를 띄울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기획한 행사가 아니냐”라고 기자가 묻자,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변할 수 없다”라고 얼버무렸다.

‘건국 60주년’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비난을 사면서도 정부가 ‘건국 60주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까닭이 무엇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겸 건국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미래비전’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지난 60년 동안의 성공적인 역사를 높이 평가하고 ‘포스트 60년’에 대한 구상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8·15를 지지율 회복 모멘텀으로 잡고, ‘불도저 정치’를 재가동하기 위해 건국 60주년 분위기를 띄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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