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문명>박용숙 지음소동 펴냄

외국 여행을 가면 되도록 그 나라의 무속과 관련된 것을 보려고 노력한다. 샤먼에는 그들이 가졌던 공포의 원형과 욕망의 원형이 있기 때문이다. 샤먼을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특징을 이해하기 쉽고 우리와의 공통점을 찾기도 쉽다.

동북아시아에서 샤먼은 주로 여성이 맡는다. 여성 중에서도 할머니인 경우가 많다. 일본 동북지역에서는 할머니 중에서 눈이 먼 장애인 할머니를 샤먼으로 대접한다. 남성보다 약자인 여성을, 그중에서도 약자인 할머니를 그리고 장애인을 샤먼으로 소환해 사회의 통합을 꾀한다. 샤먼을 보면 권력을 견제하는 방식과 권력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방식이 보인다.

〈샤먼 문명〉은 다양한 현장 조사로 풍부한 도판을 보여준다. 저자는 ‘샤머니즘은 미신이 아니라 과학이고 종교다’라는 명제까지 끌고 올라간다. 샤머니즘은 발달된 과학 지식으로 지동설을 믿었고, 고등 종교와 마찬가지라 해탈의 문제를 주제로 삼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샤머니즘에서 중시되었던 금성에 주목한다. 금성이 태양, 달과 함께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생명을 창조한다는 게 샤머니즘의 기본 우주관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기독교 문명은 샤먼 문명을 계승했다”라는 샤머니즘 연구계의 권위자 미르체아 엘리아데의 연구를 계승해 우리 고유의 샤먼이 어떤 식으로 불교와 ‘습합’되었는지도 규명한다. 우리 고대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책이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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